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인터넷에서 정부를 비판해?

<국경없는 기자회>, 2002년은 '언론자유 암흑의 해'

등록 2003.05.20 06:18수정 2003.05.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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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한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스타들에게 각각 일회용 카메라를 준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흥미로운 순간들을 사진 24장에 담는다. 그것이 사람이어도 좋고 풍경이어도 좋고 혹은 사건이어도 좋다. 사진을 현상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굳이 현상을 하지 않아도 좋다.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es, 이하 RSF)'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스타들의 사진' 작업에 착수했다. 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각계 유명인사들이 주도하는 이번 작업의 이름은 '스타들의 사진2'.

언론자유 운동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더 많은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이 행사는 대중 스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미 시작되었고 이들의 카메라는 오는 6월 자선공연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여기서 얻는 수익은 RSF의 활동에 쓰이게 된다. RSF는 매년 2회에 걸쳐 발행되는 사진집 판매로 활동자금을 충당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스타의 사진' 경매를 시작 일반해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

a 2003년 '언론의 자유' 홍보대사 소피 마르소

2003년 '언론의 자유' 홍보대사 소피 마르소 ⓒ RSF

금년 행사에는 프랑스의 인기 방송인 티어리 아르디송(Thierry Ardisson)을 비롯해 쟌 모로(Jeanne Moreau), 벵쌍 뻬레즈(Vincent Perez), 사미 나세리(Sami Naceri)와 같은 프랑스 배우들과 이탈리아의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i), 미국의 조디 포스터(Jodie Foster), 모건 프리만(Morgan Freeman) 등 총 62명이 참가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가 홍보대사 자격으로 TV, 라디오 광고와 각종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이것은 RSF의 재정지원을 위해서 기획한 것이지만 언론을 상징하는 카메라를 매개로 대중들에게 이들의 활동을 알리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려는 의미가 크다.

RSF는 프랑스에서 '국경없는 의사회'와 더불어 두터운 신망을 쌓고 있는 인권단체 중 하나로 전세계의 기자, 협력자 그리고 미디어 종사자를 보호하고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언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고문을 고발하거나 자국에서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기자들을 지원하고 그 가족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한다.


특히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안전 확보에 주력하며 동시에 미디어 부흥을 위해 어려움에 처한 언론사에 물질적, 재정적 원조에도 참여하고 있다.

몇몇 국가에서는 말 한마디 사진 한 장으로 20년형 받을 수도


전세계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2001년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언론인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현재 전세계 127명의 기자가 같은 이유로 투옥돼 있다.

네팔과 에리트리아(에티오피아 동북지방), 중국에서는 말 한마디, 사진 한 장 때문에 수 년을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 기자를 감금하거나 죽이는 것은 중요한 증인을 제거하고 정보에 관한 개인의 권리를 위협하는 일이다. RSF는 '세계인권선언' 9항에 근거,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 17년 전부터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RSF는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으며 방콕,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탄불, 도쿄, 뉴욕 등 전세계 10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RSF 특파원 총 100여명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RSF의 인터넷 사이트는 매일 각국에서 검열로 차단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도해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일종의 통신사 역할도 수행한다.

a 국경없는 기자회 2003년 연례보고서'언론의 자유' 표지

국경없는 기자회 2003년 연례보고서'언론의 자유' 표지 ⓒ RSF

RSF는 또 매년 5월 3일 '세계언론자유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150여 국가의 언론 탄압 사례를 종합한 연례보고서를 출판하고 12월 10일에는 자국 언론의 발전에 기여한 언론인에게 '국경없는 기자상'을 수여해 일선 기자들의 사기 진작에도 노력하고 있다.

올해 '언론자유의 날'에 발표된 RSF 보고에 따르면 2002년은 언론자유 암흑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156개 국가에서 기자 25명이 피살되었고 2002년 12월 31일 현재 121명이 투옥돼 2001년과 비교 40%가 증가했으며 기자 1420명이 폭행, 암살, 납치 등의 협박에 시달려 2001년 통계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에는 또 기자 1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중 13명(이라크인 9명)이 이라크 전쟁의 피해자였다. 4월 20일 현재 투옥된 기자들을 국가별로 보면 에리트리아 18명, 미얀마 15명, 중국 11명, 이란 10명, 쿠바가 3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로써 쿠바는 세계 최고 언론인의 감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들은 14년에서 27년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같은 날 RSF 보고서는 남한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 정권 말기에 언론 상황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판단, 양호한 성적을 주었다. 특히 엄격했던 세무감사로 초래된 정부와 주요 보수신문의 갈등이 2002년을 손상시켰지만 2백만 부 이상을 발행하는 거대 언론 3사를 포함한 12개 일간지들이 활동하고 있는 남한 언론은 역동적이고 영향력 있다고 평가한 반면 북한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지구상 최악의 국가로 분류되었다.

