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3) 한라산 관음사

현무암 부처님이 숲길 이룬 곳

등록 2003.06.18 07:54수정 2003.06.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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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습기를 머금고 있는 새벽 공기는 마음을 상쾌하게 해 준다. 어느 곳에서도 아침 공기는 청량감을 주겠지만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지방 산사에서 들이 마시는 아침공기는 별다른 기분을 만들어낸다.

새벽 산사는 낮에 찾는 산사와는 또 다른 뭔가를 느끼게 한다.
새벽 산사는 낮에 찾는 산사와는 또 다른 뭔가를 느끼게 한다.임윤수
아직 주변이 밝지 않아 어두컴컴한 새벽 산사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는 생각하는 것 보다 멀리 퍼진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계속되는 목탁소리에 스님의 불심 실린 염불소리가 마음 한 구석을 밀고 들어온다.


리듬에 실린 염불소리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그런 분위기임은 분명하다.

현무암 돌계단 위에 현무암 불상이 나란하다. 마치 부처님 터널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현무암 돌계단 위에 현무암 불상이 나란하다. 마치 부처님 터널로 들어서는 기분이다.임윤수
역사적 애환이 서려있는 5.16도로를 따라 제주시에서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다 제주대학교를 지나 조금 더 가게 되면 오른쪽으로 1117번 지방도, 산록도로가 시작된다.

집 한 채, 마을 하나 볼 수 없는 한적한 산길을 따라 10여분 가게 되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갈라진 길은 멀지 않게 다시 합쳐지기 때문에 관음사를 가는 길은 어느 곳으로 가도 된다.

불이문을 들어서도 현무암 제단 위에 현무암 부처님이 나란히 계신다.
불이문을 들어서도 현무암 제단 위에 현무암 부처님이 나란히 계신다.임윤수
제주도는 전역이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제주도의 많은 특산물 중 하나가 바로 흔하디 흔한 현무암이 아닌지 모르겠다. 제주도를 바람과 여자 그리고 돌이 많아 삼다도라고도 한다더니 정말 돌이 많기도 하다.

흐르던 용암이 그대로 굳어버린, 금방이라도 다시 흐를 것 같은 형상에서부터 온갖 형태의 검은색 돌들이 천지를 이루고 있는 곳이 제주도다.


저만치 대웅전이 보인다.
저만치 대웅전이 보인다.임윤수
제주도를 일주하다 보면 가공되어 반듯반듯하게 네모난 돌로 차곡차곡 쌓여진 돌담도 있지만 동네 골목길이나 밀감 밭 가장자리에 엉성하게 대충 쌓여진 담들처럼 현무암 돌담은 제주도 어디에서고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쌓여진 폼 새가 금방 무너질 것 같지만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 것이 제주도 돌담이다. 밭 가장자리에 쌓여진 돌담은 제주도 아낙들의 애환이기도 하단다.


지금이야 상황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생활력이 강한 제주도 아낙들이 돌무덤 같던 황무지를 밭으로 가꾸면서 밭에서 주워낸 돌을 쌓은 것이 돌담이 되었다고 한다.

새벽 예불을 드리는 대웅전 불빛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새벽 예불을 드리는 대웅전 불빛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임윤수
그 돌담을 이루고 있는 돌이 대부분 현무암이다. 이러한 돌담은 엉성한 틈새로 자신이 이겨내지 못할 정도의 바람은 통과시켜 버리며 자신을 지킨다고 한다. 이 돌담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곡식을 쓰러지게 하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하여튼 제주도엔 돌이 엄청나게 많고 그 돌들은 대부분 현무암이다.

대웅전과 영산전 그리고 지금은 자리를 옮긴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이 보인다.
대웅전과 영산전 그리고 지금은 자리를 옮긴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이 보인다.임윤수
섬 전체가 관광지로 연상되는 제주도에도 꽤나 여러 개의 절이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초여름 새벽에 찾아간 한라산 중턱에 있는 관음사는 여느 산사에서 느낄 수 없던 그런 기쁨을 주었다.

관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로 제주도 제주시 아라동 387번지 한라산 중턱인 해발 65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제주도를 관광하는 많은 사람들이 빠트리지 않고 찾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도깨비 도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학적으로야 그것이 착시에 의한 것이든 뭐든 도깨비에 홀린 듯 분명 오르막길임에도 물이 거꾸로 올라가고 자동차가 거구로 기어올라가는 도로가 바로 도깨비 도로다.

현무암 불상 사이로 멀리 범종각이 보인다.
현무암 불상 사이로 멀리 범종각이 보인다.임윤수
제주도에는 도깨비 도로가 두 군데 있다. 그 둘 중 한 곳이 바로 관음사 직전에 있는 제 2도깨비도로로 여기를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잘 정리된 마당에 제주 특유의 돌담이 나오며 좌측으로 절임을 알 수 있는 일주문이 보인다.

