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너나 할 것 없이 인라인 스케이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요즘.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응급실에는 인라인 스케이트에 의한 부상자가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또한 월드컵 이후부터는 축구 열풍까지 불어 부상당한 조기 축구회 회원들도 꽤 많이 찾아온다는군요.
손자의 콧 속에 들어간 콩을 못 빼 죄책감에 휩싸인 할아버지, 오토바이를 타다가 반신불수가 될 뻔한 10대 비행 청소년, 아픈 아기 옆에서 같이 울어버리는 초보 신혼 부부, 그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마 환자 등 그의 치료를 받은 환자들 사연을 듣고 나니 각양 각색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김씨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무연고 환자'입니다. 어제는 친지나 가족들에게 연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한 환자가 끝내 홀로 세상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임종을 앞둔 그 환자를 끝내 살려내지 못한 것도 미안한데, 가장 마음 편히 행복하게 가야 할 마지막 순간마저도 지켜주지 못한 것 같다며 연신 씁쓸해 합니다.
"또 한번 버림받았다라는 생각으로 생애를 마감하게 되는 거잖아요."
김씨는 무연고 환자에 대한 안쓰러움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입을 열기가 무섭게 쉴새없이 말이 쏟아져 나오며 급기야 적잖은 흥분에 말의 속도가 빨라지기까지 합니다. 연이어 그는 제대로 된 장례 문화의 장려까지도 언급하며 무연고 환자의 뒤안길에 짙은 애잔함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