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갈등'의 주범은 정치인"
주민과 갯벌, 모두 사는 대안 찾자

[대안모색 토론회] 해양 생태관광 · 풍력발전 단지 등 거론

등록 2003.06.13 21:31수정 2003.06.15 13:32
0
원고료로 응원
a 12일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새만금, 대안은 있다' 토론회

12일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새만금, 대안은 있다' 토론회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전북도민의 새만금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집착은 곧 전북도민의 위기의식이나 아픔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북의 불안감을 해소할 사회적 보장책을 만드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수도권 집중과 국토불균형개발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소외감에 대한 이해와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장)

12일 오후 1시 명동 은행협회회관에서 열린 '새만금, 대안은 있다' 토론회에서는 "전북도민의 입장에서 협의가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새만금 4공구 방조제 공사를 둘러싸고 격렬해진 환경운동가와 전북도민의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이들은 전북도민의 새만금 사업 강행입장을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강실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의장은 "환경보존을 외치는 사람들을 전북발전을 저해하는 음해세력으로 매도하는 주민의 모습에서 전북이 겪은 소외와 차별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ADTOP@

a 이강실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의장

이강실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의장 ⓒ 권박효원

이 상임의장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환경운동단체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가 농업기반공사의 말을 들으면 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농업기반공사의 말을 더 많이 듣는 주민들은 환경단체가 전북을 질투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방조제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주민들로부터 폭행당한 환경운동가들 역시 "지역주민하고 싸울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 들어가기 전 비폭력 무대응을 원칙으로 삼은 것도 "운동이 지역주민과의 갈등 문제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주민들을 앞세운 농업기반공사에 대항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갯벌을 살려야 어민도 산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찾은 환경운동가 입장에서는 경찰이나 용역직원들의 진압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 지역주민들의 반응이다. 장지영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경찰에게 둘러싸인 채 지역어민들이 자신들의 가난을 호소하는 것을 듣는 상황이 무척 속상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지역주민, 모두 피해자"

이강실 상임의장은 새만금 갈등의 가장 큰 주범으로 정치인들을 꼽았다.

이 상임의장은 "전북발전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환경보존을 주장하는 사람은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의 희생자"라고 분석했다. 애초부터 새만금 사업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수립된 계획이며, 이후 전북 정치인들이 새만금 사업에 대해 환상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a 이재규 전북시민행동21 대표

이재규 전북시민행동21 대표 ⓒ 권박효원

실제로 1986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북도민의 정서를 달래기 위해 새만금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반대한 것은 환경단체가 아닌 정부 경제부처였다.

91년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영수회담에서 새만금사업의 이행을 촉구했고 여야는 사업에 필요한 추경예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 뒤 정치인들은 새만금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권력유지를 위한 공약으로 삼았다.

이재규 전북시민행동21 공동대표는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는 아무런 근거없이 복합산업단지 개발안을 주창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 어디에서도 이런 안을 내놓지 않았음에도, 전북도청의 '희망사항'이 완결된 구상인 것처럼 주민에게 주입된 것이다.

실제로 새만금 찬성집회에 참가한 전북도민들은 "농지를 만들어서는 수지가 안 맞지, 산업단지로 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도 새만금 간척사업은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의 몫이다.

장재연 소장은 "한계산업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농업과 농토목 분야가 전북도민의 염원을 잘 타고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전북언론들의 보도태도 역시 문제로 꼽혔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전북언론들이 워낙 편파적이어서 주민 설득이 어렵다, 지역언론들의 경제사정이 열악해 전북도의 도움이 없으면 활동이 어렵다"고 전했다.

축소복합단지·해양생태관광·풍력발전단지..."전북도민 정서 맞는 대안 마련해야"

a 축소복합단지와 관광특구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오창환 교수

축소복합단지와 관광특구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오창환 교수 ⓒ 권박효원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이 내놓은 대안들은 '전북도민의 정서에 맞는 것, 새만금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그대로 전북발전을 위해 사용할 것' 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환경운동이 지역주민을 안심시킬 가시적 대안이나 정치적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굳이 '방조제 중단' 구호를 내걸어 주민을 자극하지 말고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창환 교수는 현재까지 건설된 방조제 안쪽에 항만과 축소된 복합단지를 구성하고, 갯벌과 고군산도 해상공원을 묶어 해양생태 관광특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교량을 건설해 2010년도까지 서해안시대 산업거점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새만금 갯벌을 동북아 국제관광 및 정보 중심지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해수가 유통되어 살아남은 갯벌은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채취장으로 제공된다.

오 교수는 "농지조성에 드는 비용은 4조1000억이지만 교량과 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소요되는 2조 5000억으로 차액을 새만금 항구로 용도변경하여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 이필렬 대표가 외국의 해양 풍력발전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필렬 대표가 외국의 해양 풍력발전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권박효원

이필렬 에너지대안센터 대표는 "방조제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만들어 전북을 한반도 풍력발전 중심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안에 따르면, 현재 방조제 양쪽에 풍력발전기 164개를 세울 수 있다. 이 풍력단지는 어지간한 화력발전소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현재 10% 수준인 전북의 에너지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이 대표는 "360메가와트 풍력단지 건설비용은 46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북에 풍력발전기 생산공장이 유치되면 장기적인 풍력발전기 연구개발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고용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며했다.

우석훈 경제학 박사는 "한 가지 방안만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며 "한 사업안을 중심으로 가능한 모든 '옵션'들을 배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새만금의 대안마련은 시간이나 인력면에서 NGO에게만 맡겨두기 어렵다"며 "정부가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에어컨이나 난방기 없이도 잘 사는 나라? 에어컨이나 난방기 없이도 잘 사는 나라?
  4. 4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5. 5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