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오이를 심어서 넝쿨이 자라서 꽃이 피고 수정을 하여 열매를 맺어 세상에 선 보입니다. 농작물이 자라는 거나 사람이 커 가는 거나 진배 없습니다.김규환
‘오이’가 ‘외’다
더운 여름 노란 아이 똥 같은 오이꽃도 만발한다. 오이꽃이 피면 오이냉국, '욋국'이 먹고 싶다. 오이를 한 글자로 하면 '외'가 되는데 어렸을 적엔 오이를 '외'라고만 불렀다.
“‘외’ 세 개만 따와라와~” 하시며 손을 살짝 저어 말씀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선하다.
“엄마, 여기 풀숲에 ‘외’ 있어요”하던 말이 아들 솔강이 목소리를 들으니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외’도 박과 식물이라 호박과 마찬가지로 심을 때 퇴비를 듬뿍 넣어 주고 물을 잘 줘야 한다. 퇴비 등 거름기가 부족하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한여름 더위에 지쳐 축 늘어진 내 그것과 닮아 잎사귀와 줄기도 그렇게 된다. 그러니 물과 거름은 필수적이다. 조건만 맞춰주면 거침없이 쑥쑥 자란다. 뱀 나올지 모르는 풀밭과 숲으로 마구 뻗어 나간다.
오이가 크는 걸 보면서 드는 여러 가지 반찬
노란꽃이 필 때 ‘언제 저걸 따다 반찬 해 먹나?’하며 노심초사 크는 걸 걱정했다. 그러다가도 사흘만 지나면 한 뼘이고, 두 뼘이고 자라 사람 즐겁게 해주는 재주를 지녔으니 대견했다. 꼭 아이들 크는 것 같다. 어린 나도 그 기쁨에 뙤약볕 아래서 오이를 따며, ‘좋다’ ‘오지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여러 개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면 실한 것을 볼 때나 자잘한 것을 봐도 기쁘다. 도톰하게 잘빠진 큰 것은 오이무침 만들어 먹을 생각, 오이지국 만들어 먹을 생각에 밭에서 먼저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더 오래되어 쇠면 장아찌 넣어둘 마음이 앞선다. 늙은 오이 노각(老殼) 을 만나면 붉은 고추 썰어 넣고 무침 해 먹고 씨 받는 데까지 마음이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