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은 청와대-국정원-현대가 공모"

특검, 김윤규 불구속 기소...한광옥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

등록 2003.06.05 11:20수정 2003.06.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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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일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왼쪽 사진)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

5일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왼쪽 사진)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제2신: 5일 오후 7시>

공소장 통해 드러난 '대북송금' 의혹사건 전모


'대북송금' 의혹사건 1차 수사결과 발표를 20일 남겨놓은 송두환 특검팀은 지난 2000년 6월 현대의 대북송금 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 현대, 금융권 등 '국민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5일 남북경협사업자금 등의 명목으로 북측에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 주요 경영진과 청와대, 국정원 등 권력핵심 인사들이 공모한 사실을 밝히고,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대해 구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사장 등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등 12명과 서로 공모해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도 없이 2000년에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2240억원 중 미화 2억달러를 백성기씨 등 3명을 통해 현대아산의 30년간 대북사업 독점권 대가로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개설된 북한 3개 계좌로 송금을 부탁 또는 지시한 혐의다.

또한 △2000년 6월초 대북사업 독점권 대가 명목으로 미화 1억5000만 달러를 현대건설 런던지사 등을 통해 북측 10개 계좌로 송금을 지시한 혐의 △2000년 5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현대아산이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로부터 통일부 장관의 승인없이 개발 운영권을 취득하기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체결한 후 대가 명목으로 같은해 6월초부터 12월까지 북측 계좌에 미화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특검팀은 자금이 송금된 북측 계좌가 3개가 아니라 10개가 더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추가로 밝혀냈으며, 나머지 1억달러에 대해서는 현대건설측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서울지방법원에 접수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지시를 받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은 김보현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의 소개로 실무자를 통해 현대상선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북측 계좌로 송금하도록 대북송금 편의 제공을 요청했다.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특보와 최규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를 실행토록 지시했으며, 북송금 과정에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임동원씨, 정몽헌 회장 등 고위 인사들이 전반에 개입돼 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아울러 산은 대출과정에서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이기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 등의 도움으로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대출된 자금은 북한 통천지역의 30년 개발독점권, 통천비행장 부지 사용권, 철도, 통신, 전력, 관광사업 개발운영권 등의 대가를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 최소 명목으로 공소장 제출…이후 수사 후 혐의 첨가할 방침

이날 공소장을 접수한 특검팀은 '공소시효'를 연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명목으로 공소장을 신청했으며, 이후 남은 기간동안 수사를 통해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 일괄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김종훈 특검보는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 법률적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적시한 것이지, 법률 외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을 담은 것은 아니다"면서 "공소장에 경협 명목만을 송금명목으로 적시했다고 해서 송금의 성격이 경협 대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검팀이 김윤규씨와 최규백씨를 기소함에 따라 공소장을 통해 지난 6월1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대북송금' 실체의 대부분이 확인됐다.

공소장을 통해 대북송금 과정에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경제수석 등 '국민의 정부' 고위 인사들을 비롯해 정몽헌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이익치 전 현대전자 사장,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 등 현대 고위 경영진들이 대거 망라돼 있음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국정원에서는 김보현 당시 대북전략국장과 김흥보, 김낙풍씨 등과 외환은행 측의 경우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 최성규 부행장, 백성기 당시 외환사업본부장 등도 개입된 것으로 나타나 '대북송금'에 개입된 인사는 모두 1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보강조사를 거쳐 구속수감중인 이기호, 이근영씨를 제외한 나머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북송자금 5억달러 가운데 특검팀이 공소장에 밝힌 자금은 3억5000달러. 나머지 1억5000만달러에 대해 송두환 특검은 "1억달러는 해외에서 나갔기에 빠졌고 5000달러는 아직 조사중이다"고 말했다.

이중 1억달러의 경우는 현대건설 측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모아 북측에 전달했기 때문에 국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해석이다.

