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교육
옛 어른들이 밥상머리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요즘이야 밥상머리에 함께 앉을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날마다 얼굴을 맞대는 그런 시간에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바르게 가르치고 영향을 주고 있음을 틀림이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어디서 무엇을 가르치라는 말인가? 4-50년 전만 하여도 지금처럼 핵가족이 아닌 대가족 사회이었고,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릎에서 본관은 무엇이고, 어느 파에 속하고, 할아버지 성함은 무엇이며, 아버지 성함은 무엇이라는 말을 배우곤 했다.
이렇게 아주 어린 시절에 익힌 지식은 어쩜 어느 날 가족과 헤어지고 영영 고아가 되어버린 6.25 같은 전쟁을 겪는 동안에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해주었고, 수십 년이 지난 요즘에도 자신의 핏줄을 찾는 가느다란 줄이 되어 주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 요즘 우리 생활에서 조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도 그리 흔치 않거니와 어린 시절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나 조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랄는지 모르지만, 조금 자라면 공교육에 맡겨지기 전에 이미 세 살, 네 살 적부터 유아원, 유치원으로 내몰아서 함께 할 시간이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녀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바빠서 함께 식사를 할 시간이 없더라도 휴일이나 명절 때라도 자녀들에게 바른 습관을 가르치는 것은 결과 헛된 잔소리가 될 수 없다.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조심스런 자리에 가서 어찌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어른들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버릇없는 사람, 못 배운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게도 만든다.
밥상머리에서는 어른들이 자리에 앉으시기 전에 자리에 앉으면 실례가 된다. 물론 웃어른이 앉으시기 전에 앉을 수는 없겠지만, 먼저 식사를 하는 도중에 어르신들이 들어오시는 경우가 생긴다면 반드시 일어서서, 어른이 자리에 앉으신 다음에 따라서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이 바른 예절이다. 또한 어른들이 수저를 드신 다음에 수저를 들어야 하고, 어른이 들어라고 하시면 드는 것이 더 원칙이다.
밥을 먹는 도중에도 어른들이 계시지 않더라도 당연하게 조심해야 할 일로 흘리지 않기, 후룩후룩 소리 내지 않기 같은 기본적인 것을 조심하는 거야 말할 것도 없지만, 밥상에서 어른이 아직 젓가락을 대지도 않은 음식을 자기 마음에 든다고 해서 덥썩 떠오는 것도 실례이며, 조심해야 할 일이다.
특히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집중적으로 가져다 먹는 것은 버릇없는 짓이며, 아무리 맛이 없더라도 골고루 한번씩이라도 먹어 보는 것이 음식을 만들어주신 분에 대한 예의이고, 밥상에서의 기본이다.
이렇게 골고루 먹으면서 음식을 칭찬하는 것 또한 손님으로서 또는 가족으로서 해야할 바의 하나라 하겠다. 애써 만들어주신 음식에 대해 한 마디의 칭찬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수고해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마치 허기진 사람처럼 아무 소리 않고 열심히 밥만 퍼 넣는 모습을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하셨던 은사님이 하신 이야기는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느 학부모집에 초대를 받아 가서 저녁을 먹는데, 한참 먹다가 수저로 밥을 푹 뜨는데 이상한 물체가 걸려서 살짝 살펴보니 밥 속에 행주가 들어 있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것을 못 본 척하기 위해 밥을 잘 다독여서 덮은 다음에 그만 수저를 놓고 식사를 더할 수 없다고 사양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 밥그릇을 본 부엌에서 밥을 담았던 분이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리시며 '다행이다. 만약 한 수저만 더 뜨셨더라면 어땠을까?'하고 안심을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하는 말씀을 들었었다.
혹시 남의 집에 가서 이런 경우를 당하였을 때 이렇게 남을 배려해 줄만한 생각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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