<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35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5)

등록 2003.05.17 13:07수정 2003.05.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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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현재 왜문은 본성과의 친밀 관계를 빌미로 은근 슬쩍 각종 병장기를 준비해둔 바 있습니다."
"그래? 최소한의 자위를 위한 병장기 보유는 허락하기로 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지?"

"문제는 그들이 보유한 병기가 최소한의 자위를 위한 것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어라? 좋아, 대체 어떤 병장기를 준비했는데?"


철룡화존의 말에 철기린은 오각수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는 도 장로께서 설명 좀 해주시오."
"그, 그게…."

"도 장로, 왜문이 지닌 병기가 어느 정도냐?"
"그, 그게…"

철룡화존의 시선을 받은 오각수 도날두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을 보다 못한 철기린이 다시 나섰다.

"도 장로께서는 아마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왜?"


철기린의 의미심장한 말에 철룡화존은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있는 오각수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자 감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겠다는 듯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사실 오각수 도날두는 왜문으로부터 적지 않은 뇌물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병장기를 지닐 수 없도록 감시하여야 하는데 이를 태만히 한 것이다.


"그건 차차 말씀드리지요. 어찌 되었던 현재 왜문이 지닌 병장기 가운데에 최강의 병기는 미완성 상태인 천뢰탄입니다."
"미완성인 천뢰탄? 미완성이면 아무짝에도 못 쓰는…."

"아닙니다. 미완성인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무어야? 그렇다면 왜문도 천뢰탄을 가졌단 말이냐?"

철룡화존은 놀랐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문주인 간담교토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이 간교한 성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여 누굴 속이는 데에는 이골이 난 놈들이지요. 현재는 본성의 힘에 눌려 죽어지내는 척하나 그대로 놔두면 언젠가는 또 다시 암흑대전과 유사한 혈겁을 일으키고도 남을 놈들입니다."
"으으음! 그래? 얼마나 간교한데?"

"얼마나 간교하냐고요? 놈들은 천뢰탄 개발을 이미 끝내놓고도 겉으로는 안 끝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놈들은 천뢰탄 개발에는 절대 손대지 않겠다고 맹세한 놈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비밀리에 천뢰탄 개발을 한 것이지요."
"으으음…?"

"언젠가는 왜문을 다시 징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때는 전과 같이 용서해줄 것이 아니라 아예 박멸(撲滅)하여야 합니다."
"박멸이라고? 그렇게까지야…."

"아닙니다. 왜문 제자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간악한 성품을 지닌 놈들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흐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우리에게 그랬나?"

"우리 이야기가 아닙니다. 왜문에게 오늘이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선무곡 덕분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으래?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왜문 덕분에 선무곡이 있는 것이 아니고?"

철룡화존은 생전 처음 듣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닙니다. 그 반대이지요. 무공 이외에도 학문이나 의술 등 모든 것을 선무곡으로부터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 은혜를 갚기는커녕 선무곡이 약해지자 공격하여 합병한 것입니다. 암흑대전 이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으으음! 그랬군."
"이런 짐승 같은 족속들은 살려둘 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 번엔 항복을 해도 전원 목을 베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철기린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성주가 되면 가장 먼저 왜문을 박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간악한 성품과 간교함을 알기에 언젠가는 반기를 들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왜 주석교를 공격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봐라."

"예! 우리가 주석교를 공격하면 주석교에서는 선무곡 대신 왜문을 공격할 확률이 큽니다. 그러면 왜문에서도 주석교를 공격하게 될 것입니다. 천뢰탄으로 공격을 받았으니 보나마나 천뢰탄으로 반격하게 될 것입니다."
"……!"

"그러면 즉각 화존궁과 일월마교가 참전하게 됩니다."
"왜?"

"왜문이 가져서는 안 되는 천뢰탄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곧이어 본성도 참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철룡화존은 아들의 말을 언뜻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색만 밝힐 줄 알았지 머리 쓰는 것에는 영 '젬병'이기 때문이었다.

"화존궁과 일월마교에서 본성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왜문이 가져서는 안 될 천뢰탄을 우리가 준 것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왜 우리가?"

"제이차 암흑대전 이후 왜문을 관할한 것은 우리입니다. 그들에게 천뢰탄 개발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우리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왜문을 관장했습니다. 그런데 왜문에 천뢰탄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

"그들은 우리가 준 것으로 알 겁니다."
"이 애비는 무슨 소리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자세히 설명해 봐라."
"예! 왜문은…."

이후로 이어진 철기린의 설명을 들은 오각수와 무비수사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까지 하였다.

마치 코흘리개에게 설명하듯 너무도 상세하였기 때문이었다.

철룡화존은 아비를 잘 만나 무림지존의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거의 돌머리나 마찬가지였다. 발달된 것이 있다면 좋은 술을 가려내는 것과 색을 탐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철기린은 달랐다. 어쩌면 저런 멍청한 아비에게서 이처럼 뛰어난 자식이 나왔을까 의심이 갈 정도였다.

철기린의 설명 중간중간 내뱉은 철룡화존의 물음 때문에 오각수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눈물까지 찔끔거려야 하였다. 자신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철룡화존이 너무도 단순 무식하면서도 유아적(幼兒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석교 문제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입니다."
"으으음!"

모든 설명을 들은 철룡화존은 내심 부화가 솟았다. 현실적인 여러 제약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치솟은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주석교에 이렇게 전해라. 즉각 천뢰탄 개발을 중지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천뢰탄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식량을 지원해줄지 어떨지 고려해 보겠다고…"
"예에…? 그게 정말이십니까?"

지금껏 강경 일변도의 발언만 하던 철룡화존의 입에서 모처럼 유화적인 발언이 나오자 여지껏 침묵만 지키던 비보전주 고파월이 처음으로 나섰다.

"크흐흐! 일단은 월빙보를 먼저 칠 것이다. 주석교는 그 다음이지 한꺼번에 두 군데서 전쟁을 수행하려면 골치가 아파. 그러니 그 동안 생각이나 해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체 숨은 의도가 있기는 있느냐는 물음을 하려던 무비수사는 말끝을 얼버무렸다. 직설적으로 말했다가 미움 받기 싫어서였다.

"크흐흐! 놈들이 천뢰탄 개발을 안 하겠다고 하면 즉각 제자들을 파견하여 천뢰탄 제조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빼앗아 와라. 그 다음에… 크흐흐흐!"
"그 다음에 식량을 지원하는 겁니까?"

"미쳤느냐? 그깟 놈들에게 식량을 주게? 차라리 개, 돼지에게 먹일지언정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정의수호대원들을 파견하여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라."
"……!"

"크흐흐흐! 이후 선무곡 역시 같은 방법으로 흡수해 버려라. 이렇게 되면 성조검에 또 하나의 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장내는 일순 침묵이 감돌았다.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성주의 뜻이 이러하다면 그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천하에서 가장 자비롭고 정의로운 무림천자성이 합법적으로 선무곡을 흡수 통합하는 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시 말해 천하의 그 어느 누구도 모르는 음모를 꾸며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새로 생겨난 것이다. 그 음모의 모든 계획은 월빙보 함락 직전까지이다.

"크흐흐흐! 본좌의 뜻을 알았으면 이면 물러가라."
"존명!"

오각수와 무비수사 등이 물러간 이후 대전에는 철룡화존과 그의 모든 수발을 드는 흑령재녀(黑伶才女) 나이수(羅怡秀)만 남아 있었다.

"크흐흐! 이만 쉬어야겠군. 주안상을 보아오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물러서는 흑령재녀는 수많은 첩실 중 누구를 불러야 성주가 흡족할까를 생각하는지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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