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진입 3일째, '정상화 갈길 멀다'

30일 최성창 전 이사장 학교에서 강제 퇴거 방침

등록 2003.05.30 16:45수정 2003.05.31 13:36
0
원고료로 응원
5월 28일 오후 2시 드디어 사회복지법인 에바다 복지회, 에바다 학교장, 에바다종합복지관 관계자, 지역 노동자, 학생들이 그동안 구 재단에 의해 불법적으로 점유되어 있던 에바다학교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 이어 7년 동안 계속되던 평택 에바다 사태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비로소 해결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에바다 사태가 완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 그 앞에는 아직도 수많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7년만에 겨우 사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에바다. 그러나 그 시작부터 또 다른 폭력사태가 우려된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에바다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 <편집자주>


a 현재 에바다학교는 정문을 두고 에바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측과 구 재단 인사들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에바다학교는 정문을 두고 에바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측과 구 재단 인사들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이철용

지난 29일에 예상되었던, 사회복지법인 에바다 복지회,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구 재단측 인사들간의 대규모 충돌은 별다른 폭력사태 없이 무사히 넘겼다.

에바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지역 노동자, 학생들과 구 재단 동문들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29일 오후 5시경 법인 사무실 2층에서는 이사 5명과 구 재단 이사 3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 이사간담회가 개최되었다.

긴급 이사간담회에 앞서 에바다 복지회 이사들은 최성창 전 이사장에게 △재단이사회의 승인없이 에바다농아원 출입 금지 △에바다 복지회 이사장, 이사, 감사, 에바다학교 및 에바다농아원 관계 직원들이 시설에 자유롭게 출입하거나 자유롭게 업무할 수 있도록 보장 △업무 수행을 위해서 재단이사회로 위임받은 용역업체 출입 및 업무 보장 △재단이사회 승인없이 가처분결정 대상인 양경수, 성정훈, 최현, 박미영은 시설에 출입 금지의 4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관련
기사
- 에바다 공대위, 최성창 전 이사장 강제퇴거 집행 못해

a 지난 29일 에바다 복지회 이사들과 구 재단이사들이 모여 정상화를 위한 긴급 이사간담회가 개최됐다.

지난 29일 에바다 복지회 이사들과 구 재단이사들이 모여 정상화를 위한 긴급 이사간담회가 개최됐다. ⓒ 이철용

이에 최성창 전 이사장은 에바다 복지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대화와 타협은 원하지만 설립자인 본인이 모든 권한을 갖고 복지회를 이끌어나가고 에바다 복지회 이사들은 감독과 협력을 하면 파행적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최성창 전 이사장은 "지금 에바다 재단 이사들이 내가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법원 판결은 '출입방해 가처분'이지 '출입금지 가처분'이 아니"라며 "가처분대상자 9명인 재단 이사들과 외부인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바다 복지회 이사들이 제시한 법원 판결문에는 '물건을 훼손하거나 출입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외에도 '양경수, 박미영, 임충섭, 최성창, 이희수, 지정훈, 최용식, 윤여택은 채권자 김주원(에바다 학교장)과 변승일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위 건물에 무단으로 출입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에바다 복지회 이사회는 지난 29일 오후 4시경 최성창 전 이사장을 주거침입죄의 일종인 '퇴거 불응죄'로 고소장을 평택경찰서 민원실에 제출했으며 민주노총이 주최한 '최성창 전 이사장 규탄집회'는 밤 11시경 충돌없이 정리되었다.


a 에바다학교는 현재 건물 내외가 황폐화되어 있다.

에바다학교는 현재 건물 내외가 황폐화되어 있다. ⓒ 이철용

평택경찰서는 민주노총 집회 후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학교로 들어가려 하자 강력히 제지해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고, 에바다 학교 인근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거쳐 에바다 복지회에 적극 협력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에바다 학교 인근 주민들은 "에바다 농아원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정신적, 생활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이번 기회에 해결하자"고 했다.

이날 에바다학교에 상주하고 있는 재단 이사진들과 에바다 공대위 관계자들은 구 재단측 인사들의 무단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규찰대를 꾸려 밤새 학내 순찰을 돌았다.

한편 에바다 복지회는 에바다 진입 3일째인 30일 오전 10시 30분경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향후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a 에바다 복지회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에바다 정상화 계획을 발표했다.

