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85

장일정 제왕비를 얻다 (2)

등록 2003.07.16 14:00수정 2003.07.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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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살벌한 분위기에 즉각 상황을 파악한 청년이 황급히 사방으로 포권지례를 올리는 동안 백발노인은 혹시라도 다시 떨어질까 두렵다는 듯 그의 뒤를 보살피고 있었다.


"모두들 주목!"
"……!"
"어쭈? 여기 안 봐? 주목하란 말이다."
"조, 존명!"

정의수호대원의 짜증 섞인 말에 지금껏 살벌한 시선을 보내던 죄수들이 일제히 복창하며 재빨리 줄을 맞춰 섰다. 이렇게 안 하면 언제 채찍이 허공을 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본좌가 조심하라고 이르자마자 안전사고가 있었다. 이는 너희 죄수 놈들이 감히 본좌를 우습게 알고 능멸하려는 행위지?"
촤륵!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르륵!
"헉! 아, 아닙니다."

장한이 족쇄에 연결된 쇠사슬을 풀어내자 가장 가까이 있던 죄수가 얼른 두 손을 비비며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형벌을 내리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고 누가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의 감시자는 소문난 변태이다. 따라서 그에게 잘못 걸리면 너무도 고통스러워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라고 고개를 흔든 것이다.


"흥! 아니긴 뭐가 아냐? 네놈들이 밖에서 정의수호대원이었거나, 무천장주였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높은 직책이었어도 여기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안 그래?"
"마, 맞습니다."
"지금 너희의 신분은 죄수야. 맞나 안 맞나?"
"마, 맞습니다."
"그런데 죄수 주제에 감히 본좌를 능멸해?"
"헉! 아, 아닙니다."

"흥!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나와!"
"예? 소, 소인이요?"
"그래. 지금 즉시 튀어나온다. 실시!"


정의수호대원의 지목을 받은 사람은 방금 전 비굴한 표정을 지었던 대략 사십 정도 된 장한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목되자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는지 우거지상을 지었다.

"듣자하니 태원부 무천장의 부장주였다고 들었다. 맞냐?"
"마, 맞습니다."
"흥! 본좌가 여기에서 칠 년째 썩고 있는 동안 네놈은 높은 자리에 앉아 떵떵거렸겠구만."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는 듯 장한의 눈에서는 미친 사람의 눈빛에서나 볼 수 있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헉! 아, 아닙니다. 소인은 그저 맡은 바 임무에 충실…."
"야, 임마! 뭐, 임무에 충실해?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임마, 네놈은 공금으로 주색잡기로 소일하다 불시감찰에 걸려 여기 끌려온 놈이잖아. 네놈은 잡힐 때도 유곽(遊廓)에서 잡혔다면서?"

"헉! 그,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냐? 홀랑 벗고 계집을 셋이나 끼고 있었다면서? 이런 죽일 놈! 본좌 같이 위대하신 분도 여기서 냄새나는 죄수들과 씨름하는데, 뭐? 계집질로 공금을 날렸다고?"

"헉! 그,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냐? 심어!"
"예?"
"심으라고!"
"저어! 뭘 심으라고 하시는 건지…?"

잔뜩 겁에 질린 장한은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정의수호대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뭐? 뭘 심으라는지 모른다고? 이런 빌어먹을 놈이…? 하긴, 높은 자리에 있던 놈이니 모를 수도 있겠군. 좋아, 두 손은 뒷짐지고 있는 힘을 다해 땅바닥에 대가리를 박는다. 실시! 어쭈, 안 박아? 이 자식이 진짜 뜨거운 맛을 봐야…?"
"헉! 아, 아닙니다. 지금 바, 박습니다. 아니 심습니다."

쿠웅!
"으윽!"
겁에 질린 나머지 너무 세게 박았는지 장한은 나직한 비명을 터뜨렸다. 이 모습을 본 정의수호대원은 괴소를 머금었다.