중국, 인터넷 발언 문제삼아 네티즌 구속,
사이버 자기검열 시스템으로 언론 자유 억압


쿠바와 북한 다음으로 RSF가 우려하는 국가는 바로 중국. 2002년 11월 11일 제16차 중국공산당대회 전날 한 중국인 네티즌이 '국가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감금됐다. 주인공은 심리학을 전공하는 22세의 리유 디(Liu Di). 그녀는 다니고 있던 베이징 대학교에서 체포됐고 경찰이 가택수색을 벌이기 직전까지 가족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a 인터넷상 정부비판 발언으로 구속된 중국 네티즌 리유 디

인터넷상 정부비판 발언으로 구속된 중국 네티즌 리유 디 ⓒ RSF

가족들에 따르면 리유 디는 단지 '자유의 욕망'을 인터넷에 표현했을 뿐이라 한다. 가족들은 평소 인터넷 서핑을 즐겼던 리유 디가 인터넷 상에서 제한된 표현의 자유에 불만을 품고 정부를 비판하고 빈정거렸다고 증언했다. 중국 경찰도 리유 디가 감금된 정확한 장소를 밝히지 않아 6개월째 가족들과의 연락도 끊긴 상태다.

RSF가 특히 중국을 문제삼는 것은 리유 디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정치적 소속도 없는 일개 여학생이 어떻게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RSF는 중국이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리유 디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 현재 리유 디 구명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 적어도 네티즌 36명 이상이 사이버 반체제 발언으로 구속돼 있다.

1만명에 이르는 사이버 경찰대를 동원해 포르노나 저속한 문구, 국가 전복 발언 들을 감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위험'하거나 '국가 전복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이트 혹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이트에 네티즌의 접속을 방해해 왔다.

이미 미디어 10여 개와 인권보호단체 사이트에 중국 네티즌들의 접속을 불허했고 지난 4월 14일부터는 RSF의 인터넷 사이트도 금지했다. 이것은 리유 디의 구속에 따른 조처였다.

하버드(Harvard) 대학 연구소가 2002년 5월에서 11월 사이 실시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중국 땅에서 구글(google)이나 야후(yahoo) 검색을 통해 방문한 20만4천여 사이트 중 티벳, 대만 혹은 민주주의 토론과 관련된 사이트 5만개 이상이 적어도 한 번씩은 차단됐다고한다. 그들의 60% 이상은 티벳을, 47% 이상은 대만을 다루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RSF는 검열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중국에서도 인터넷은 가장 자유로운 미디어에 해당한다. 다른 어떤 언론도 언급을 꺼리는 정치관점이 몇몇 토론방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영은 물론이고 민영 사이트조차 정부가 금지하는 내용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자기검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정책은 2000년 11월 중국 정보통신부 장관이 발효한 법령과 2002년 3월 16일 중국 인터넷 단체의 '자율규제조약'에 따라 합법화돼 있다.

지난 4월 4일 RSF가 중국인 네티즌을 가장해 접속을 시도한 결과 유일하게 이라크 전쟁 토론방을 마련한 xinhuanet.com 사이트에 90만에 달하는 의견이 등록됐었다. 또 sina.com.cn 대변인은 200여 토론방에 매일 네티즌 4백만 이상이 접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11일 RSF가 '6월 4일(1989년 천안문 사태 발생일)', '인권', '대만 독립', '포르노그라피', '오럴섹스', 'BBC' 와 같이 중국 정부의 검열 항목에 해당하는 단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작성, 등록해보았으나 몇 분 후에 삭제되었다 한다. 특이한 사항은 토론방에서 의견을 등록할 때마다 자동으로 떠오르는 경고문이다.

'당신의 메시지가 저장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잠시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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