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갈치철 "허탕만 안치면 재밌수다게"

[구경해보세요] 제주 성산포의 분주한 새벽 어시장

등록 2003.07.18 09:38수정 2003.07.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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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지리하게 내리던 장맛비가 잠시 그친 날, 새벽예배를 마치고 성산일출봉을 향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일출이야 기대할 수 없지만, 구름 사이로 홍시같은 햇살이 비추는 모습도 그런 대로 아름답기에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새벽바람을 맞으며, 먼바다에서 돌아오는 고깃배들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성산포 어시장에 들러서 시장풍경이나 보고 들어가자는 생각에 만선의 꿈들이 이루어졌길 소망하며 성산포어시장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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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간혹 사람들의 사는 냄새가 진한 어시장을 찾습니다. 그런데 만선의 꿈이 깨진 날은 시장도 썰렁하지만 뱃사람들의 표정도 그리 좋질 않아서 말 붙이기조차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선은 아니더라도 손해보지 않을 정도만 고기가 잡혀도 시장의 열기는 훈훈합니다.

밤새 어두운 밤바다에서 불을 밝혔을 집어등이 새벽을 맞아 유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밤에 태풍이 불지 않는다면 한낮의 휴식을 뒤로 하고 만선의 꿈을 밝히며 바다로 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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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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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나간 배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략 배가 들어오는 시간은 오전 6시 30분에서 7시인데, 그 기다림에는 설레임도 들어 있을 것입니다. 다른 배들보다 더 많이, 더 좋은 놈들을 가져오면 좋겠다는 소망도 담겨져 있겠지요. 다른 배들이 싣고 온 갈치들을 넘겨보면서 우리 것은 저것보다 더 크고 많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욕심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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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드디어 기다리던 배가 도착을 했습니다.


"수고했수다게."

말이 끝나자마자 분주한 걸음걸이로 나무상자에 차곡차곡 쌓인 갈치를 나릅니다. 배마다 갈치들을 가득 싣고 오는 것을 보니 요즘이 갈치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간혹은 두어 상자씩 한치, 고등어, 잡고기 등도 보이긴 하지만 그런 것은 근처에 있는 식당과 저같이 시장구경을 나온 사람들에게 싼값에 팔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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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갈치상자가 한 곳에 쌓이면 곧바로 경매에 들어갑니다. 경매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호루라기 소리 몇 번 불어대면 채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값이 매겨지고, 값이 매겨짐과 동시에 낙찰을 받은 분의 트럭으로 분주하게 날라집니다. 잠시도 '천천히'가 없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신선하게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으니 그리 밉상스럽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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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갈치들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대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좀 잡으셨어요?"
"허탕만 안치면 재밌수다게."

건네는 말에 이 정도로 화답을 해주면 그런 대로 어젯밤 고기잡이가 쏠쏠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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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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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작은 리어카에 갈치를 실어 냉동차에 차곡차곡 쌓습니다. 저 차를 다 채우려면 꽤 많은 배를 기다리고, 낙찰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성산포항의 새벽어시장을 나오는데 저도 모르게 휘파람을 붑니다.

'그래, 시장이란 이렇게 활력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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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선의 꿈이 깨진 장은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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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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