"크크크! 그놈, 대가리 한번 시원하게 박는군. 좋아! 지금부터 네놈은 두 다리와 대가리만으로 전, 후진을 한다. 알았어?"
"예에…? 조, 존명!"
"전진! 어쭈, 빨리 안 가지?"
"으으윽! 으으으윽!"
"후진! 동작 봐라. 뒈지고 싶냐?"
"으윽! 아, 아닙니다. 가, 갑니다. 으으으윽!"
"좋아, 전진! 또 전진! 후진! 전진!"

정신 없이 온통 바위투성이인 비탈길을 앞뒤로 왔다갔다하자 즉각 선혈이 솟구쳤다. 삽시간에 이마의 피부가 벗겨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본 나머지 죄수들은 진저리를 쳤다. 어쩌면 오늘 피로 범벅이 된 송장을 구경을 할지도 모른다 생각한 것이다.

한편 떨어질 뻔하였으나 목숨을 구한 청년은 변태 같은 놈이 오늘은 또 어떤 방법으로 한 사람을 곤죽을 만들려고 마음먹었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오늘의 인솔자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 괴롭히는데는 선수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일의 빌미가 된 자신이 당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정의수호대원들은 오 년만 근무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변태 같은 놈이 무려 칠 년이나 근무한 이유는 도박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마작을 하다 걸려 그의 복무기한은 무려 십이 년으로 늘어났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려 틈만 나면 도박을 한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 년 이상은 더 근무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심보가 무척이나 고약해진 것이다.

"크크크! 너, 빌빌거리다 뒈질 뻔한 놈! 나와!"
"허억…!"
약간은 불안한 심정이었던 청년은 자신이 지목되자 급기야 올 것이 왔다는 느낌과 더불어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동시에 간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도 들었다.

뚱뚱한 사람들은 겁이 많은 법이다. 청년도 예외가 아니었는지라 어떤 봉변을 당할지 덜컥 겁이 났다. 게다가 잔뜩 긴장도 되고, 소름도 끼치는 등등 여러 복합적인 느낌에 벌벌 떨었다.

"크크! 본좌의 주의를 무시한 놈은 네놈이지. 안 그래?"
"그, 그렇습니다."
어차피 항변을 하거나 우겨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청년은 얼른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였다.
"좋아! 순순히 부니 마음에 드는군. 그나저나 네놈 때문에 여기 이놈이 피 보는 게 보이지?"
"그, 그렇습니다."

"미안하지? 크크크! 이놈은 지금 무지하게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네놈이 이놈을 위로해 주도록!"
"예예…? 소생이 어떻게…?"
"크크! 어떻게 이놈을 도와 주냐고? 크크, 이놈의 다리를 잡아라. 그리고 본좌의 명에 따라 전, 후진을 하면 된다. 알겠나?"
"예에…? 조, 존명!"

잠시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청년은 얼른 복창하였다.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장한의 두 다리로 들어버리면 이마가 아닌 얼굴로 전, 후진을 해야 한다. 그러면 얼굴은 완전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주저했던 것이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시작한다. 전진! 후진! 전진! 또, 전진! 어쭈? 정신 못 차리지? 후진! 후진! 또, 후진! 전진! 전진!"
"으으윽! 으으으윽! 아아악! 아아아악!……"
"……!"

청년은 장한의 비명소리가 너무도 괴로웠다.
그러나 어쩌랴! 조금만 지체하면 또 다른 자가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면호협에게 대가리를 박으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되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셈이기에 시키는 대로 왔다갔다하고 있는 것이다.

"전진! 후진! 좌로! 우로! 좋아, 한 바퀴 돌고! 좋아, 이번엔 전속력으로 후진. 크크! 좌측으로 한 바퀴 돌고, 좋아, 이번엔 우측으로 한 바퀴 돌아! 전진! 전진!"
"……!"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장한은 혼절한지 오래되었는지 아무런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통증을 느끼기는 하는지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기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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