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경남 차사발 초대전 둘러싸고 잡음

제1회 경남 차사발 초대전, 행사비 예산전용 빈축

등록 2003.07.03 11:47수정 2003.07.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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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차사발의 우수성을 대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된 제1회 경남 차사발 초대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도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초대전 직후, 공동주최측인 경상남도와 창원KBS 총국은 이 초대전에 도내 102명의 도예가들이 작품을 출품했으며, 관람객만 연인원 1만 5천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며 고무된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 차사발전을 둘러싸고 행사에 참가한 일부 도예가들과 도 의원에 의해 문제점이 지적되고, 이에 맞서 구설수 당사자가 명예 훼손혐의로 고소하는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아 '차사발전이 아니라 묵사발이 됐다'는 빈축마저 사고 있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주최측의 고무된 발표와는 달리 각종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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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지사등이 지난달 9일 열린 제1회 경남 차사발 초대전 오픈식에서 테이트 컷팅을 하고 있다. ⓒ 김호경

장난(?) 가능했던 으뜸상 심사 과정

이번 초대전에서 주최측은 102명의 작가가 출품한 차사발 가운데 5점을 가려내 으뜸상을 시상했다. 선정 방법은 1차 심사과정에서 참여작가들 각자가 선호하는 작품에 투표하는 교황선출 방식 절차를 거쳐 선정된 15점에 대해 심사위원 5명이 5점을 재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1차 심사과정에 있었다. 출품자수가 많은 특정 지역에서 마음만 먹으면 작품의 우수성에 상관없이 특정 작가의 작품을 1차 심사 에 통과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참가한 모 작가는 "각 지자체 관련 부서 및 작가 주변인물들이 득표(?)를 위해 로비경쟁에 나서기도 했으며, 모 지자체는 출품자가 많아 득표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참가 작가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지역에서 담합해 특정 작품을 선정해 3점만 선정해도 20% 확률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경남도 문화예술관계자는 "특정 지역 작가들이 담합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양심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시상금도 없는데 무슨 큰 상이라고 그렇게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부 작가들은 "명색이 경남도와 방송국이 주최한 초대전에서 으뜸상을 받는다면 명예를 쫓는 작가의 이력에 영원히 따라붙기 때문에 기를 쓰고 덤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예술계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인된 초대전'에서 입상하는 길이 지름길이라는 게 공공연한 현실로 통하기 때문에 이번 초대전에서도 그와 비슷한 양상이 빚어졌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작가마와 가스가마 제작 작품 뒤섞여 전시

또 이번 초대전이 국제적 망신마저 초래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시장에는 가스가마와 장작가마의 작품을 별도로 전시토록 했으나, 상당수 가스가마 작품들이 장작가마 작품에 뒤섞여 전시되기도 했다는 것.

이를 아는 작가들은 "작품 구입을 위해 선별하던 일본 등 외국인들이 장작가마 작품이라고 믿고 가스가마 작품을 가져갈까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며 주최측의 비전문성을 꼬집었다. 한마디로 경남도와 공영방송국이 주최한 초대전이 '국제 사기전'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경남도 관계자는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이 장작에서 만든 건지 가스가마에서 만든 건지 알 수 없지 않느냐. 이 또한 작가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며 고생해가며 행사를 보조한 공무원만 물고 늘어지는 일부 작가 등에 대해 야속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명색이 일본 도예가들을 초청해 연 명실상부한 국제 차사발 초대전이 작가들의 양심에 의존하는 주먹구구식이었다면 비양심적인 일부 작가의 장난에 좌지우지의 가능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주최측이 '비전문가 운운'으로 해명한 것 자체가 '경남 차사발 초대전'의 위상을 스스로 땅바닥에 내팽개친 것이나 진배없다는 지적이 난무한 실정이다.

경남도, 예산 전용으로 초대전 개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남도가 초대전을 준비하면서 예산을 전용했다는 점이다. 도 관계자는 "당초 차사발 초대전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없어 문화예술과 일반수용비를 절감해 사용했다"면서 "소요된 예산이 얼마인지는 현재 산출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화예술과 직원들이 공무에 필요한 소모품 구입이나 인쇄물 제작 경비를 초대전에 전용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김종률 도의원과 일부 작가들은 경남도가 당초 계획에도 없었던 행사를 예산을 전용하면서까지 급조했다는 의혹과 함께 굳이 5월에 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당한 행사였다면 초대전에 소요된 예산을 추경에 상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올 1월에 계획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급히 서둘렀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도의원과 길성 작가의 갈등

이처럼 초대전에 대한 각종 문제점이 불거지자, 김종률 도의원(진해2)은 지난달 26일 도의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특정 작가를 밀어주기 위한 초대전으로 전락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고, 이후 초대전 운영위원장을 맡은 성보박물관장인 범성 스님과 지면상에서 공방을 주고받다가 길성 작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초대전은 길 작가에 의해 경남도와 KBS가 놀아난 것"이라며 일본 도예가의 초청과 관련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일본 중견 작가 리스트에도 올라 있지 않은 아마추어 수준의 작가들을 길성 작가가 임의로 지정해 초청했다는 것.

길성 작가는 "경남도에서 야마구치현에 초청작가를 선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초청된 것으로 김 의원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초청 관련 증빙 서류를 확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경남도 통상과 관계자는 "야마구치현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길 작가는 김 의원이 차사발 초대전을 문제 삼은 사유에 대해 "내가 담양에 있을 때 김 의원이 2차례 찾아와 이도다완의 발원지인 진해에 정착해달라는 청을 받았는데, 거절한 적이 있다"며 "이와 연관성을 지어 생각해보면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시시비비는 사법기관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율 의원은 "5분 발언과 신문 기고를 통해 밝힌 길성 작가와 초대전과 관련한 나의 주장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이를 입증할 자신도 있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피력하고 있어,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경남도는 차사발 초대전에 3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경비조차 산출하지 못하고 있어 행사과정에서 드러난 비전문성과 함께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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