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면 농협에서 열린 친환경 농산물 특별강연. 실험실에서 배양된 미생물 발효촉진제를 선 보이는 강사.전희식
태풍이 폭우를 몰고 온다는 일기예보에 이것부터 할까 저것부터 할까 아침부터 나는 정신이 없었다. 맞아. 이럴 때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해. 급한 것부터 하자. 하지만 이걸 먼저 하자니 저게 급한 것 같고 저걸 하자나 이게 급한 것 같았다.
전주대학교에서 개발하여 지난 달 소양농협 강당에서 두 시간 동안 특강 때 선보였던 이엠(EM) 액제를 꺼내려다 말고 나는 뒤안에 묻어 둔 독에서 호박효소를 한 바가지 퍼 왔다. 오늘 밤까지는 비가 안 오겠지. 그럼 충분해. 두 시간만 햇볕이 나면 되니까.
휴대용 분무기에다 호박효소를 부어넣고 오이 잎사귀에 뿜어 주었다. 진딧물이 어찌나 많은지 잎사귀가 남아나지를 않는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살판 났다고 설쳐대도 역부족이다. 효소액은 진딧물 알에는 두꺼운 피막을 만들면서 부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진딧물 애벌레에는 점도 높은 효소액이 몸에 달라붙으면서 몸이 오그라들게 하여 죽게 된다.
목초액은 예방제로 쓰이고 효소액은 진딧물 잡는 킬러다. 약하게 감식초를 타서 뿌려도 된다. 그러면 역시 진딧물 알이나 유충의 피부가 녹아버려 죽는다.
비가 오면 진딧물은 제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습기 찬 날씨에 번식이 왕성하다. 나는 진딧물을 우선 물리친 다음에 개선장군이 되어 의기양양하게 다른 밭으로 향한다. 리어카에는 해야 될 모든 일의 모든 도구가 다 실렸다. 내려 보지도 못하고 그냥 되가져 올 도구들이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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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한 들깨들이 깡마른 밭에서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고 꼿꼿하게 서 있다. 새들이가 들깨 죽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함께 옮겨 심었던 콩은 전부다 말라 죽어 있었다. 들깨도 참깨 심었던 곳을 갈아엎고 심은 것이다.
두벌일 하자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 그 새 풀만 무성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우를 걱정하면서도 반기는 속내가 여기에 있다.
오늘이나 내일 비가 안 오면 지난 일요일에 100여 평 이상 심은 들깨들이 다 말라 죽는다. 도랑에서 물을 끌어다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달포 전에 참깨를 심었을 때도 연 사흘간 물을 끌어다 새들이와 밭 늦게까지 뿜어주었다. 그럼에도 가뭄에 콩 나듯 하고는 다 말라 죽었다. 까치가 다 잡숴 버린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