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변한 것은 없고 무식한 것
남한, '미 1극체제' 벗어야 위기 해소"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

등록 2003.05.22 20:41수정 2003.05.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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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4월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리영희 교수.

지난 4월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리영희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21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굴욕 외교에 대해 “노 대통령의 자기변명 정신자세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방미 후 노 대통령이 TV토론에 나와 ‘병자호란’ 당시 최명길, 김상헌의 예를 들며 ‘굴욕외교’ 비판을 반박한 데 대해 이와 같이 말하고 “(노 대통령에겐) 철학이나 기초적인 인식이나 외교 상식 등이 결여돼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리 교수는 또 노 대통령의 방미 당시 태도를 시골사람이 서울에 와서 겪는 문화충격에 빗대 “미국 가서 노 대통령이 보인 태도는 시골 사람이 자기 딴에는 자기가 옳은 인식을 한다고 하다가 주저앉은 부분 같다”고 설명했다.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의 진행으로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는 뉴욕 길벗교회 김민웅 목사가 보조진행자로 참석했다. 리 교수는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 성과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 전략 ▲북핵 문제 접근법 등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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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변한 것은 없고 무식한 것”

리 교수는 우선 노 대통령의 방미 후 노무현 정부의 태도가 변했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변한 것은 없고 무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애초 “국가의 원수로서 국제관계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나 인식이 너무도 막연”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 방문 전후에 나타난 노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변한 것은 없고 무식하다는 것입니다. 표현이 안됐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미국의 정책, 부시 정부의 역사나 근본적인 목표가 뭐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국가의 원수로서 국제관계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나 인식이 너무도 막연했던 것 같습니다.”


리 교수는 또 노무현 정부의 외교라인이 “올바른 외교감각과 철학, 대미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러한 의문이 “한국의 지식인들 대부분은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본다면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의 지식인이란 게 거의 95%가 미국과의 관련속에서, 즉 대학 교육이라든가 개인의 이해관계라든가 학계에서의 지위라든가 이런게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입니다. 한국의 국민여론을 미국에 충성적인 한국의 지식인이 만든 까닭으로 노 대통령 주변의 외교관계 인물들이 국민, 국가가 필요한 올바른 국제인식, 외교감각, 철학, 대미감각, 이런 걸 가지고 계신지 의문스럽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해서도 리 교수는 “될 수 있는대로 긴장상태를 유지하려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게 아니고 남북 화해 협력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군사대국화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기본전략이라고 밝혔다.

“일본을 군사대국화 하기 위해선 일본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공포감을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앞으로 20년, 30년, 50년에 걸쳐서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 미국의 (동북아)기본전략이니까….”

“'easy man' 표현은 부시의 일방적 얘기를 반증”
“‘북핵 문제’ 표현 잘못, ‘94년 제네바 합의서의 미국 위반 문제’”


a CBS 시사자키에서 생방송 중인 리영희 교수.

CBS 시사자키에서 생방송 중인 리영희 교수. ⓒ CBS시사자키

아울러 리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방미 중 논란이 됐던 ‘easy man' 표현에 대해 “부시가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asy man talk with하고는 또 다른 얘기다. with하면 더불어 얘기 나누기 편했다가 되지만 easy man talk to는 일방적이다. 좀 과장하면 부시가 지시를 내리고 강요하는데 ‘잘 받아주더라’와 ‘고분고분하더라’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또 easy라는 용어는 좋은데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했다, 이게 굉장한 문제다.”

뒤이어 “노 대통령의 자기변명 정신자세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한 리 교수는 동북아 상황의 특징은 결국 “파시즘의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세계전략에 부합한 미일 동맹,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리 교수의 주장이다.

리 교수는 또 현재의 북-미 갈등, 한반도 긴장 고조가 완전히 북한 핵무기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문제는 언론이 표현하듯이 “북핵 문제”가 아니라 “94년 제네바 합의서의 미국 위반 문제”라는 것이다.

“용어 문제를 중요시하는데, 지금 미국 북한의 문제는 북핵 문제가 아니다. 94년 10월 24일 체결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여러 합의문서를 미국이 준수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미국이 파기하고 지금은 아예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문제다. 북미 문제는 북핵 문제를 언론이 제목이 짧아서 편하니까 ‘북핵 문제’라고 하는데, 성격의 핵심은 ‘94년 제네바 합의서의 미국 위반 문제’, 이렇게 잡아야 한다.”

이후 리 교수는 부시 정권의 철학이 “북한 체제 붕괴”에 초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은 60, 70년대와 다르게 인권 문제 등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미국은)테러라든가 종교의 문제, 인권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상당히 평화적인 목적을 추구하듯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슬로건 뒤에서 군사력(hard force)이 동원되는 양상이다. 옛날에는 군사력을 아예 전면에 내세웠는데 요즘은 인권이니 민주주의니 반테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미국은 한반도의 핵 위기가 고조될 경우,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위해 인권이나 반테러, 민주주의 확산을 내세우며 무력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남한, 러시아 중국과 밀접한 관계 속에 미국 1극체제 벗어나야”
“이번 방미를 ‘굴욕외교’로 몰아붙이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야”


리 교수는 이같은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과 러시아 등과 협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남한이 지금처럼 미국 1극으로만 접근, 예속돼서는 위기를 풀 수 없다”며 “러시아 중국과 밀접하게 가까워지고 모든 협조체제, 협의체제 하에 전략적 군사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리 교수는 결론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미 노선을 “굴욕외교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리 교수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시계추 운동”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몰아붙이기 보다는 바른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미외교를 굴욕외교니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에게는)국제외교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거나 취약하고 사상이나 철학이 국제적인 마당에서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한 축이 흔들린 것이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국내적으로는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정견없는 사람이 시계추 운동을 하는데 몰아붙이지 말고 바른자리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인터뷰 전문을 보려면 클릭!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a CBS 시사자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이 끝난 뒤 사회자 이영자 교수, 김민웅씨와 대화중인 리영희 교수.

CBS 시사자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이 끝난 뒤 사회자 이영자 교수, 김민웅씨와 대화중인 리영희 교수. ⓒ CBS시사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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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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