주차장에 적당히 주차를 하고 일주문을 들어서면 다시 한번 제주도의 현무암을 실감하게 된다. 키보다 훨씬 높게 현무암으로 쌓여진 제단 형태의 돌담에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수백의 불상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영지에 반영된 돌탑이 자신을 뒤돌아보라는 법문처럼 보인다.
영지에 반영된 돌탑이 자신을 뒤돌아보라는 법문처럼 보인다.임윤수
바로 이런 광경, 까무잡잡하며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한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불상이 양옆으로 즐비한 진입로를 걸어 들어가면서 받게되는 이색적 환희심은 제주도 관음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명이다. 마치 부처님 숲을 들어서는 그런 기분이다.

불이문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좌측으로 영지가 있고 그 뒤쪽으로 범종각이 있다.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우측에 명부전이 있다. 명부전은 지장전이라고도 표현하며 지장보살님이 모셔진 법당이다. 명부전 안쪽으로 스님들이 기거하는 요사채가 있다.

범종각과 대웅전 사이에 있던, 얼마 전 까지만 하여도 그곳에 있었던 커다란 현무암으로 만들어 진 보현보살상과 문수보살상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삼성각이 세워져 있던 자리로 옮겨져 있다. 대웅전 왼쪽으로 조금 올라간 자리에 영산전이 있으며 그 좌측 상단으로 문수, 보현보살상이 옮겨진 것이다.

대웅전을 참배하고 오른쪽으로 약간 돌아 범종각 앞길로 들어서면 일주문 쪽을 향한 길이 있는데, 그 곳에서도 높다란 제단에 모셔진 수 십 개의 현무암 불상을 대하며 걷게 된다. 오른쪽에는 스님들의 사리를 봉안해 놓은 부도가 모여 있는 부도군이 있다.

고혼이 잠들어 있을 부도군이 삶의 의미를 생각게 한다.
고혼이 잠들어 있을 부도군이 삶의 의미를 생각게 한다.임윤수
새벽의 조용한 산사, 조금은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관음사를 한바퀴 돌다보면 미워했던 마음, 집착했던 마음, 그리고 여유 없던 마음에 온기가 드는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넉넉함이 생겨나며 편안해 짐을 경험하게 된다.

관음사를 돌아보고 나오면 산록도로(山麓道路)를 따라 어디고 이동하게 된다. 산록도로란 말 그대로 "산기슭 도로"를 말하겠지만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슴(鹿)들이 살 수 있는 수풀 속 자연 도로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새벽 산사는 조용했지만 마음에 일렁이는 환희심은 적지 않았다.
새벽 산사는 조용했지만 마음에 일렁이는 환희심은 적지 않았다.임윤수
산록(山麓)의 록(麓)자는 수풀(林)과 사슴(鹿)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글씨다. 사슴이란 동물은 오염되지 않고 울창한 숲 속에서 생활하는 명물이기도 하다. 산록이라는 도로 명 하나 만으로도 관음사 앞길의 고요함과 풍요로운 자연미를 대신 할 수 있을 듯 하다.

도로의 운치를 느낄 수 있도록 도로 명을 산록으로 지정하여 사용하고 있음에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지혜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산 속의 길이야 어느 곳에서도 푸르겠지만 특히 이곳 산색이 아름답기에, 명산의 푸르름이 한결 같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기에 그냥 도로명칭이 산록도로라고 설명해도 될 듯 싶다.

직접 눈으론 볼 수 없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넘실대고 있을 파도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을 한라산 녹음 속에 자리한 관음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관음사는

관음사는 제주도의 30여개 말사를 관장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다. 제주에 잡신이 많다 하여 조선 숙종 때 제주 목사였던 이형상(李衡祥)이 많은 사당과 함께 사찰 500동을 폐사 하였을 때 폐허가 되었으며 창건자 및 창건 연대는 미상이라고 한다.

현재의 관음사는 비구니 안봉려관(安逢麗觀)이 승려 영봉(靈峰)과 도월거사(道月居士)의 도움으로 1912년에 창건한 것이다. 처음에는 법정암(法井庵:관음사의 전신)이라 하였으며 창건 당시 불상과 탱화는 용화사(龍華寺)와 광산사(匡山寺)에서 옮겨 왔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의 12개 사찰 중 마지막에 기록되어 있으며,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고려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 4·3사건(1948년) 말기 유격대와 군 토벌대의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하며, 군 주둔지로 이용되기도 하여 제주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토벌대에 의해 모두 소실된 것을 1968년 복원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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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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