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관의 애로점은 두가지, 선입견과 술"

[인터뷰 2]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등록 2003.07.20 06:32수정 2003.07.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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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성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여사와의 친분 때문에 장관이 됐다'는 소문과 관련 "권 여사는 (권 여사) 본인이 대통령보다 잘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잘못 말하면 (노 대통령이) 그대로 할까봐 말을 못하겠다고 말하곤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권 여사가 나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취임 당시 김 장관을 반대했던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 "그들을 신뢰했는데 나를 매도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저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실망했다"며 "(이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바로 건강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10여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어느정도 오해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여성 장관으로서의 애로점은 "능력 없고 안목 좁고 기대 이하라고 생각하는 선입관, 그리고 일과 시간 뒤 술을 함께 하지 못해 깊은 대화를 못 나누는 것" 등을 꼽았다. 반면 여성 장관의 장점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도와줄 일이 있으면 더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고 반대했던 사람들도 여성이기 때문에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재임기간동안 이루고 싶은 것을 두 가지로 꼽았다.

"복지부는 과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첫 째는 일할 만한 조직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그리고 돈이다. 예산 8조7000으로는 노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는데 어림도 없다. 그래서 예산을 올려야겠는데 기획예산처가 연간 10%로 올리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담배부담금 1000원 올리면 4조원이 확보된다. 이렇게 인력과 돈만 기본적으로 해 두면 사람들이 다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볼 때 여성 장관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많을 텐데, 단점과 장점이 있다면.
"처음 언론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은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나는 33년을 보건분야에서 일했다. 일부에서는 개혁적이지 못하다고 하면서 사회성, 심지어 도덕성까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원래 술을 배우지 못했다. 술을 먹으면 마음이 풀어지면서 깊은 대화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여성들은 깊은 대화를 못 나누지 않나 한다.

장점은 여성이기 때문에 뭔가 그쪽과 같이 일을 해야 할 경우, 도와줄 일이 있으면 더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 같다. 대통령도 다른 남성장관보다 여성장관이기 때문에 더 도와주려고 한다. 청와대나 국회나 의료계나 시민 단체에서 나를 반대하던 사람들도 여성이기 때문에 우호적으로 대하고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취임 전후, 시민 단체들의 평가가 좋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게 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취임하자마자 3월 3일인가 굉장히 빨리 건강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10여분을 만나 1:1로 다 이야기했다. 그 때 내가 너무 강하게 말하니까 오셨던 신부님 한 분이 장관이 그렇게 도전적으로 말해도 되냐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이기려고 작정을 했다, 실력 없다고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곤 열띠게 토론했다.

그전에는 시민단체들이 발표하면 진보적 철학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고 신뢰했는데, 실망했다. 그래서 사과를 받아냈다. 미안하다고 한 사람도 있다.

이후 계속해서 단체를 지원하는 교수들을 2주에 한번씩 만나 토론하고, (의료관련) 노조는 분기별로 만나려고 한다."

권우성
- 권양숙 여사와는 친분이 돈독하다고 들었다. 그 친분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그건 내가 선거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의 보좌관을 7개월 했기 때문인 것 같다. 9월부터는 권양숙 여사 캠프가 차려졌다. 국회의원 한사람이 책임을 져야하는데 여성의원이고 연령으로 보나 내가 하는 게 좋겠다는 분위기여서 내가 모시게 됐다.

권 여사는 본인이 대통령보다 (사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잘못 말하면 그대로 할까봐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권 여사가 나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 권위적이고 남성 위주의 관료사회에서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마음은 아닐지라도 힘으로 이끌고 가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나 행정가, 지도자는 사람의 마음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리 지른다고 되지 않는다. 나는 여성지도자다. 우리 공무원들을 혼낸 적이 없다. 그들의 마음은 전부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재임시에 이것만은 꼭 하겠다는 것이 있다면?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93년도 600명에서 현재 464명으로 줄었고, 예산은 1조5000억에서 8조7000억 규모로 크게 늘었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연금, 건강보험재정통합, 기초생활보장법 등 매우 큰 정책들을 진행해 왔다. 일은 4~5배가 늘어났는데 공무원 수는 150명이 줄었다.

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일할 사람을 제대로 배치시켜놔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이다. 8조7000억원으로는 '공약'을 실행할 엄두도 못 낸다. 그래서 예산을 올려야겠는데 기획예산처가 연간 10%로 올리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담배부담금 1000원 올리면 4조원이 확보된다. 이렇게 인력과 돈만 기본적으로 해 두면 이 사람들이 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장관 김화중의 '일과 후 면담' 실험

ⓒ오마이뉴스 권우성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의 하루는 새벽 5시50분에 우이동 집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곧장 과천 뉴코아 백화점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이 클럽에는 일반 공무원들도 많은 곳이라고 한다.

이후 8시15분까지 운동을 한 뒤, 20분에 청사에 도착 30분부터 바로 간부들과 만나 회의를 한다. 그 뒤 손님 접대와 결재를 하기도 하고 대통령 소집 회의에 참석하기도 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5시50분. 집을 나선지 꼭 12시간만이다.

과천청사를 나선 김 장관은 다른 선약이 없으면 을지로6가 '국민장관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6시30부터 7시30분, 8시30분 세 번에 걸쳐 단체사람들과 만난다. 그 중 한 팀과는 밥을 함께 먹는다. 9시30분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에 10시30정도 도착한 뒤 11시께 바로 잔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과 때문에 김 장관에게는 가정생활은 없다. 예전에는 주말이면 곡성 군수인 남편에게 내려가곤 했는데, 장관 취임 이후로는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다만 최근엔 남편이 주말에 올라와 일요일에 함께 등산을 간다.

김 장관의 일과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거의 매일 '국민장관실'에서 보건·복지 관련 단체 사람들과 면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부서 관련 단체는 총 46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취임 초기, 여러 단체들에서 면담 요청을 했기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일과 시간 이후 만남. 처음에는 언론에서도 연일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냈고, 지속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눈길도 많았다고 한다.

김 장관은 "여러 단체 사람들과 만나 업무에 대해 파악도 하고 또 배우기도 한다"며 "단체 사람들의 말을 들은 뒤, 사안에 대해 '된다', '안된다'고 직접 말해주면 대부분 수긍하고 돌아간다"고 만족해했다.

다음은 김 장관이 국민장관실에서의 기억에 남는 사례다.

피부미용사 협회 사람들이 미용사 협회 때문에 간섭 등 고통을 당한다며 김 장관을 찾아옴. 독립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김 장관은 우선 안 된다고 함. 다만 '미용'자를 빼면 가능하다고 답변. 미용협회도 이에 대해 수긍. 결국 '피부 관리사'로 정리. / 강이종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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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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