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교장실 청소를 하는 아이들이 바뀌어서 다른 아이들이 청소를 하러 들어 왔다. 수고를 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 가끔은 무슨 먹을 것 같은 것이 있으면 남겨 두었다가 주곤 하였는데, 이렇게 새로 바뀐 아이들에게는 아직 아무런 것도 준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아이 중의 한 아이가 교장실의 바구니에 담겨 있는 작년에 학교에서 심어 가꾸어서 딴 조롱박들을 보고 욕심을 내어서 "교장선생님, 이것 하나 저 주면 안 돼요?" 하고 묻는다.
열 개 가량이 있으니까 하나쯤 나누어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에 바른 가르침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일단 거절을 하였다.
그러나 끈질기게 자꾸 달라고 하는 아이를 달래어서 보내야 하였기에 부득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아이들에게 너무 실망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였다.
"그것은 작년에 학교 화단에 심어서 딴 것이기 때문에 학교의 것이지, 교장 선생님의 것이 아니란다. 그러니까 교장선생님 마음대로 너희들에게 줄 수 없지 않겠니? 그리고 학교의 물건을 내가 욕심이 난다고 그렇게 가지려고 한다면, 학교 화단의 꽃은 남아 있는 게 있겠니? 너도나도 자기가 가지고 싶다고 꺾어 가고 뽑아 간다면 화단에 꽃이 남아 있을 수 없지 않겠니? 마찬가지로 여기 있는 것도 가지고 싶다고 모두 달라고 하는 대로 준다면 남은 게 없겠지?"하고 말을 했더니, 5학년쯤이나 되는 아이이니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에서 그친 게 다행이다 싶었다.
요즘 부모들은 대개가 이런 경우 흔히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주기 쉽다. 요즘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님들은 대부분이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에 태어나 아직 경제성장이 안된 80년대 초반에 초등학교를 다니고 성장한 세대들일 것이다.
이 부형들이 자랄 때만하여도 도시 비율이 지금의 1/3 정도이었고, 산업시설도 별로 많지 않아 어렵던 시절이라서,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학교에서 가지고 오라는 준비물을 다 갖추지 못하고 등교하는 일도 흔하던 시절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내 자녀들에게만은 그런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다. 내 자녀들에게만은 모자람이 없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싶다고 무엇이나 가질 수 있고, 자기가 욕심이 나면 무엇이든지 갖고 만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런 자세로는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따르게 될 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지고, 욕심나는 것은 모두 다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게 가르치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바르게 가르쳐야 할 일 중의 하나임을 알아야 될 것이다.
이렇게 자기 욕심을 통제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은 자녀가 장차 사회에 나가서 바르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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