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장 초입의 모습최성수
비탈 밭을 하얗게 뒤덮은 메밀꽃이 강원도 평창과 횡성의 독특한 풍경인 때가 있었습니다. 이효석의 소설에 나오는 표현대로, 달밤에 보면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던 그 풍경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내 고향 안흥도 한때는 산비탈의 손바닥만한 틈만 있는 곳이면 메밀을 심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메밀을 심지 않습니다. 그저 어쩌다가 메밀 음식을 전문으로 내는 식당 주변에 '우리 식당에서 재료로 쓰는 메밀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하는 전시용으로 심어 놓은 것 정도가 눈에 띌 뿐입니다.
평창에 가면 제법 넓고 큰 메밀밭을 구경할 수 있지만, 그것도 예전처럼 아무 곳에나 가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요즘 들어 메밀이 성인병 예방에 좋다느니, 건강식품이라느니 하는 연구들 덕분에 메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는 있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메밀 음식을 찾아 먹으려면 일부러 발품을 팔아야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6일, 고향에 갔다 오다가 횡성 장에 들렀습니다. 마침 장날이라 구경 삼아 들린 것이지요.
평소에는 주차장과 도로인 곳을 막고, 장날이면 노점상이 빼곡하게 들어찹니다. 사람들도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습니다.
“횡성 장이 이제 이 근동에서는 가장 큰 장일 거야. 장사도 제일 잘 된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