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지 해외자원봉사자들의 생활- 2

등록 2003.07.24 11:19수정 2003.07.2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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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극빈지역 중의 하나인 비하르주 둥게스와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JTS의 자원봉사자들의 생활상을 소개합니다...<필자 주>


a JTS가 운영하는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

JTS가 운영하는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 ⓒ 김동훈

둥게스와리에서 사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사업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말고도 불편한 것은 또 있다. 수도시설도 없고 전화도 안 들어오고 오지다보니 당연히 교통편 같은 것이 있을리도 만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덥기는 얼마나 더운지 한여름에는 40도가 기본이 된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로 향신료를 찐하게 쓰는 인도음식은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위장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금방 ‘위염’을 선물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뜬 것은 우리 JTS의 운영원칙이다. 극히 가난하게 사는 마을사람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우리들도 절대 고기를 먹지 않고,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 근저에는‘우리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는 JTS의 기금 운용원칙이 깔려 있다.

인도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주의적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에 사회보장에 대한 배려가 일찍부터 잘 돼 있고 지금도 빈민층을 위한 재원의 재분배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재분배 정책에 불구하고 부패된 관료사회를 거치면서 정작 둥게스와리 사람들 같이 극빈한 사람들에게는 실제적인 도움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a 우물가에 모인 둥게스와리 아낙네들

우물가에 모인 둥게스와리 아낙네들 ⓒ 김동훈

JTS가 둥게스와리에서 지난 9년 동안 개발구호사업을 하면서 여러 관공서들과 접촉, 전기·전화·수도·교통시설 등을 도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매번 돌아온 대답은 뇌물을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인도내의 많은 외국단체들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이런 뇌물관행에 협력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JTS가 어떤 단체인가. 교육을 하러 온 것이므로 타협하느니 차라리 촛불 밑에서 공부하겠다고 하는 게 JTS의 방침이기도 하다.

지난 9년동안 JTS의 창립자인 법륜스님은 단돈 10원의 뒷돈도 허락지 않는 바람에 여태껏 전기·전화·수도가 안들어오는 것이다. 그와 함께 부패공무원들이 요구하는 뒷돈의 액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어디까지 액수가 내려가나 두고 볼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곳에서 생활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문명의 혜택받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 곳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다보니 이런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a 소에게 목욕을 시켜주는 둥게스와리 주민

소에게 목욕을 시켜주는 둥게스와리 주민 ⓒ 김동훈

통신의 경우, 2001년 1월 인도 구자라트 주에서 대형지진이 발생해 엄청난 이재민들이 발생한 적이 있다. 사건이 나고 며칠이 지나도 통신시설이 없는 이 곳 사람들과 우리 한국인들은 그런 소식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진이 났으니 우리들에게 긴급구호를 가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인도의 소식이건만 한국으로부터 연락이 와서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곳에서 이런 일은 자주 있다. 지난해 월드컵 때에도(사실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월드컵 끝나고 몇 달이 지나서야 '오, 필승 코리아’란 노래와‘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처음 들을 수 있었다) 월드컵이 열리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경기 결과를 알 길이 없었다.

시내 시장에 나갔다온 인도인 마을 사람들이 우리에게 경기결과들을 알려주던가 우리가 일부러 도시까지 나가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우리 팀이 8강 진출했다는 얘기 들었을 때 우리 중 그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 소식을 전해준 인도사람이 뭔가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하다.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 왔던 필자가 얘기해 주고서야 코엘류 감독을 내세운 한국대표팀의 평가전 소식과 '사스'가 아시아를 강타해서 초긴장상태라는 것 등을 이 곳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세상의 속도가 침범하지 못하는 곳.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이 그렇게나 느긋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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