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끌어안기, 나야말로 적임자!"

[현장] 한나라 대표경선 호남연설회... 갖가지 공약 발표

등록 2003.06.16 20:55수정 2003.06.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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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한나라당 대표 경선 주자들은 광주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호남과의 갖가지 연고를 강조하면서 '호남 끌어안기'에 힘을 쏟았다.

16일 오전 10시 광주 구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 광주·전남·전북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경선 주자들은 참석한 2500여명의 호남지역 선거인단을 상대로 열띤 유세전을 펼쳤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나라당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적임자"라며 "총선에서 승리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호남지역이 한나라당의 전통적 취약지라는 것을 의식한 각 후보들은 호남지역 총선후보들을 전국구 상위순위에 배정하는 등 호남배려 공약을 앞다퉈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연설회에서는 타 후보에 비해 김덕룡, 서청원 후보가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서로 '약점 드러내기'는 삼가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는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나야말로 당 대표 적임자"…"전국구로 호남 배려할 것"

본격적인 합동유세에 앞서 인사말에 나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호남을 포용하자"고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표는 "동서의 벽을 허무는 것은 정치권 제1과제"며 "호남포용없이는 지역장벽을 허물 수 없고 당의 외연확대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표는 "(대선 직후) 많은 사람이 한나라당의 이탈을 걱정했지만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강조해 조직의 단결력과 향후 예상되는 정계개편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a 서청원, 최병렬, 강재섭 후보(사진 왼쪽부터)

서청원, 최병렬, 강재섭 후보(사진 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합동연설회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서청원 후보는 "당을 혁명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서 후보는 "지난 1월 대표직 사퇴 후 엄청난 고뇌를 했다"면서 "나라가 어려운 상태에서 지도자를 지낸 사람이 뒷짐만 질 수 없어 (경선에) 나왔다"고 주장해 자신의 불출마 선언 번복의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서 후보는 "노무현 정권은 신당타령만 하면서 무너진 경제를 돌보지 않는다"면서 "한나라당이 다시 거듭나 경제를 살리고 지역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후보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당 대표가 돼서 당을 혁명적으로 쇄신해 총선승리로 이끌겠다"며 "최소한 호남지역에 전국구 3석 이상을 보장할 것"이라고 호남지역 선거인단을 겨냥했다.


최병렬 후보는 "납치사건이 신문을 장식하고 북핵 문제로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등 우리나라는 위기상황이지만 청와대 사람들은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언론을 탄압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찾으며 공무원을 홍위병으로 조직하려는 대통령을 용서할 수 있겠냐"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다.

최 후보는 "준비된 대표로서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겠다"며 "수구, 반통일 등 터무니없는 누명을 쓴 한나라당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호남관련 공약과 관련해 최 후보는 "광주-전남-전북 각 1석씩 비례대표를 높은 순위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 후보는 연설 시작전 "당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김덕룡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며 김 후보를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강재섭 후보는 "젊음으로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 후보는 "한나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구적 이미지가 있다"고 꼬집고 "젊은 내가 전투에서는 이기지만 전쟁에서 지는 패배의 이미지를 벗기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고 역설했다.

강 후보는 "작년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대표가 된다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며 자신이 대표가 되면 "당내에 제2창당 기구를 구성하고 당명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와 관련해 강 후보는 "이 정권은 토론공화국이라지만 대통령과 각료는 없고 생수장사 동업자들만 말을 한다"며 "호남지역을 광산업 도시로, 예술문화관광단지로 만들기 위해 노 대통령이 정신차리도록 한나라당이 들고 일어서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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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재오, 김덕룡, 김형오 후보(사진 왼쪽부터)

