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서 줍는 희망조각들

아이들과 함께 한 미니올림픽

등록 2003.07.30 16:46수정 2003.07.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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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목회를 하고 있는 지역은 작은 농어촌지역이기에 전교생이 유치원생들까지 다 합쳐야 108명입니다. 아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문제도 잘 보이고, 그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여름성경학교를 통해서 아이들이 서로 협력해서 논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우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놀이문화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 어린이들에게 공동체 놀이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첫째날 오후에 있었던 미니 올림픽 모습을 소개해 드리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의 일면들을 보여 드리고, 저는 그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어떤 희망들의 단편들을 주웠는지 나누려고 합니다.

김민수
미니올림픽을 시작하기 전에 성경학교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교회에서 선물로 마련한 티셔츠를 입고 푸른 잔디에 앉아 포즈를 취한 어린이들은 밝은 표정입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합니다.
성서에 '한 생명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이 있는데 온 천하보다도 귀한 생명들이 저렇게 많으니 우리 교회가 얼마나 부유하고 큰 교회인지 모릅니다. 단지 물량적으로 외향적으로 큰 교회, 작은 교회를 나누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러한 논리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김민수
이어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합니다. 맨발로 잔디밭을 달리는 아이들도 있고, 슬리퍼를 신고 달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반환점을 돌 때마다 한 명씩 늘어나서 함께 뛰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놀이, 그리고 가장 못 뛰는 아이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놀이입니다.


우리는 늘 잘 뛰는 사람에게 보조를 맞추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목표가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열심히 땀흘려도 그 보조에 발맞출 수 없는 사람의 박탈감이 얼마나 심한지 모릅니다. 혼자서 뛰어가면 더 빠를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함께 뛰어가면 조금 느려도 더 재미있잖아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서 줍는 희망 하나입니다.

김민수
협동놀이의 대명사라고 해도 될 줄다리기입니다.
맨처음부터 잡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 줄을 세 개를 놓고 일정한 지점에서 달려와 줄 두 개를 자기 진영으로 가져오면 승리하는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호각에 맞추어 '와!'하고 뛰어가 줄을 잡았는데 작전이 잘못된 탓인지 줄 하나는 덩그라니 남아 어정쩡하게 달려가던 한 아이가 혼자서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답니다.


열심히 줄을 당기는 아이들도 그것을 보더니 황당하다는 듯, 아깝다는 듯이 다시 하자고 합니다. 가끔 삶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모두가 잡으려고 달려가는 그 것 말고 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겠지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 주운 희망 두 번째 조각입니다.

김민수
'어흥놀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상대편을 향하여 동물의 흉내를 내면서 '어흥!'하고 몰아쳐도 무서워하기는커녕 표정들이 재미있어 깔깔거리고 웃습니다. 보는 아이들이나 동물흉내를 내는 아이들이나 서로의 모습 때문에 웃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보면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만남, 이런 만남 속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 가는 것은 아닌지요.

학교에서 공부는 잘 못해도 '어흥놀이'하나만큼은 가장 실감나게 하는 친구를 보면서 친구들이 한 마디 합니다.
"야, □□, 너 어흥놀이는 죽여 준다."
제가 곁에 있다가 한 마디 거듭니다.
"죽여 준다가 뭐꼬? 이왕이면 살려 준다로 하자이."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주운 희망 세 번째 조각은 누구나 일등할 수 있는 것, 자기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민수
딱지 뒤집기 놀이에서는 아이들이 머리를 씁니다. 녹색딱지팀에서 남들이 집지 못하게 자기기 혼자 움켜잡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좌악!'하고 뿌리고는 신나합니다. 그러나 심판이 괜시리 있는 게 아니죠.

놀이의 규칙을 어겼으므로 승리팀은 '노란팀!'하자 처음에는 야유를 하던 녹색딱지팀도 이내 수긍을 합니다. 물론 다음엔 우리도 저렇게 하자고 생각했던 노란딱지팀도 그런 생각은 벌써 잊어버렸죠. 이렇게 규칙이 통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주운 네 번째 희망조각입니다.

김민수
공이 아이들의 키보다도 커서 방향이 잘 잡히지 않지만 열띤 응원 속에서 앞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힘차네요. 릴레이 놀이의 묘미는 반환점을 돌아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온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또는 돌아간다는 말은 많은 철학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놀이만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행복해 하며 해맑게 웃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이렇게 여러 가지 희망조각들이 보이는데 어쩌겠습니까?

김민수
유치부 꼬마들은 물총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언니 오빠들이 신나게 노는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물총 하나에 푹 빠져서 한 시간 내내 물놀이에 취한 꼬마들. 무엇을 하려면 저렇게 푹 빠져서 해야지 하는 생각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주운 다섯 번째 희망조각입니다.

이 희망조각을 줍는 재미 때문에 나는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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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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