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축물과 재활용품을 활용한 '선유도 공원'

[이 여름을 시원하게] 더위 탈출을 위해 '선유도 공원'을 가다

등록 2003.07.21 12:47수정 2003.07.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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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는 옛날부터 한강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풍류를 즐기던 양반들이 그곳에 배를 타고 들어가 자연을 벗삼아 놀았다고 한다. 그래서 섬 이름 또한 '신선이 노는 섬'이라는 무릉도원과 같은 명칭을 갖고 있다.

과거 정수시설이 설치되어 수돗물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던 이 조그마한 섬이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진 공원의 독특한 모습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이 공원을 찾고 있다.


선유도 공원을 대표하는 자랑거리인 무지개 다리(선운교)는 한강 위에 길게 뻗어 강 위를 걷는 낭만적 운치를 전해준다. 사실 우리의 한강 위에 많은 다리들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차량을 통과시키기 위한 교통 소통 중심의 다리였다.

그래서 한강 다리들을 건넌다는 건 엄청난 소음과 매연을 감수하면서 씽씽 달리는 차량 옆을 개미처럼 붙어 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선유도 공원의 무지개 다리는 한강 위의 다리 중에 유일하게 차가 없는 인간 중심 다리이다.

프랑스 센느 강의 몇몇 다리들이 사람들만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목조 다리여서 운치를 더해주듯이, 선유교 또한 목조로 만들어진 바닥에다 다리의 폭 또한 그리 넓지 않아 양 옆으로 펼쳐지는 한강의 경관을 마음껏 즐기게 해준다. 그리고 밤이면 무지개 빛깔을 드러내면서 맞은편에 위치한 성수대교의 아기자기한 조명과 어울려 서울의 야경을 아름답게 빛낸다.

선유도 공원의 원통형 화장실
선유도 공원의 원통형 화장실강지이
선유도 공원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바로 폐건축물을 활용한 조경과 공원 시설들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오래된 정수시설 구조물들을 그대로 살려서 새롭게 재창조한 시설물들과 조경물들이 공원 곳곳에 산재해 있다.

화장실은 정화용 물통을 개조하여 새롭게 창조했기 때문에 원통형의 외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네모 반듯한 보통의 화장실 시설에 비해 익숙한 친근감을 선사해준다. 오래 된 물통의 외관을 그대로 두어 거칠고 퇴색한 외벽은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


낡은 건축물의 하단부를 그대로 살려 두고 담쟁이덩굴을 붙인 조경 시설은 마치 폐허가 된 옛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폐건축물이 단지 재생 불가능으로 버려지고 파괴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생산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하나의 작품이다.

폐건축물을 활용한 조경-담쟁이덩굴
폐건축물을 활용한 조경-담쟁이덩굴강지이
화단과 인도를 나누는 경계 또한 폐건축물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그 경계를 결정 짓는다. 굳이 빨래줄 등으로 두르지 않더라도 공원 이용객들은 자연스럽게 화단과 인도를 구분할 줄 안다. 그리고 그 경계를 정하는 표시 또한 하나의 조형물로 존재한다. 보기 싫은 철조망이나 테두리가 아닌 화단과 어울리는 하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화단과 인도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화단과 인도강지이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 또한 재활용품이다. 아이들은 이 공간 속에서 억지로 꾸며낸 아름다움이 아닌 오래된 것을 활용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배운다. 그러기에 이 놀이 기구는 빠른 속도나 기계적 질감, 고공 낙하 등의 인위적 조작이 필요 없다. 그저 놀이 기구 안에서 뒹구는 것만으로도 놀이 그 자체가 되고 학습이 되는 것이다.

폐기된 시설을 활용한 놀이 기구
폐기된 시설을 활용한 놀이 기구강지이
이 공원이 아름다운 것은 설계자의 뚜렷한 철학과 주제 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오래된 것을 활용할 줄 아는 마음이 깃들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향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선유도 공원은 서울 시민에게 더운 여름을 식히는 한강 위의 작은 돛단배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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