이재오, 김덕룡, 김형오 후보(사진 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강성관

네 번째 연설자로 나선 이재오 후보는 "한나라당을 바꿔 5년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당으로 만들겠다"며 대표경선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는 "정권창출에 실패한 것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미래를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은 훌륭한 역사도 있었지만 지난 36년간 권력의 중심에서 정경유착, 언론탄압, 광주학살 등 부끄러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기억되고 있다"며 "국민과 시대는 과거 권력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에게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제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며 "지구당은 시민단체 성격으로 바꿔 시민생활속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덕룡 후보는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국민이 자신을 지지한다"면서 지지세를 과시했다. 김 후보는 "문화일보와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고 "영남에서도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며 자신을 지역통합의 적임자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광주시민이 노풍을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내가 당대표가 되면 김덕룡 바람이 불어 호남지역에서 지역구 당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 동안 정치생활에서 누가 일관되게 개혁행보를 걸어왔냐"며 "자신이 대표가 돼야 국민이 한나라당의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전국구를 약속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구태의연한 선거에 이용당하면 안된다"며 "나와 같이 지역쿼터제를 공약으로 도입한 사람이 없다"고 말해 호남선거인단의 표심을 단속했다.

a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2500여명의 광주․전남․전북지역 선거인단이 참석해 후보들의 정견을 경청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2500여명의 광주․전남․전북지역 선거인단이 참석해 후보들의 정견을 경청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김형오 후보는 세대교체론으로 표심에 호소했다. 김 후보는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당이 침몰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출마했다"며 "(대선패배와 낡은 정치인들과 같은) 이런 얼굴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김 후보는 내년 총선승리 조건으로 ▲지역구도 격파 ▲청년층의 흡수를 꼽고 "당 대표가 되면 지역주의와 세대의 담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구도를 허물기 위한 방법으로 김 후보는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전국구를 100석으로 올리는 한편, 취약지구는 이중등록을 시켜 석패율을 적용해야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최소한 호남에서 9석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후보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의 혼탁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줄세우기와 돈선거를 하면서 어떻게 대표를 할 수 있겠냐"며 "김형오가 받는 표가 가장 깨끗한 표다"고 주장했다.

광주항쟁 열흘 취재, 명칭, 교도소 복역까지...
호남 연고도 가지가지

'불모지'라 불리는 호남지역 선거인단 공략에 나선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은 저마다 호남과 자신의 인연을 총동원해 눈길을 끌었다.

서청원 후보는 "조선일보 기자시절 5·18항쟁을 열흘간 취재하면서 현장을 목격해, 광주에 오면 슬프고 괴롭다"고 말해 광주와 맺은 인연을 밝혔다. 또 "치안마비상태에서 단 한건의 강·절도 사건이 없어서 광주시민의 위대함을 봤다"며 호남선거인단을 추켜세웠다.

최병렬 후보는 "88년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시 광주사태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 내 작품"이라며 공식적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게 만든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최 후보는 "나는 화순(和順) 최씨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재섭 후보는 "75년부터 2년반동안 광주시 산수동과 지산동에서 살았다"며 "김덕룡 후보를 빼고 호남에서 내가 제일 오래 살았다"고 말해 선거인단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충무공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인용해 "호남을 뺏기면 한나라당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후보는 "강 후보가 잘못 알고 있다"며 "광주교도소에서 3년을 복역하고 수배시절 2년간 호남지역 절에서 숨어지낸 것을 합치면 호남에서 5년을 산 셈"이라며 강재섭 후보의 발언을 받아쳤다.

김덕룡 후보는 출신지가 호남이어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보였다. 김 후보는 "객지에 보낸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형제의 마음으로 나를 지원해준 고향의 동지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해 전북지역 선거인단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형오 의원은 호남인들에게 친숙한 무등산 등을 거론하며 "호남은 민주화의 성지이며 강줄기, 산줄기에는 영웅의 전설과 민초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는 문학적 표현으로 선거인단의 감성을 자극했다.

한편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은 호남지역이 한나라당의 취약지대인 점을 의식해 호남지역 한나라당원들의 고충을 위로했다. 김덕룡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호남지역 당원들을 '독립운동가'로까지 비유하며 호남지역 당원들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김덕룡 후보는 "중앙당이 이제껏 호남지역 당원들을 개밥의 도토리같이 냉대했다"며 "호남지역 소외의 악순환을 내가 끊겠다"고 주장해 다른 후보들의 발언과 대조를 보였다. / 이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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