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김민수
해발 1800미터에 이르니 구상나무의 두 가지 모습이 대조적이다. 푸른빛을 더해 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이제 푸르름은 다 벗어버리고 우뚝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구상나무가 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그렇게 이 천 년도 모자라 썩어서 천 년, 그래서 삼 천 년을 산다는 주목과 닮은 나무,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구상나무도 최소한 살아 천 년의 세월을 이미 훌쩍 넘겨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히 그 앞에 서있을 수가 없다.
한 자리에서 인고의 세월, 모진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을 구상나무의 삶은 깊게 패인 주름살 같은 구상나무의 나뭇결로 알 수 있다.
고교를 졸업한 후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중에서 유독 만나고 싶었던 문학을 사랑하던 친구가 있었다. 30대 중반 절친했던 친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 친구 생각이 더욱 간절했는데 이미 그 친구는 30대에 접어들기도 전에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차라리 찾지 말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우리 사람의 삶이란 그렇게 짧은 것 아닌가 생각하며 떠올렸던 나무가 주목이었다. 비록 주목은 내 곁에 없지만 구상나무는 주목과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인고의 세월을 그 한 자리에서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주목처럼, 구상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