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쇠'들이 전해주는 묵직한 감동

[오마이 추천 주말가족여행] 남양주 '모란 미술관'

등록 2003.06.26 08:28수정 2003.06.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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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246-1.

모란미술관 전경
모란미술관 전경최승희
승용차로 경춘선을 타고 마석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언덕 위로 자그맣게 꾸며진 조그만 조각공원이 하나 나온다. 바로 모란미술관이다. 언덕 위에 움푹 패어 들어간 조그만 입구가 보일락 말락 하는 이 조그만 이술관은 나에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공간이다.


일반 사람들은 남양주 모란공원하면 으레 공원묘지를 떠올리는데 사실 묘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모란미술관은 꽤 전통이 오래 된 야외조각장이자 현대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곳이다.

조각을 전공한 나로서도 십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이곳은 참 각별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당시 대학시절 선배들과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석의 조그만 마을인 '파위리'에 작업실을 꾸며 놓고 작업을 할 때였다. 당시 작업실 멤버 중에는 이 조그만 미술관의 친구가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었다.

작업실을 놀러 갈 때는 으레 이 작은 미술관을 거쳐서 작업장을 가곤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잘 단장이 되어 있지 않고 어수선한 풍경이었지만 유독 모란미술관에 있는 조각작품들만은 나에게 푸근한 설레임을 주곤 했다.

게오르기 차프카노프의 작품 [개]
게오르기 차프카노프의 작품 [개]
특히 나는 그 조각품들 중에서도 불가리아의 조각가 게오르기 차프카노프의 고철로 만든 개를 특히나 좋아했었다. 한동안 그 앞에서 멍하니 고철덩어리를 붙여 만든 개와 무슨 대화를 그렇게 오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꽤 정감이 갔던 조각품이었다.

10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모란미술관은 이제 명실공히 조각공원과 현대작품 전시장으로서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휴식처로서 손색이 없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잘 꾸며진 정원과 요소 요소에 배치된 조각품을 따라 걷는 잔디밭 길.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의 호수며 뒷뜰의 넓은 인공호수는 가족들이 함께 와 하루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자연공원의 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
나들이 나온 가족들
일요일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경춘선을 시작하는 길쯤에 위치한 터라 최종 목적지가 되지 않고 중간 경유지로 인식되고 있는 모란미술관은 실상은 하루동안 보아야 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품 하나 하나엔 작가들의 철학이 담겨 있고 그 돌과 쇠들이 전해주는 묵직하고도 잔잔한 감동은 오랫동안 씹고 음미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쌀밥과도 같은 맛이기 때문이다.

모란미술관은 1990년 4월 28일에 개관했다. 올해로 13년째가 되는 셈이다. 초창기 모란미술관은 사람들의 쉼터라기보다는 작가들의 작업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작업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외의 우수한 현대 미술 작품들을 수집하고 소장하며 그 미술품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현대 미술을 위한 공간으로,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충만시켜주는 조각과 자연의 공간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본주 작가의 [이 대리의 백일몽]
구본주 작가의 [이 대리의 백일몽]
처음엔 미술관의 조각이 놓여 있는 8600여 평의 공원이 작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공원 곳곳에 있는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보면 오히려 하루가 모자라다는 느낌이 다가 올 것이다.

주요작품들 중 특히 내가 좋아하던 게오르기 차프카노프의 개를 비롯해 1992년에 모란 국제 조각 심포지엄때 만들어진 작품들과 국내외 유명작가들이 기증한 조각품들이 있으며 본관 실내의 제 1,2,3,4전시실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설, 기획전들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가면 나무 그늘에서 돗자리를 깔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통나무로 지어진 카페와 곳곳에 야외 노상 카페가 있어 미리 마련한 음료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바그너 협회에서 공연을 해 주목을 끌었던 야외음악당이 있는데, 한 여름 공연이 있는 날을 택해 찾아간다면 더욱 근사한 휴식처가 될 것이다.

호수가 보이는 조각공원
호수가 보이는 조각공원
현재 나는 조각이란 작업에서 오랫동안 손을 떼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한때 작업과 생계란 일상의 한계점에서 고통받으며 갈등하던 나에게 게오르기 차프카노프의 개는 나에게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실 잘 만드는 것보다 잘 감상하는 게 더 큰 즐거움일 수도 있어... 어떤 것을 더 잘 알기 위해 작업이 아닌 생활인으로서 즐거운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래... 그렇게 즐겁게 살라구..."

물론 그건 온전히 나의 생각이었다. 모란공원에 있는 조그만 무쇠로 만든 개는 그런 나를 늘 다독거려 주었다. 한눈에 보이는 조그만 조각공원.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뭐야...'하고 푸념부터 했던 모란미술관.

노천카페
노천카페
찬찬히 보기보다는 설렁설렁 휘~익 한바퀴 돌고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어디론가 떠날 준비부터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있었다.

조각과 대화를 해 보았는가? 고철 덩어리를 주워다 만든 그 작은 개랑 삶의 퍽퍽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가? 공간이 넓다고 볼 것이 많은 것은 아니다. 모란미술관을 가면 항상 기억해주시길...

거기에 상처받은 어떤 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달래주던 게으르기 차프카노프의 작은 고철덩어리 개가 있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개와 대화를 한번 나눠보시라. 일상에 관해….

공원내의 작은 인공호수
공원내의 작은 인공호수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이용

1. 버스 이용
청량리, 위생병원, 구리, 도농동, 남양주경찰서, 금곡, 평내 방면에서...
일반버스30,133번버스 / 좌석버스1330,765,3300번을 타고 모란미술관 앞 하차

2. 기차 이용
경춘선 마석역에서 내려(하루 : 하행 4회, 상행 5회 정차) 청평행 시내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

자가용 이용(가평, 청평 방면에서 오실 때)

46번 경춘국도로로 청평, 대성리를 지나 오른쪽 경춘휴게소, 왼쪽 화도휴게소를 끼고 왼쪽방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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