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허구의 뫼비우스 띠인가?

[주장] 김욱 기자의 “‘배반자 노무현’ 부추기는 ‘영원한 주류'"에 대해

등록 2003.05.26 21:45수정 2003.05.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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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기자는 “‘배반자 노무현’ 부추기는 ‘영원한 주류'- chosun.com의 ‘박효종 시론’을 반박함”이라는 기사에서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완전한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김욱 기자의 혼란은 아마도 김욱 기자 혼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김욱 기자는 박효종씨의 “대통령이 되면 주류가 되는 것인데 대통령 자신이 비주류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으니 장관들도 저항세력이나 시민 운동할 때의 정체성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글에 대해 “놀랍지 않은가? ‘대통령이 되면 주류가 되는 것’이라는 말의 뜻이 뭔가? 세상은 언제나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돼 있는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누가 봐도 주류자리가 아니냐는 속물스런 시각의 표출이다”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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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김욱 기자는 주류와 비주류라는 논의의 틀을 받아들이고 있는 거 같다. 따라서 굳이 그 틀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보다 그 틀 안에서 반박해도 좋을 듯 하다.

김욱 기자는 “비주류 대통령은 비주류를 대표하여 비주류의 정책(저항)을 실천(개혁)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출신이 무엇이든 이제 주류(우리 편)가 되었으니 ‘서러움과 회한’을 접고 즐겁게 주류의 하수인 노릇을 해야한다는 의미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다른 모든 것을 뿌리치고 혼자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가정에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김욱 기자는 아마도 이라크 전쟁을 미치광이 부시의 미친 행동과 보수적인 이성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할 지 모르겠다. 거기에는 유럽 자본의 변화된 환경과 미국의 지속적인 달러 하락과 국내적인 군사복합자본들의 요구 및 일본 및 동북아 시장의 견제라는 의미는 무시되는 듯 하다.

내가 보기에는 박효종씨는 주류로서 주류답게 대통령에게 조금 더 완만한 개혁을 하자고 손짓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김욱 기자는 “그는 노 대통령을 장교가 된 ‘쫄병’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쫄병 즉 ‘약자’이야기는 잊어버리라고 선전·선동하고 있다. ‘당신은 이제 지배계급이 되었다. 약자를 위한 공약을 잊어라!’ 이것이 그의 메시지다”라며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노무현 씨는 대통령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배계급이 아닌 대통령이라?


약자만의 의사로, 이 땅에 거대한 다국적 자본들을 무시하고,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세계 굴지의 국내 자본의 이해를 무시하고, 50여년간 이 사회 위에 군림해온 검찰과 군부 그리고 권력자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노동자들이 그렇게 어리석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김욱 기자의 순진함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그의 혼란은 “이런 그가 만약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약자를 위한 ‘통합과 포용’을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고 있을까? ‘약자’ 이야기가 모두 비주류 저항세력일 때의 흘러간 이야기라니! 갈수록 태산이다”로 이어진다.


박효종씨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통합과 포용을 주문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힘과 권위를 잃지 않고 있는 주류에 대해 통합과 포용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지 않는가? 따라서 약자 이야기는 어찌보면 (박효종씨의 관점에서보면) 진짜로 흘러간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김욱 기자의 당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욱 기자는 마지막 일격이라면서 (박효종씨의 글 가운데) “진정한 리더십은 과거의 친구들에게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느냐에서 가늠된다. 대통령은 왜 과거의 지지자들에 대해서만 연연하고 새로운 친구와 동반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과거의 친구를 친구로 유지하는 것은 ‘프렌드 십’에 불과하고 과거의 반대자들을 친구로 만들 때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된다고 할 것이다”라는 문단을 들이민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박효종씨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로운 동반자가 옆에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김욱 기자가 보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식구들과 더 가까운지 아니면 공장 노동자와 더 가까운지 구별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공장 노동자의 고충을 들을 시간이 많을까 아니면 경제가 어렵고 파업이 되면 얼마만한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까?

그리고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누가 동반자가 될 것인가를 깨닫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김욱 기자는 말하자면 대통령으로서의 만델라는 상상이 안갈 것이다. 만델라가 대통령이 됨으로 인해서 남아프리카에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었다고 선전하는 백인지주들과 자본가들의 침 튀기는 언론 공세에 만델라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최소한 만델라는 지배하지 않았다고 말할 참인가?

그럼 노동당은 어떨까? 영국의 노동당과 노동조합의 지지로 당선된 토니 블레어는 지배계급일까 아니면 피지배계급일까? 피지배계급인 토니블레어가 노동자들의 지지로 당선된 노동자 출신의 대통령이 대이라크전을 수행하고 이라크에서의 어린이와 아이들을 집단학살하는 국제테러에 앞장선 것은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 결정은 블레어를 빼고 이뤄진 것이란 말인가?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다른 예들을 얼마든지 들어줄수 있다. 김욱 기자에게는 바웬사도 필요한가? 노동자 출신이건 개혁세력 출신이건 진보세력 출신이건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재단하는 것은 현재만 보고 과거를 외면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다.

김욱 기자는 마지막으로 “그의 말대로라면 올바른 리더십을 가진 정치가는 반대자들을 위해 집권해야 한다. 이것이 배반의 정치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배반의 정치인가? 이것이 정치 사기극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정치 사기극인가?”라며 반문한다.

나는 처음부터 부르주아 정치는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사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욱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그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할 때에도 진실이 있는 것처럼 믿는가 보다.

그래서 그는 박효종씨의 나름대로 정당한 요구에 대해 개혁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흥분하면서 반박했지만 결국은 반박을 한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치는 사기라는 완전한 모순을 폭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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