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남타에서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동자승들.김남희
그래서인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바라보는 풍경들이 빛바랜 사진 속의 그것처럼 희미하고 낯설었습니다. 마른 행주처럼 바싹 말라버린 마음은 퍼석거리기만 했고,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도 아무렇지 않아 가슴이 답답했지요.
그 시간 동안 '왜?' '언제부터?' 이렇게 메말랐는지에 대한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겨우 찾아낸 핑계거리 하나는 한 번 내 안의 것들을 모질게 태우고 난 후 아주 많은 것들이 소진되어버린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살면서 다시 그렇게 타오를 수는 없을 것 같아 문득 쓸쓸해지고는 했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 비루한 존재들, 낡고 허물어가는 것들에 머물던 시선은 여전한데 한번 얼어붙은 마음의 벽은 쉽사리 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넉 달을 보내고 라오스로 들어왔습니다. 육로로 국경을 넘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에 끼인 내륙 국가에 들어섰을 때, 이 작고 가난한 나라는 빠르게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앉기 시작했습니다.
돈 버는 일에 있어서 그토록 그악스럽던 중국사람들 틈에서 넉 달을 머문 후 라오스로 들어섰을 때의 그 생경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마을을 돌아보노라면 벌거벗고 멱을 감던 아이들이 수줍게 웃으며 "사바디(안녕)" 인사를 건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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