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한 권 끼고 떠난 '묵호항'

<이 여름을 시원하게>

등록 2003.07.21 02:17수정 2003.07.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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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누구나 바다 여행을 한번쯤 꿈 꿀 것이다. 그러나 때마침 찾은 바닷가는 수 많은 인파로 인해 여유를 갖기도 전에 짜증과 피로만 안고 돌아오기 쉽다. 여기 휴가다운 휴가를 맛볼 수 있는 조용한 항구를 소개한다.

묵호항 전경
묵호항 전경박성필
온갖 삶의 고뇌를 간직한 채 출렁이는 바다. 가끔씩 사람들은 고뇌를 잊기 위해 바다를 찾곤 한다. 삶의 고민을 느껴보기 위해 동해의 작은 항구 묵호항을 찾았다. 도시의 찌든 기억들은 풀어놓고 손에는 소설책 한 권만을 쥐고 있었다. 묵호항은 소설가 심상대의 <묵호를 아는가>의 배경이 되었던 항구이기도 하다.


묵호항은 오래 전에 무역항 역할을 뒤로 한 채 작은 항구로 바뀌어 있었다. 묵호항에 들어서자마자, 싱싱한 횟감을 들어보이던 아낙네들의 손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어선 안팎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바쁜 손놀림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묵호항 전경
묵호항 전경박성필
묵호항은 외지인들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수산물 쇼핑센터이기도 했다. 새벽 5시에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어시장 외에도 하루 종일 횟감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횟감을 잘게 썰어 초장에 묻혀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거니와, 근처에 위치한 많은 횟집에 들어가면 저렴한 가격에 맛깔스러운 매운탕까지 맛볼 수 있다.

묵호항에서 맛볼 수 있는 맛깔스러운 회
묵호항에서 맛볼 수 있는 맛깔스러운 회박성필
묵호는 소설가 심상대의 <묵호를 아는가>라는 단편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곳인만큼, 묵호로 향하는 길목에 소설책을 잠시 펼쳐 이십여 쪽의 짧은 소설을 읽고, 소설 속의 묵호와 지금의 묵호를 비교하며 항구 주변을 거닐어 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묵호항에서 맛깔스러운 회로 허기를 채우고, 자동차로 10여 분 해안을 따라 달리면 어달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백사장 길이 300m 남짓, 폭 20~30m 정도의 조그마한 해수욕장이지만, 모래가 곱고 수온이 적당하며 물깊이가 1m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피서지로는 적격인듯 싶다.

어달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반겨주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갈매기떼였다. 갈매기 한 쌍이 다정하게 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다정한 연인이 부럽지 않은 듯 했으며, 파도가 바위를 치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 그네들에게서 ‘사랑’의 단면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달해수욕장의 풍경
어달해수욕장의 풍경박성필
이제 각 학교에서 방학이 시작되고 장맛비도 멈출 것이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아니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라도 좋을 것이다. 묵호항에서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어달해수욕장에서 동해의 낭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여행코스가 될 것이다. 또 멀지 않은 곳에 무릉계곡, 정동진 등과 같은 명소도 위치해 있으니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달해수욕장에서 필자
어달해수욕장에서 필자박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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