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자처럼김강임
제주시 한천 하류의 용연에서 서쪽으로 200미터쯤을 가면 서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른다. 용궁에 살던 용이 하늘로 오르다 굳어진 바위의 모양. 용의 머리를 닮아서 용두암이라 부르는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용의 머리 형상을 그대로 닮은 용두암은 200만년 전에 용암이 분출하다 굳어진 바위로, 높이가 10여 미터. 길이가 30m로 그 모양이나 크기로 보아 아주 드문 형상기암이다.
사람들은 파도가 많이 치는 날 그 형상을 보면 그 바위가 울부짖는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석양이 질 때, 용두암을 보면 바다 속에 잠긴 몸의 길이가 30m쯤 되어, 마치 상상 속에서 용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이처럼 용두암은 시간과 날씨와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또 다른 전설을 낳고 있다.
용두암에 대한 전설도 가지각색이다.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는데, 그 시체가 물에 잠기다 머리만 물에 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정말이지 만조시간이 되면 용머리는 바닷물에 잠겨 머리만 물위에 떠 있는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전설은 용이 승천할 때 한라산 산신령이 옥구슬을 입에 물고 달아나려 하자 산신령이 분노해서 쏜 화살아 맞아 바다로 떨어졌는데, 몸체만 바다 속에서 잠기고 머리는 울부짖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전설도 있다. 이 전설이 사실인 듯, 용두암의 성난 입에는 아직 옥구슬을 삼키지 못하고 겁에 질려 애타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