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요? 청소년들 어리다고 얕보지 마세요
지역감정,부정부패 없는 우리가 더 잘해요"

[인터뷰] 청소년의회 의원선거 출마한 청소년들

등록 2003.05.20 16:58수정 2015.03.16 19:50
0
원고료로 응원

"어른들이 하는 정치를 보면 우리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어요. 청소년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것도 모두 그런 어른들 탓 아닌가요. 정치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한다면 청소년들에게도 정치는 재미난 일이 되겠죠."

 

'대한민국 청소년의회' (이하 청소년의회)가 오는 8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요즘 청소년 의회의 '꽃'인 청소년 의원들을 뽑는 선거운동이 온라인 상 (www.youthassembly.or.kr)에서 열띠게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의회는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투표에는 선거인단으로 자발적으로 등록한 전국의 만 14세에서 19세까지 청소년들이 참여하게 된다.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의원선거 한창현재 법 제약으로 인해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등에 참여가 배제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인터넷상이지만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첫 '정치적 행위'를 하는 셈이다.

 

현재 청소년 의원 당선을 목표로 하는 후보자들은 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자신들이 직접 만든 각종 공약을 홍보하며, 타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열띤'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대구에서는 모두 6명(전국 총 100명, 광역단체별 인구비례)의 청소년 의원들을 뽑지만 이미 10여명의 후보들이 등록, 혹은 등록을 희망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안채영(18), 윤현주(17. 경북여고)양과 황현석(18), 현상훈(18. 심인고)군도 청소년 의원 당선을 위해 선거전에 돌입했다. 요즘 이들은 청소년 의원이 되기 위해 학교 공부도 소홀해진 이들이지만 청소년 의회 초대 의원이 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오마이뉴스 대구경북>은 최근 선거전 채비에 여념이 없던 이들을 만나 그들의 출마 동기와 요즘 벌어지고 있는 '어른들의 정치판'에 대해 물어 봤다. 아직 여드름 기가 선연하고 맘 약한 어린 청소년들로 보였던 그들도 말문이 터지자 거침없이 말을 던졌다. 낯선 어른들이 들었을 때 '어쩜 저런 생각을…'이라고 삭혔을 '당돌한' 이야기도 쏟아졌다.

 

거기엔 '어른'들이 그냥 스쳐 버릴 수 없는 기성세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겸손한 탓일까 부끄럽다며 머리를 긁적이던 현상훈군은 학교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상훈군은 자신들을 이해하지도 못하며 교육정책을 만들겠다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그는 청소년의회의 문을 두드렸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게 교육문제 아닌가요. 근데 지금 국회에서 어른들이 하는 정치를 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너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교육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우리가 실제 경험으로 건의 내용을 만들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싶어요."

 

"어른들 청소년 현실 너무 몰라...실제경험, 정책에 반영하고 싶어"

 

황현석군은 자신의 꿈이 '대통령'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했다. 황군은 어른들의 '보수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를 고치기 위해선 '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실제 정책에 반영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청소년 의원으로 출마했어요. 또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많이 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시대는 변하지만 어른들은 너무 보수적인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도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도 많이 있고 그런 것들을 고치는 개혁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윤은주양은 교사가 꿈이다. 특히 사회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희망이다. 은주양은 "사회교사가 되는 데 청소년 의회 활동이 도움이 될까 싶어 의회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동기를 밝혔다. 이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지금까지 청소년들은 너무 조용히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청소년들이 나서서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교육제도나 정책은 바꿔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이런 의회 활동들을 알려 나가야 하겠죠."

 

아이들 중 가장 먼저 청소년의회에 참여하기 위해 선거운동에 뛰어든 안채영양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그대로 꼬집었다. "사람이 공부가 전부가 아니잖아요. 인격이나 예의도 중요한데…. 0교시가 문제 많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고쳐지진 않잖아요. 우린 아침 일찍 일어나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어요. 선진국에선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키워 주려고 애쓰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은 얼마 전부터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또래의 유권자들에게 한 표라도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날도 아이들은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노트 빽빽이 공약을 채워 왔다. 이 중 현석군이 내놓은 공약을 들어보자.

 

"여성부처럼 청소년부도…. 학생증 보단 청소년증을…."

 

"만약 의회활동을 하게 되면 여성부처럼 청소년부를 따로 만들어서 학생들이나 어른들이 아이들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하고 싶어요. 또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싶구요. 그래서 동아리 지원이나 체육활동에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하면서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주도가 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죠."

