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이름대신 은진이 엄마로 불리는 천옥희(25)씨의 뱃속엔 은진이 동생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은진이를 가질 때만 해도 살이 많이 쪘는데, 지금은 살도 많이 빠지고 과로로 코피까지 흘리는 바람에 남편 허민욱(29)씨의 가슴엔 장대같은 비가 무심히 쏟아질 따름입니다.
뱃속에 있는 생명을 위해 신선한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는 천씨는 은진이가 생과일을 먹지 못하기에 그녀 또한 과일을 먹지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과일은 고사하고 물 한 모금조차도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천씨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천씨도 은진이 못지 않게 점점 파리해져가고 이를 보다 못한 주변 분들이 "뱃속에 있는 아기도 건강히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녀를 설득했습니다.
은진이가 아프고 난 후 갑자기 3일만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는 작은 가게를 꾸리시느라 딱히 천씨 대신 은진이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허씨마저도 군인이 직업인지라 주말이 아닌 평일엔 은진이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엄마보다도 더 의연히 아픔을 받아들이는 은진이의 웃음이 천씨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젠 은진이 동생을 위해 과일도 열심히 먹고 같이 살아야겠노라 심정을 담담히 고백하는 그녀가 은진이와 쏙 빼 닮은 미소를 짓습니다.
천씨가 은진이에게 바라는 건 오직 단 하나. 나쁜 행동만 아니면 무엇을 하든 다 좋으니 제발 건강하게 성장해주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