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열어가는 자연을 보며

<강바람 포토에세이> 하루하루가 아름답기를 소망하며

등록 2003.05.27 13:16수정 2003.05.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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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냉이(오전 5:40)

냉이(오전 5:40) ⓒ 김민수


삶은 돌아보면 아쉽고 후회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좋은 것일지라도 과거지사에 얽매여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을 옭아매고 싶지 않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소망해야 할 일이지만 미래에만 연연해하며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을 희생시키고 싶지도 않다.


하루하루 아름답기를 소망하며 살아가는 과정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고 그것들이 하나 둘 쌓여가면서 미지의 나의 존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고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a 애기달맞이(오전 5:42)

애기달맞이(오전 5:42) ⓒ 김민수


밤새워 은은한 달과 별의 빛으로 단장을 하고 촉촉한 아침 이슬로 세수를 하고 해돋이를 맞이하는 애기달맞이꽃이 정겹다.

나에게도 저렇게 무심한 청아함이 있는 것인지, 어떤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렇게 마음을 활짝 열고 밤새워 애를 태우며 진지하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아름다움으로 만들어 가는 시간들이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살아가자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해도 어느 사이에 나의 마음에는 미움과 시기와 질투, 온갖 정욕덩어리가 나를 짓누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기대하지도 않고, 뿌리지도 않았던 잡초들이 스멀스멀 밭을 점령해 가는 것처럼 나의 마음의 밭도 솎아내고 또 솎아낸 것 같은데 죄의 뿌리가 여전히 삐죽거리며 새순을 내고 있다.

a 인동덩굴(오전 5:45)

인동덩굴(오전 5:45) ⓒ 김민수


인동덩굴의 꽃술이 까치발을 들고 해를 맞이하는 것 같이 보인다. 어린 시절 약장수가 이 동네 저 동네 떠돌며 "애들은 가!"를 외치며 부지런히 선전을 할 때 너무도 궁금해서 까치발을 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기억의 단편, 서커스단의 묘기를 보기 위해 어른들의 큰 어깨 넘어 까치발을 들다가 이내 키가 작음을 한탄하며 돌아서던 기억의 단편들이 떠오른다.


까치발을 들면서까지 보려고 한다는 것은 무언가 굉장한 호기심이요, 관심사다.

우리의 삶에 까치발을 들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행복한 두근거림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일들은 얼마나 될까?

a 며느리밑씻개(오전 5:50)

며느리밑씻개(오전 5:50) ⓒ 김민수


꽃이름으로 인하여 애처롭고도 단아하고 예쁜 꽃이다.


전통이라는 고단한 올무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살아도 자기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며느리의 삶은 얼마나 아팠을까? 꽃줄기마다 촘촘하게 박혀있는 가시들이 온통 마음을 찌르듯이 아팠겠지...

활짝 피어도 꽃 몽우리보다 조금 더 크게 피어 피다 만 것과 같은 꽃의 모양새는 시집살이에 지쳐 화사한 웃음을 잃어버린 아낙의 어색한 웃음 같다.

a 다알리아와 사마귀(오전 6:00)

다알리아와 사마귀(오전 6:00) ⓒ 김민수


며칠 동안 내린 비에 노란빛이 빗물에 쓸려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아기 사마귀가 아침 일찍 놀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품새가 정겹게만 느껴진다.

이 모든 풍경들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형이다.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현재는 지속되지 않고 순간순간 과거라는 기억 속으로 사라져간다. 늘 변함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해가 바다에서 떠올라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다가 어느 순간에 뜨거운 한 낮의 태양으로 바뀌고, 노을이 되어 서산으로 넘어간다.

꽃들도 나무들도 늘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것 같으면서도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어느새 붉게 떠오른 태양도 서서히 붉은 기운을 떨쳐버리며 꽃들에게 새로운 단장을 시키고 꽃들은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선다. 이 자연의 흐름 속에는 일종의 질서가 있고 그 질서로 인해 아름답다.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이 아름다운 질서를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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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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