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청량리발 난장행 열차가 출발합니다"

'2003 춘천 국제 마임 축제'의 도깨비 열차를 타고

등록 2003.05.31 21:10수정 2003.06.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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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진석 김은성 노유미 기자

a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춘천에 가 있다. 기차로 향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춘천에 가 있다. 기차로 향하는 사람들 ⓒ 김진석

5월 31일 청량리 역. 지루한 일상을 탈출한 520여명의 사람들이 '도깨비 열차'에 탑승했다.' '도깨비 열차'는 열차 내에서 마임공연을 하는 곳으로 도착지는 지난 28일 개막한 '2003 춘천 국제 마임 축제'의 '도깨비 난장'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도깨비 난장'은 31일 밤에 시작해 1일 새벽까지 공연되는 각종 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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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보다 더 재미 있는 무대 뒤 이야기

이미 며칠 전 모든 좌석은 매진됐고, 스태프를 위해 비워놓았던 한량마저 표를 달라는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온 부부, 다정한 연인, 친구와 혹은 회사동료와 함께 온 많은 사람들은 각기 저마다의 모습으로 기차에 탑승했지만 기대에 부푼 표정만은 같았다.

2000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다는 이송미(29·회사원)씨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공연이라 색달랐다"며 "지난 번 재미있게 본 후 회사 동료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고 했다.

a 그림 일기를 그리고 있는 아이들. 주말을 이용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림 일기를 그리고 있는 아이들. 주말을 이용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았다 ⓒ 김진석

가족과 함께 온 유선경(40)씨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고 싶었다. 몸으로 표현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이다"며 "아이들은 도깨비라는 말만 듣고도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주최측에서 나눠 준 풍선을 들고 장난을 치는 사이 3시 38분 청량리발 도깨비 난장행 특별열차인 '도깨비 열차'가 출발했다. 공연을 위해 오늘만큼은 열차 내에서 먹을거리를 파는 판매원이 다니지 않는다.

자리잡고 한숨 돌리고 나니 시끌시끌하던 객차가 순식간 조용해 졌다. 극단 '테러 J'의 첫 번째 공연이 시작된 것. '춘천 가는 기차'라는 제목으로 인생길을 표현했다.


재미있는 표정으로 '마술 풍선'을 연기한 강정균씨는 풍선으로 예쁜 꽃을 만들어 연인들에게 멋진 프로포즈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a 기차 안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한 장면

기차 안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한 장면 ⓒ 김진석

a 엿장수로 분장한 연기자가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고 있다

엿장수로 분장한 연기자가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고 있다 ⓒ 김진석

아이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 '단무'는 밀려드는 아이들의 요청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붓을 들이밀면 얌전한 고양이가 됐다.

일본인 오이카도 이치로씨는 '카파'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도깨비를 연기하며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극단 사다리는 인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속초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연사들'과 극단'정중동'은 '움직이는 조각상-풍경'에서 우리나라의 옛풍경을 재현했다.

열차내에는 특히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부분 마임공연이 처음이라는 아이들은 별다른 말없이 몸으로 표현하는 마임에 대해 신기해 하면서도 재밌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과 방송이 10분씩 번갈아 가며 진행된 행사는 마지막으로 모든 배우가 퍼레이드를 하는 것으로 열차 내 공연의 막을 내렸다.

'2003 춘천 마임 축제'의 하이라이트 '도깨비 난장'은 그렇게 시작했다.

a 춘천역 앞에서부터 도깨비 난장은 시작 되고 있었다.

춘천역 앞에서부터 도깨비 난장은 시작 되고 있었다. ⓒ 김진석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 것도 문제되지 않아요"
자원봉사자 이새봄(22·취업준비생)씨

▲ 자원 봉사자 이새봄씨(사진 왼쪽)
ⓒ김진석

- 어떻게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나?
"대학교 때 부학회장 등을 맡으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일을 즐겨 해왔다. 학교에서 하는 단체 자원봉사와 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등을 학생 시절부터 틈틈이 해 왔다. 춘천 마임 자원 봉사 모집은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앞으로 취업을 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지원을 하게 됐다. 덧붙여 작년에 자원 봉사를 한 친구가 재미있다고 꼭 해보라는 추천도 했다."

- 춘천 마임을 소개한다면?
"마임은 행동 하나로 모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매체이다. 어느 덧 벌써 마임 축제가 15회를 맞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춘천과 한국 마임이 발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춘천 마임에서는 매해 다른 국가들의 마임을 초청하고 있다. 초청되는 각 국의 공연을 통해 평소에 접하기 힘든 색다른 문화들을 비교하며 접할 수 있다.

‘도깨비난장’과‘도깨비열차’는 춘천 마임의‘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가족과 연인을 동반하며 함께 온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평소에 나누지 못한 얘기들도 나누고 공연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이다.

자봉을 하면서 느낀 건 많은 분들이 문화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 평창이나 제주도에서 춘천 마임에 참가하기 위해 어렵게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춘천 마임 축제가 더 발전 했으면 한다."

-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들 때는 언제 인가?
"기본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옛날엔 항상 웃음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내가 웃음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관객들이 나에게 웃으면서 힘내라고 말씀 해 주실 때 정말 고맙고, 같이 힘들게 일하는 동려들과 서로 격려하며 우정을 나눌 때도 보람을 느낀다. 몸이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힘든 것도 다 잊는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 자원봉사자의 자격은 무엇인가?
"자기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의욕과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마임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 춘천을 자랑한다면?
"춘천에서 8년을 살고 있다. 춘천이라는 도시 앞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강촌’같은 몇 몇 유명한 명소만 알 뿐 춘천을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 서울에 비해 문화적 혜택은 덜 받을 지언정 무엇보다도 자연과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도시이다. 춘천 마임 축제 외에도 만화, 막국수, 얼음 축제 등 많은 축제와 문화가 즐비해 있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모든 근심 걱정을 다 잊고 마음껏 즐기고 가셨으면 한다. 춘천 마임은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모든 것이 충분히 준비돼있다." /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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