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미셸 페트루치아니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25]

등록 2003.07.10 13:20수정 2003.07.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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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긴 사람을 사람들은 '난쟁이'라 한다. 뼈가 자라지 않는 질병으로 몸이 너무도 작아서 피아노의 연주용 의자에 앉아도 페달에 발이 닿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연주할 피아노에는 발이 닿을 수 있도록 높은 위치의 페달이 또 하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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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위에서 만약 가장 낮은 음과 가장 높은 음을 동시에 타건할 일이 생긴다면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도록 짧은 팔을 가진 '미셸 페트루치아니'….


그는 98년 슈투트가르트(Stuttgart.독일) 리더할레(Liederhalle)의 무대에 섰다. 베이스 앤소니 잭슨(Anthony Jackson), 드럼 스티브 겟(Steve Gadd)과 함께….

다섯 살 어린 아이처럼 작기만 한 그를 '스티브 겟', '앤소니 잭슨'은 목마른 사람이 되어 바라본다. 어떤 경우에도 부드럽게 응답해 줄 것만 같은 최신형 자동차처럼, 베이스와 드럼은 기다리는데….

그의 단풍잎 같은 손가락의 움직임과 동시에 희고 검은 건반들은 움직이고 피아노는 '스윙'한다. 드럼도 베이스도 소리내며 그들의 작은 세계, 그들의 엔진은 폭발을 거듭한다.

연주하는 음악 속에서 때로 세 사람은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처럼 입을 헤 벌린 채 눈은 무대 위의 빈곳을 보는 듯 하고 마치 바보처럼 벌린 입에서 선율과 박자들은 출입을 반복한다. 그 순간 그들의 모습이 멍청이처럼 보인다 해도 아무도 그들을 바보 같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무대에서든 재즈 연주자들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 할지라도 우습다 말하지 말라. 그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고 그들의 주머니 깊은 곳에 들어있는 열쇠 꾸러미 중에는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라는 이름의 열쇠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도승의 모습처럼 간혹 너무도 진지하고 때로 산보하듯 가볍다. 스팟 조명 아래서, 그들의 몸짓과 음악이 질퍽거림을 반복하는 무대에서 작은 평화라는 이름의 워밍업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와 처음 밟았다고 전해지는 땅 브라질과 사람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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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쉬인, 마일즈, 듀크 엘링턴이 존재했고 위대한 '바흐'와 밑으로부터의 혁명 '블루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만난다. '추기경'과 '노예의 자식'은 만난다. '어텍(Attack)'과 '피아니시모'가 반복되는 그동안, 작은 몸과 크고 못생긴 그의 음악에서 오는 맑은 기운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페트루치아니'는 때로 '빌 에반스'나 '키스 재릿'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데 그들을 존경했고 영향 받았다. 숨이 멈췄다 이어지고 숨이 가쁘지만 자극적이라 싫다 말하지 못한다.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이 '기립 박수'할 때면, 그들은 거의 '교주'이므로….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카리스마'라고들 하지만 그에게는 어색하다. 그 왜소한 몸 어디에 그것이 존재하는가. 다만 갈채와 사랑을 보낼 뿐이다. '미셸 페트루치아니',

그는 62년 프랑스 Orange에서 태어났고 '기타리스트'인 아버지를 두었으며 서른 일곱의 나이로 99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연주 곡목 : 1. Little Peace in C 2.Brazilian Like 3.Chloe Meets Gershwin 4. September and 5. So What 6. Guadaloupe 7.Take 'A' Train 8. Canta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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