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이버 세상'

가상세계와 실제, 혼돈 속에서 신을 부정하지만,

등록 2003.07.09 13:20수정 2003.07.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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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에 충북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인 A양이 같은 반 남학생 6명과 함께, 점심시간 등 쉬는 시간에 교실에 설치된 컴퓨터로 인터넷 음란 사이트를 본 후에, 게임을 통해서 뽑힌 B군과 교내 차고 등에서,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 접촉행위를 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충격을 준다. 컴퓨터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 문명의 이기로서 늘 가까이 하고 산다. 하지만 야누스의 얼굴처럼 선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그 범용성 보다 윤리적인 문제를 더 지적하면서, 어떻게든지 바보상자로부터 인간을 구해야 한다는 논란이 생긴다.


컴퓨터상의 가상공간에서 실제처럼 마음대로 유영하며 혼돈으로 빠져든다. 가상의 살인도 하고 음란물도 본다. 좋아하는 연인을 만들고 사랑하기도 하며, 보기 싫은 상사에게 실컷 욕도 하는 사이트도 있다. 운동장엔 가지도 않고 마음에 드는 선수를 골라서 컴퓨터 확률 게임을 하기도 한다.

예전의 어른들은 복덕방에서 장기를 두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컴퓨터로 장기는 물론이고, 바둑과 체스를 둔다. 당구장에 가지도 않고 쓰리 쿠션도 돌리며, 여름철에 스키도 탄다. 용감한 전사와 손가락으로 칼싸움을 하여서 승리감에도 사로잡힌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해서 돈을 거는 놀음도 한다.

베틀넷에서 내기 게임으로 돈을 잃고,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자장면 한 그릇으로 때우고, 밤에 잠도 안자며, 도박성 게임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도 있다. 이러한 것은 가상과 실제가 병합한 것이 되어서, 가상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되어서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많이 보유한 국가이며, 제일 많이 사용한다고 하지만, 어른들은 채팅과 노름을 위해서 하고, 아이들은 게임을 위해서라고 하는 말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초등학생까지 가상과 실제를 혼돈해서, 그것을 공개적인 방법으로 성 접촉을 흉내내어서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컴퓨터 해악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표출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5일에는 술에 취한 아버지가 매일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딸에게 불만이 생겨서, 12층 아파트에서 모니터를 밖으로 던졌다. 한 어린이가 크게 다쳤다. 가정불화라고 하지만, 그러한 우발적 사고도 컴퓨터 중독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컴퓨터 중독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K대 예방의학 연구실에서 중.고학생 764명을 대상으로 중독실태를 측정한 결과 41,4%가 인터넷에 중독되었다고 한다. 하루에 평균 3,1-2,8시간을 사용하고, 중독 증상은 학업 성적이 나쁠수록 심하며, 건강도 그에 비례해서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컴퓨터는 문명의 이기인가?


컴퓨터라는 정보처리기가 발명되면서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기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로 바꿔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기호와 정보를 동일한 신호체계로 처리하고 전달할 수 있는 기술로서, 문자, 숫자, 소리, 음성, 음향, 도형, 사진, 동영상 등 모든 표현 양식을 0과 1이라는 이진법 부호로 변환하여 처리한다.

그래서 디지털 세계는 요술 방망이가 되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고음질의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는 많은 존재에 대한 실존과 가상을 아주 상반되게 표출할 수 있어서 내가 아닌 다른 가짜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나를 존재하게 만든다. 선과 악, 윤리와 비윤리가 존재하면서, 인간들은 혼란에 빠지면서 신을 부정한다. 중세인들은 절대자를 믿고 따르며 살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에게 도전하고 침범하면서, 자기의 존재를 더 비교우위에 두려고 한다.

과연 그러한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것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신은 이브가 약속을 어긴 대가로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주었다. 인간은 모두 여성으로부터 몸을 이어 받아서 존재하게 되지만 반드시 산고 후에 태어난다. 그러한 신의 영역을 컴퓨터는 부정한다.

시험관에서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어서 인공수정으로 시험관아기를 만들어낸다. 엄마가 없는 출산을 도모하고, 실제로 복제 인간도 만들어 낸다. 무통 분만과 대리모의 출현도 불사하며 신의 영역을 침범해 간다. 수명연장도 가능해서 진시왕이 찾았던 불노초를 컴퓨터가 만들어 내려고 한다.

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노인의 증가가 과연 바람직하며 축복할 일인가, 안락사는 신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했던, 고전적 죽음이 정말로 사치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안락사를 시키고 체세포, 줄기세포로 다시 똑같은 인간을 만들면, 과연 그것이 신을 이기는 행위인가에 의문이 생긴다.

유전자 조작은 새로운 종이나 개체의 출현을 만들어서, 자연질서의 파괴를 불러오게 되는 반복성을 도모하여서, 인간들은 다시 모든 자연 개최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유전자 식품을 만들어서 먹고, 그 해악이 신체의 어느 부분을 망가뜨리거나 비대하게 만들어서 죽게 하는 신의 벌도 받을 수 있다.

과연 컴퓨터가 축복을 줄 것인가. 세대간 차이, 두뇌와 파워 사이에 균형이 깨져서 기술을 독차지한 자만이 반드시 승리한다면, 빌게이츠처럼 풍요를 누리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에 극대 극의 차이가 생겨서, 노예로 전락되어서 복종을 더 심화시킨다면 컴퓨터는 분명 유해하다.

내가 원하는 형으로 나를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내 자식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은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된다. 벽돌처럼 기계로 찍어내 서 똑같은 모범 인간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더 좋은 세상이 될지도 의문을 품게 된다.

원자력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수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모두 죽는다. 그런 위험을 손가락으로 경쟁하는 바보들이 있어서 우발적 사고가 생긴다면 다 죽는다. 우리들은 그들을 천재라고 부르지만, 신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사이버 세상에서 도덕적인 것에 충실하며 살수가 있는가가 문제로 부각된다. 디지털 사회의 급속한 기술진보와 정보축적, 여기에 적응하는 세대와 그 반대의 세대가 공존하면서 대립하고 충돌한다. 이 문제가 오늘의 문제이지만, 도덕적인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앞으로 지식정보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다. 그 유용성도 더 발전하겠지만, 그 해악도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는 정말로 유용한지를 되묻게 된다. 아직 어린애가 음란물을 보고, 그대로 흉내내는 세상을 바른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신은 존재하고, 그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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