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강사는 평소 우리의 전통술로 만드는 칵테일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연구와 해 왔다고 한다.전희식
내가 <아랑의 전설>을 선택하게 된 것은 법성포 토종 소주는 전남 영광의 법성포 뱃사람들이 고된 노동과 추위, 그리고 거친 바닷바람을 견뎌내기 위해 마시는 50도나 되는 독한 곡주라는 사실에 마음이 끌려서다. 여기에다 전북 고창에서 산딸기로 만드는 전통 술인 복분자술은 얼마나 독창적이며 오미자의 날카로운 신맛 또한 일품이 아니던가? 독한 전통소주에 새빨간 토속주, 그리고 찌를 듯한 신맛의 오미자가 연출하는 <아랑의 전설>은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통 술로 만드는 칵테일 강좌에 참석하게 된 것은 참 우연한 일이었다.
전통술박물관 관장에게서 와 보라는 전화가 왔길래 그렇잖아도 우리밀살리기 이사장님과의 약속 장소가 마땅찮았던 차에 거기서 보기로 했던 것이 평생 팔자에도 없는 1등을 해 보게 된 계기였다. 전통우리술로 칵테일을 만든다는 얘기도 호기심을 끌었지만 오락가락 하는 장마 비를 헤치며 일에 지쳐있던 내게 슬슬 외출을 하기에는 술 박물관이 아주 적격이었다.
이 술 박물관에서 지난 정월 대보름에 서울에서 온 후배랑 나는 68도나 되는 전통소주를 귀밝이술로 먹었던 이후로 전통술이 주는 환장 할 것 같은 매력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었다.
언젠가는 관장이 또 오라는 연락이 왔길래 갔더니 누더기 장삼을 걸친 스님이 80년 된 발효차를 꺼내 놓고 마시자는 것이었다. 전주의 전통찻집인 교동다원이나 다문, 아니면 완산다원에 가서 세작이나 황차만 마셔도 감지덕지하던 내 입이 졸지에 헤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우리는 줄잡아 물 두말은 마신 것 같다. 발효차 특유의 따스하게 감싸오는 기운에 취해 우리 세 사람은 넋을 놓고 차를 마셨었다. 술을 알면 비로소 인생이 보인다고 했던가? 물 맛을 알게 되면 어른 다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차와 술의 제 맛을 알게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