 

이외에도 어른들이 지나칠 수 있는 또래들의 '고민'이 담긴 공약도 들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요즘 청소년들 중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근데 청소년이라고 다들 학생은 아니잖아요. 버스나 지하철 같은 거 타면 학생증이 있어야 혜택을 주는 거 보면 아쉬운 게 많아요. 차라리 학생증 말고 청소년증을 만들어서 나눠주면 어떨까요. 그럼 더 많은 청소년들이 혜택도 받고 동등하게 대우받으면 더 좋죠."교육의 기본 주체는 사실 교육받는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그 동안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부터 학생들은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학생들의 자치활동은 저조한 편이잖아요. 입시에 억눌려 관심을 못 가지는데요. 학교에서도 학생들 자치 활동을 제대로 지원해주지도 못하는 실정이에요. 참여하는 아이들도 제한적이고, 많은 학생들이 학교 공부에 빠져 자치활동다운 활동을 못하죠."(윤은주)

 

"특기적성교육, 말은 많이 하지만 특기적성 시간이면 자습하는 시간 밖에 안 되요. 학교 수업 따로, 예체능 학원 수업 따로 이중으로 돈도 노력도 들어가니깐 교육비가 많이 지출되잖아요. 나아가서는 국가적으로 낭비 아닌가요."(안채영)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교장단-전교조의 갈등과 '네이스'(NEIS) 문제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소외돼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그들의 지적은 기성세대들에겐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정작 학생들에겐 묻지 않고 어른들만 싸우죠?"

 

"모든 게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정작 학생들은 나이스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학생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우리들에겐 물어 보지 않고 어른들끼리만 싸우는 것 같아 이상해요."(황현석)

 

선거를 치러야 하겠지만 오는 8월이면 청소년 의회로 '입성'하는 아이들은 '정치 초년생'으로 활동하게 된다. 어른들이 벌이는 정치에 비한다면 덩치는 작지만 아이들도 어른들의 정치에 할 말이 많단다. 그들의 훈수 한 마디씩을 들어보자.

 

"기성세대를 보면 지역감정의 영향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이건 정치하는 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그런 것 같고….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이 그대로 나타났잖아요. 우선 지역감정을 없애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윤은주)

 

"정치하시는 분들이 싸우는 것 보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요. 의견을 모아 가지는 못하고 이리저리 분열이나 하면서 말이죠. 한나라당이 뭐 하려면 민주당이 반대하고, 민주당이 그러면 한나라당이 무조건 반대하고….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잡초론 이야기했을 때도 왜 그렇게 비방만 일삼는 건지 이해 못하죠."(황현석)

 

아이들은 정치를 하신다는 분들이 권위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상훈군은 지난번 유시민 의원의 '정장 파문'을 예로 들면서 이 점을 지적했다.

 

"의원님들이 권위의식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돈 많이 벌고 유명인 되려고 국회의원 되는 게 아니잖아요.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전달자를 뽑아 놓은 건데…. 유시민 의원 일만 보더라도 정장을 안 입고 국회에 나타나니깐 무슨 큰 난리가 난 듯이 그러는데.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의식, 권위의식 아닌가요."

 

"어른들, 지역감정, 권위의식 버려야…. 세대교체 해야"

 

은주양은 현실 정치의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냈다.

 

"독일에는 최연소 의원이 19살이라고 하데요. 우리나라는 전부 나이 드신 분들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깐 정치에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이제는 개혁이 필요해요.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은 경험이 다소 부족할 지는 몰라도 실패를 겪더라도 더 많이 참여해 정치를 바꿀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거의 끝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며 "다음에 꼭 더 시간 내서 이야기 들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만큼 하고 싶었던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치기 어린 푸념 정도로만 치부하진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던지는 말을 우리는 부끄러워하며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어리다고 얕보진 마세요. 우리들은 어른들보다 세상 경험은 적지만 지역감정도 없고, 부정부패하지도 않아요. 정치를 하면 그래서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지 않겠어요.""정치가 워낙 부정부패가 심해서 그런지 주위 친구들한테 청소년의회 한다고 하니깐 뭐 그런 걸 하냐고 말하더군요. 어린 청소년들도 정치하면 나쁘게만 본다는 말이죠. 그리고 무관심해지고…. 왜 그러냐고요? 정치 관심 있게 지켜봐도 본받을게 없으니깐 그런 것 아닌가요."

2003.05.20 16:58ⓒ 2015 OhmyNews
#청소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