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고가의 구조물을 철거하는 시연회에 맞춰 폭죽이 터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생태도시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추진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의 기공식이 1일 오후 2시 청계고가 시점인 광교에서 열렸다. 기공식에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한명숙 환경부장관, 동국대 문정희 교수(시인), 유인종 서울시 교육감, 탤런트 최불암씨 등 각계 초청인사와 시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공식에 앞서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식전행사에서는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는 16분 분량의 영상물이 상영됐고, 서울시립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영상물은 노후된 청계고가의 위험성을 알리고, 복원사업의 생산유발효과가 8천억 원이 넘는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청계천 복원공사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식전 영상인사말을 통해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사업이다. 청계천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라는 말로 공사기간 중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이날 식장에 설치된 멀티비전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보내온 축하메시지가 상영되기도 했다.
천주교 명동개발특별위원장 박신원 신부는 "회색 아스팔트와 질주하는 차량에 내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돌려줄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을 반겼고,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은 "공사기간 중의 불편함은 시민들 스스로가 아름다운 서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참아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식전행사가 모두 끝난 오후 2시.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기공식이 시작됐다. 준비된 연단에 오른 이명박 시장은 다시 한번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를 당부했다.
"청계천 복원은 새로운 문명의 창조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공생의 문화를 만드는데 시민 여러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 공사가 끝날 때면 청계천은 지구촌의 귀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한명숙 장관 역시 "(청계천 복원사업은) 개발시대에서 환경시대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향후 사업계획을 철저히 보완, 발전시켜 시민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서울시를 향해 훈수를 두기도 했다.
▲기공식을 마친 뒤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민과 악수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문정희 시인의 축시 '청계천이여, 서울의 푸른 혈맥이여'가 낭송된 후에는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한국기독교총연합 길자연 회장,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영상 축하메시지가 상영됐다. "도시에서 생명의 가치와 더불어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 소설가 박경리가 전한 축하메시지의 내용.
내빈들의 인사말과 축하메시지 상영이 끝난 후 서울시측은 폭죽과 인공안개를 쏘아올리며 청계고가의 구조물을 철거하는 시연을 가지기도 했다.
이날 기공식은 7월의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 진행된 것이라 많은 참석자들이 더위 탓에 불편을 겪었고, 초청된 내빈들의 좌석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일부 초청자가 중간에 돌아가는 등 준비의 미숙함도 일부 드러났다.
<5신: 1일 오후 2시30분>
전노련 정리집회 시작… 한때 기공식장으로 진입 시도하기도
▲청계고가 복원공사 기공식장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자가 경찰의 저지를 받자 옷을 벗은 채 항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1일 오후 2시30분 현재 집회 참가자들은 정리집회를 갖고 있다.
서울시 중구 훈련원 공원을 출발, 을지로를 따라 가두시위를 벌이던 전노련 소속 1천여명의 노점상인들은 을지로 3가 교차로에서 청계천 복원 공사 기공식 현장인 청계천로로의 첫 번째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의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고, 이들은 이어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약 10분간의 행진 후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기공식장으로의 진입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노점상인들은 수십 개의 모래 주머니를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했다. 경찰은 방패를 이용해 이를 저지했다. 경찰과 시위대간의 몸싸움은 약 5분여간 계속됐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다시 대오를 정리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을지로 2가까지 행진을 벌인 참가자들은 오후 1시40분께 다시 기공식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다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집회 참가자들은 기공식장으로의 진입을 포기하고 방송차량을 한데 모아 스피커의 볼륨을 최대로 높인 후 기공식장을 향해 노동요 등을 내보내는 '소음 시위'를 벌였다.
이후 오후 2시30분께 전노련 측은 '소음 시위'를 중단하고, 명동 외환은행 앞으로 이동해 정리 집회를 시작했다.
| | "집행부, 시위 참가자들 선동 말라" | | |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내보낸 '안내방송' | | | | 1일 몸싸움을 벌이며 기공식장으로 진입을 시도했던 전노련을 향해 경찰은 '현장 방송'을 내보내는 '회유책'을 썼다.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대응이 도리어 전노련 측을 자극, 시위 참가자가 경찰 버스로 돌진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소음 시위', '모래 주머니 투척 시위' 등을 벌인 전노련에 다음과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집행부, 선동하지 마십시오. 지금 평화집회를 하시면 저희가 협조하겠습니다. 또 이성을 차리고 냉정을 찾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준법집회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고한 대로 끝까지 행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 방송은 노점상인들을 자극할 뿐이었다. 방송을 듣던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상임의장은 "(방송이) 너무 자극적"이라고 소리치며 방송차량으로 돌진, 백미러를 손으로 치고 차를 발로 걷어차며 경찰에 항의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경찰은 "취재기자분께 말씀드린다"며 "돌발적 불법 행정이 있을 수도 있다. 카메라 기자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란다. 경찰은 여러분의 취재에 최대한 협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종종 일어났던 '경찰의 취재기자 폭행 논란'을 의식한 말이었다.
이런 경찰의 현장 방송이 시위 진압의 새로운 방식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날 현장에 나와 있던 한 경찰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방송 이유는) 모른다"고만 답했다. / 강이종행 기자 | | | | |
<4신:7월 1일 낮 12시40분>
"복원공사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생계대책 마련해야"
"복원공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도 노점상을 위한 생계대책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