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장은 ‘투명행정’ 포기했나

조두남기념관 추진과정 공개거부...정보공개 ‘법’ 들먹이며 ‘법’ 위반

등록 2003.06.25 11:03수정 2003.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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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곤 마산시장이 역사왜곡 비난을 사고 있는 ‘조두남기념관’과 ‘노산(이은상)문학관’ 추진과정에 대한 자료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마산시장은 24일 <경남도민일보>가 청구한 △조두남기념관 테마공원 설계자문위원 및 전시부문 설계자문위원 명단과 회의록 △조두남기념관 건립촉진모임 건의자 명단 △노산문학관 건립추진 건의자 명단 및 건립추진위원 회의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 황철곤 마산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 경남도민일보

황 시장은 비공개 사유에 대해 “정보공개법 7조1항 제5호 및 6호에 의거, 의사결정과정인 회의록과 이름 등의 공개에 의하여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의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황 시장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투명한 공개행정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정·공포한 국무총리 훈령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발령한 총리 훈령 ‘행정정보 공개의 확대를 위한 지침’ 제5조 3항은 ‘주요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생산되는 연구보고서·회의록 또는 시청각자료 등의 정보’는 아예 공개청구가 없더라도 공개해야 할 목록으로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 시장의 이번 비공개 결정은 지난 97년 총무처가 전국 행정기관에 내려보낸 정보공개법에 대한 유권해석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비공개 사유 총리훈령·정보공개법에 배치
여성정책위원 명단은 개재…일관성도 잃어



당시 총무처는 ‘정보공개제도 운영요령’을 통해 마산시가 비공개 사유로 내세운 법 7조 1항 6호(개인정보)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내렸다. 즉 ‘심의회 등 위원 명부와 같이 공표를 목적으로 작성 또는 취득한 정보’를 ‘공개가능한 개인정보’로 규정한 것이다.

이 법은 또한 ‘공개하는 것이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의 경우는 ‘개인에 관한 정보’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마산시는 또 이번 명단 및 회의록 비공개와 대조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정보화촉진실무협의회’와 ‘여성정책발전위원회’‘청소년실무위원회’의 위원명단을 전화번호까지 공개해놓고 있는 것을 비롯, 55개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 명단을 모두 밝혀놓고 있어 스스로 행정의 일관성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따라서 마산시의 이번 조치는 법 조항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여론의 비판이 예상되는 불리한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폐쇄행정’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실무공무원은 “조두남기념관 문제가 최근 민감한 현안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인데다, 위원들 중에서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많아 위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앞장서 정보공개에 나서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한 공무원은 “각종 위원회 위원 명단의 경우 이번 총리훈령에도 공개하도록 해놓았을 뿐 아니라, 공공의사결정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개하는 게 공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해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정보공개 투명지수 ‘낙제점’

a 위원명단과 회의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결정한 마산시장의 통지문(사진 위)과 마산시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은 여성정책위원 명단들.

위원명단과 회의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결정한 마산시장의 통지문(사진 위)과 마산시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은 여성정책위원 명단들.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4일 마산시를 상대로 행정정보 공개청구를 해본 결과 ‘황철곤 마산시정’의 투명지수는 거의 낙제점에 가까웠다. 지난 96년 말 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조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황철곤 시장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행정편의를 우선시했고, ‘행정의 투명성’보다는 비판여론을 차단하는데 급급하는 느낌을 줬다. 그 이유는 이렇다.

마산시는 우선 법22조를 위반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일반 국민이 공개대상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문서목록 등을 작성·비치하여야 한다”는 법조항에도 불구하고 시는 이를 무시했던 것.

다른 행정기관의 경우 정보공개 주무부서인 민원실 등에 문서목록을 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이 목록을 누구든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그러나 마산시의 경우 인터넷은커녕 주무부서 담당공무원이 그런 목록이 있는지조차 몰랐고, 그런 법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 민원실의 담당공무원은 “공개대상 문서목록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우린 그런 것 없다”고 답했다.

또한 법9조 1항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2항 “부득이한 사유로 제1항의 기간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때에는…연장이유를 청구인에서 지체없이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정면으로 어겼다.

청구일인 지난 4일로부터 계산하면 19일까지 결정통지를 해야 함에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취재진이 20일 오후 전화를 통해 채근을 하자 그제서야 “통지를 하겠다”고 답변했고, 21일에야 이메일을 통해 결정통지문이 배달됐다.

조두남기념관 등 관련 문서 ‘부분공개’결정
알 권리보다 행정편의·비판여론 차단 급급


조두남기념관과 노산(이은상)문학관에 대해 황철곤 시장은 결국 ‘부분공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념관 건립촉구 건의자 명단이나 설계자문위원 명단·회의록 등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경남도민일보>에 전달된 자료는 △조두남기념관 설계자문위원의 숫자가 10명이며 △노산문학관 건립추진위원 수는 8명 △회의수당 30만원 지출 △건의문 사본 4건에 불과했다. 시는 심지어 건의문 아래에 표기된 건의단체의 이름까지 지워버렸다.

96년 정보공개법 제정 이후 총무처와 행정자치부 등 정부는 수없이 많은 지침과 훈령을 통해 구체적인 운영기준을 내려보냈다. 그 중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대상 문서목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결정통지 기한 15일 이내라 하더라도 가급적 10일 안에 공개여부를 통지해줄 것 등을 요청해왔다. 또한 유권해석을 통해 ‘위원회 위원명단’이나 ‘주요정책의 의사결정과정’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개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고건 국무총리가 훈령까지 제정해 “국민의 청구가 있기 전이라도 미리 공개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른 ‘사전공표 대상 정보’를 구체적으로 예시까지 했다. 이 예시에는 ‘정책결정 관련 회의(위원회, 협의회, 심의회) 결과 공개’가 명시돼 있다.

물론 마산시도 그동안 ‘지역정보화촉진실무협의회’와 ‘여성정책발전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전화번호는 물론 ‘청소년실무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심지어 미성년자의 이름과 소속까지 인터넷에 밝혀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두남기념관 및 노산문학관 관련 위원회의 위원명단은 물론 단체이름조차 철지히 비밀에 붙인 것이다. 이는 결국 조두남기념관의 전시내용이 친일파 윤해영을 독립투사로 왜곡하는 등 역사고증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게 불리하면 비공개, 유리하면 공개하는 법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공동대표는 “국정기밀을 다루는 청와대의 국무회의록도 공개하는 마당에 마산시의 비공개 조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까지 제기해 전국적으로 망신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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