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고 있는 작약꽃<030522>김규환
함박꽃 작약꽃
약재 목단(牧丹)을 꽃으로 부를 때는 모란(牧丹)이라 한다.《화왕계(花王戒)》에 ‘향기가 없어 벌이 모이지 않는다는 꽃’. 정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꿀벌들이 좋아하는 향기가 없을 뿐 장미향 비슷한 향기는 분명 있던데 왜 향기가 없다고 했을까? 눈이 멀어 환취(幻聚) 효과에 휘둘린 때문인가?
며칠 전 서울 신설동 관우 장군 사당이 있는 동묘에 ‘모란꽃’ 보러 갔다가 때를 못 맞춰 모란(牡丹) 피는 걸 놓치고 말아 한탄한 적이 있다. 넓게 보면 모란도 함박꽃인데 하나를 놓쳐 상심했지만 또 하나의 함박꽃, 작약이 있으니 곧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모란도 작약과(芍藥科)임에는 틀림없다. 목단과 작약은 없어서 못하는 귀중한 약재다.
작약은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던 7~8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꽃이었지만 요즘 쉽게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나는 이 꽃을 보고야 말았다. 양수리를 거쳐 양평 서종면을 지나 가평군 ‘유명산’으로 가는 ‘중미산’을 오르는 어느 농장 화단에 몇 그루 심어져 있었다.
‘함박꽃나무’가 ‘산목련’ ‘목란’이라면 ‘함박꽃’은 ‘작약 꽃’이다. 작약 중 으뜸은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백(白)작약’이니 오대산, 설악산 등 큰 산 깊은 골짜기 습한 곳에서나 볼 수 있는데 때를 맞추지 못하니 꽃을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집 작약으로도 그 향기와 풍모를 접하여 푹 빠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단지 꽃 색깔과 크기가 조금 다를 뿐이다. 재배하면 백장미 같은 연분홍 백작약을 볼 수 있고, 꽃잎은 푸른빛을 감추고 붉게 피는 작약 꽃도 볼 수 있다.
줄기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무지막지하게 큰 꽃에 꽃술에는 벌집 짓기 좋을 노오란 꿀을 철철 넘치게 묻혀 놓고 사람과 벌을 기다리고 있다. 꽃가루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큼지막한 함박꽃은 그래서 예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