에바다 복지회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에바다 정상화 계획을 발표했다. ⓒ 이철용

에바다 복지회는 기자회견에서 △6월말까지 학교시설의 전체적인 보수를 통한 7월부터 학교수업 진행 △학교 행정 서류가 없어진 부분에 대한 수사의뢰 △에바다 내부 감사 실시를 통한 적절한 조치 △구 재단 인사들의 시설 출입금지 △조속한 시일내에 농아원장 공채를 통한 업무 정상화 △농아원생들과 학생들간의 화합 프로그램 실시 △시설 운영의 투명한 공개 및 지역 주민들의 시설 운영위원 참여 시스템 구축 등 향후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에바다 복지회는 "경찰은 불법으로 시설을 점유하고 퇴거 명령에도 불응하고 있는 최성창 전 이사장을 조속히 시설 밖으로 끌어내서 사법처리해야 한다"면서 "법인 이사회의 승인이 없이는 출입할 수 없도록 가처분 결정을 받은 양경수, 성정훈, 최현, 박미영의 시설 출입도 통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에바다 이사회는 또 평택 경찰서에 이사들의 업무 수행과 시설장, 이사회와 시설장이 필요로 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보장하라고 거듭 요구하면서 평택시청, 경기도 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도 이사회와 함께 즉각 시설 점검에 나서서 조속한 시일 안에 학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에 진행하려 했으나 정문을 지키고 있던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유만종(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 에바다 학교운영위원장과 학교교감의 출입을 막아서 기자회견이 지연되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오후 1시 30분 에바다 학교 내에서 자체 결의대회를 갖고 에바다 문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신대 학생들은 "진입 과정에서 중상을 입기도 했지만 에바다학교에 남아 있으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했으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도 "승리하는 날이 빨리 오도록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a 대구대 학생들과 한신대 학생들도 에바다 학교에 와서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대 학생들과 한신대 학생들도 에바다 학교에 와서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 이철용

결의대회에 참가해 투쟁발언을 한 한 참가자는 "월드컵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는데 이 자리에 와보니 부끄럽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제일 앞에서 싸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복지법인 에바다 복지회 윤귀성 이사장은 "에바다 문제는 단순한 에바다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복지 시설 전체의 문제"라며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에 끝을 내야 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독려했다.

박래군 이사도 "이번 투쟁이 종결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이사들도 처음으로 농아원에 들어와보니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안타깝고 놀랍다"고 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이사진들이 잘 운영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시설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7년의 시간을 농아학생들과 비리재단에 맞서 싸워오면서 많은 고초를 당한 권오일 교사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것이 끝난다고 정상화 되는 게 아니라 민주적 이사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 정상화의 출발점을 위한 일들을 잘 해 내서 잘 운영되도록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오후 2시 20분에 정리되었고 대구대 특교과 학생들 총 89명 중 30명만 잔류하고 나머지는 학교로 복귀했으며 정문 앞에서 에바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 학생들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고 구 재단측 동문들은 정문 우측에 자리를 잡고 상호 별다른 충돌없이 없는 상황으로 보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에바다 공대위는 오늘 오후 6시 30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집회가 끝날 때까지 최성창 전 이사장이 나가지 않으면 강제퇴거시킨다는 방침이다.

[주민 여러분! 조금만 도와주시면 오늘 끝낼 수 있습니다]

저희는 7년간 에바다 비리재단에 맞서 끈질긴 투쟁을 하고 있는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입니다.

그간 죽을 만큼 힘겨울때도 있었고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어려운만큼 에바다 주변의 하북 주민들 또한 힘들었다는 것도 가슴이 아픕니다.

저희들이 그간 에바다 문제의 절박한 심정과 비리재단과 싸울 수 밖에 없는 현실들에 대해서 주민들께 호소하였으며 많은 주민들이 이해를 해 주셨습니다. 이에 이번 투쟁에서도 주민들의 많은 성원이 있었습니다.

특히, 어제 주민회의를 통하여 경찰들의 미온적 태도에 강하게 항의하여 주시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에바다의 정상화를 위하여 공대위를 지지해주신 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주민들의 이와같은 성원으로 저희들은 더 많은 힘을 얻게 되었고 이번에는 기필코 에바다 정상화를 쟁취하여 주민들께 돌아가는 피혜도 없애겠다는 결의 또한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3일째 소란을 피우고 있어서 많은 불편이 있으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에바다가 정상화되는 길만이 평택지역의 안정 또한 자리할 수 있습니다.

에바다 투쟁 7년, 지금까지는 주민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함께 문제제기하고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와 같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경찰에 함께 항의하고 에바다의 정상화를 위해 함께 외칠때 에바다의 정상화는 더 빨리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희들은 에바다의 장애인들을 동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잘 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에바다 정상화는 대한민국 장애인 차별철폐의 최선두에 있고 이곳 주민들도 그 길목에 함께 있습니다.

오늘 저녁 6시 30분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집회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제의 주민들으 자치회의로부터 결정해 주신 것입니다.

공동대책위는 경찰측에게 에바다 농아원에 있는 최성창과 비리재단의 사주를 받은 농아들을 집회가 시작되는 6시 30분까지 최거시켜달라는 요구를 마지막으로 하였습니다.

6시 30분까지 퇴거가 된다면 우리들의 집회는 에바다 정상화 쟁취를 기념하는 잔치가 될 것이지만 만약 퇴거가 되지 않으면 더이상 경찰들에게 기대하지 않고 주민들과 공동대책위의 힘으로 그들을 퇴거시킬 것입니다.

이번 투쟁으로 반드시 에바다 문제 끝장내고 에바다 정상화 쟁취하여 하북주민들과 에바다 장애인들이 함께 즐거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힘을 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