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소장권윤영
“저는 금속을 만드는 회사에서 하루 열한 시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집에 많이 가고 싶고 엄마, 아빠, 동생들이 보고 싶습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잘 몰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데 저한테 욕하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제일 처음 배운 말이 새끼였습니다. 지금 일하는 공장은 사장님도 잘 해주고 공장사람들도 잘 해줍니다. 한국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나빠요. 내 친구들 중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맞고 월급 못 받은 친구들 있습니다.”<외국인 노동자 우띠의 글 중>
3년전 인도네시아에서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우띠(27)씨.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친구가 일하다가 손이 잘렸다고 안타까워 하던 그 역시 얼마 전 가운데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7시간이나 걸쳐 수술을 받은 우띠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중이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이하 외노센터)의 김봉구(34) 소장은 한줄기 희망과 같은 존재다. 인권, 노동권, 의료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설움과 애환을 달래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통계로 날마다 220~25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잘린 손가락은 트럭 두 대분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친구는 손이 선반에 눌려 근육이 손상돼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데 보상도 받지 못했어요. 의사소통도 어렵고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은데다 대부분 3D 업종에 종사하다보니 산업재해에 쉽게 노출돼 있습니다.”
김소장이 외국인노동자들의 한국생활을 돕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이전 2년간의 노숙자쉼터 근무가 그를 외국인노동자들의 손과 발이 되게 만들었다. 쉼터에 근무할 당시 노숙자에겐 의료지원이나 쉼터제공, 재활훈련, 급식 등 정부에서 많은 부분이 제공되는 데 비해 외국인노동자들은 이러한 혜택에서 전부 제외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가 근무하는 외노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활동을 시작, 지난 5월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각종법률상담은 물론 의료지원, 실직하거나 거처 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외노센터를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마음을 여는 지원기관으로 이끌고 있다. 때문에 대전인근지역 노동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명절맞이 행사를 진행하거나 휴일을 이용해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를 떠나기도 하면서 교류의 장을 열기도 한다. 매주 일요일마다 갑천에서 축구를 하며 조만간 축구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뿐만아니라 외노센터에서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간절한 문제이기도 한 의사소통을 위해 매주 한글 교실을 열고 있다.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옥천, 금산, 조치원, 청원의 공단을 방문해서 한글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