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삼매에 빠진 만족들박도
넓은 광장에는 주로 장년 노년층의 남녀들이 40여명 체조대형으로 벌이고 만족 고유 음악에 맞춰 태극권을 하고 있었다. 표정들이 하나같이 너무나 진지했다. 공원 한가운데는 말을 타고 칼을 찬 청(淸)나라 태조 누르하치 석상이 용맹스럽게 서 있었다.
1616년 누르하치는 이곳 신빈에서 여진의 대부분 영토를 통일하고 왕위에 올라 나라 이름을 금(金)이라 칭했다.
그의 아들 홍타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조선에 출병을 하여 정묘·병자호란을 일으킨, 우리나라에 국치(國恥)의 비극을 준 청 태종이다.
그는 명(明) 나라까지 멸망시키고, 마침내 대청제국을 창업한 인물이다. 명 나라가 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임진왜란 때 조선 원군이었다니, 한·중·일 삼국에서 가운데 끼인 우리나라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로 이래저래 중간에서 당하기 만했던 불행한 역사로 얼룩졌다.
6시 10분 선양으로 가기 위해 신빈을 출발했다. 잔뜩 흐린 날씨지만 시간에 따라, 지역에 따라 드문드문 구름 사이로 햇빛을 보여준다.
뿌연 안개구름 사이로 싱그러운 산의 우거진 녹음을 보는 경치는 한 폭의 선경이었다. 옅은 안개구름과 싱그러운 초록의 산하가 숨바꼭질을 하는 듯했다. 그 안개 속을 헤치고 달렸다. 동행한 이항증 선생이 선경에 도취되어 한시 한 수를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