"특검수사 종착역이 DJ 희생시키는데 있다면,
비서실장이었던 내가 백 번이라도 책임지겠다"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

'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관련해 산업은행에서 현대그룹으로 대출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한광옥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송두환 특검팀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한광옥씨는 이날 법정 대리인인 노관규 변호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화해와 진전 과정에서 발생된 모든 문제에 대해 만약 책임질 일 있으면 '국민의 정부' 비서실장인 본인이 책임지겠다"면서 "실무적인 업무처리에 관여된 이근영, 이기호씨의 사법처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특히 한씨는 "특검수사의 종착역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희생시키는데 있다면, 이분을 직접 모시고 정책을 집행했던 비서실장인 한광옥이 백 번이라도 책임지고 가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노관규 변호사가 이날 오후 5시 20분경 특검기자실을 찾아와 밝힌 한광옥씨의 입장 전문.

특검에서 궁금한 모든 사실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나는 데로, 나지 않은 것은 안나는 대로 사실을 다 밝혔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화해와 진전 과정에서 발생된 모든 문제에 대해 만약 책임질 일 있으면 '국민의 정부' 비서실장인 본인이 책임지겠다.

특히 실무적인 업무처리에 관여된 이근영, 이기호씨 신병구속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즉각 이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를 중단하라.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그 어떠한 조사나 처리에 대한 분명히 반대한다.

특검수사의 종착역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희생시키는데 있다면, 이분을 직접 모시고 정책을 집행했던 비서실장인 한광옥이 백 번이라도 책임지고 가겠다.

한광옥이 죽어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온갖 수모와 암울한 정치적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상 과소평가 돼서는 아니되며, 대북송금 문제로 남북관계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2003년 6월 5일 한광옥
/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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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원·박지원·이기호 ' 3인 회의 ' DJ, 사전보고 받고 대북송금 묵인


<제1신: 5일 오전 11시 20분>

특검,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소환 조사


a 지난 5월 12일 나라종금 사건으로 서울지검에 출두한 한광옥씨. 지난 2000년 6월 대북송금 당시 한씨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5월 12일 나라종금 사건으로 서울지검에 출두한 한광옥씨. 지난 2000년 6월 대북송금 당시 한씨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북의혹' 사건수사 50일째를 맞고 있는 송두환 특검팀은 산업은행에서 현대그룹으로 대출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해 조사중이다.

한광옥 전 비서실장은 5일 오전 9시 55분경 교도관의 호송을 받으며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때 한 전 비서실장은 "이기호씨로부터 현대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근영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대상선 대출을 부탁한 사실은 없다"면서 "이 돈이 북으로 간 사실도 몰랐고, 엄낙용씨가 국감에서 이야기한 것을 신문을 보고 그때 알았다"고 밝혔다.

또한 한씨는 이기호씨로부터 회의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냐는 질문에 "보고라기보다는 그런 회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현대상선에 관한 것인지 몰랐다"며 "(대북송금과 관련) 남북관계는 긴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돼야 하고 대북송금 문제로 남북관계에 상처가 가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광옥씨를 상대로 2000년 6월 3일 당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산은 총재, 이용근 금감위원장 등이 참석한 조찬간담회 직후 이근영씨에게 대출을 부탁했는지 등 대출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집중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수행비서였던 하모씨를 오전 9시경 소환했다. 하씨는 지난 2000년 3∼4월 사이에 싱가포르 등지에서 4차례 이뤄졌던 송호경 북한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예비접촉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을 수행했던 비서.

특검팀은 하씨를 통해 당시 예비접촉과정에서 김보현 전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이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제3자가 참석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아울러 하씨의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통장 2개의 계좌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하씨의 통장에 지난 99년 12월에서 2000년 1월 사이에 3억원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연결계좌를 통해 일부 뭉칫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는지 여부를 놓고 하씨에게서 자금 출처와 행방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에 하씨는 3억원의 출처에 대해 "부모님이 원래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99년 매각했고 매각대금 가운데 혼례비용과 아파트 대금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현대측으로부터 어떤 돈도 받은 적이 없고 박 전 장관에게도 건넨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팀은 하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다음주 초 박지원 전 장관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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