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공유'하고 싶은 진정한 문화애호가

문학, 음악, 영화 애호가 조율연씨

등록 2003.08.01 13:53수정 2003.08.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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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율연씨

조율연씨 ⓒ 김병희

조율연. 그의 인터넷 서재 (http://member.kll.co.kr/sunsuk-q/)는 잘 정리된 서랍 속 같다. 서랍을 열고 흐트러질까 조심조심 옷을 꺼내다 보면 그의 삶에 대한 애정, 고민의 흔적들로 문 연 손이 부끄러워 진다.

서재를 둘러보면 그에겐 온통 문학밖에 없는 듯 보인다. 자신을 문학, 음악, 영화 애호가라고 말하는 조율연씨의 직업은 놀랍게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실습선 해림호 선장이다. 언뜻 어울리지 않다 생각되겠지만 망망대해와 자연스럽게 접목시킬 수도 있으리라.

전공을 살려 배를 타게 되었다는 조율연씨는 자신도 선장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맞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문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주는 직업이라는 장점도 있고 22명 선원들의 리더로서의 보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올 들어 작지만 소중한 문화활동을 시작했다. 토요영화감상회와 토요음악감상회가 그것이다. 매주 열리는 영화감상회는 11회를 맞이했고 음악감상회는 한달에 한번씩 열려 이번에 다섯 번째 시간을 갖게 된다. 예술영화들과 클래식음악을 직접 선정한다는 그의 생활이 바쁠 듯 했다.

“혼자 그 많은 일을 하려면 벅차지 않나요?”
“좋아서 하는일인데요….”

혼자서 좋아하고 마는 게 아쉬워 관심 있는 주변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는 조율연씨는 조심스럽게 시작한 이 일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지역문화운동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문학, 영화, 음악 애호가가 된 것이 직업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항해 나가 외로움을 달래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닌가 하구요.”
“전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청춘시절부터 예술취향이 있었습니다. 특히 문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등단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그는 “예술이 꼭 프로만 해야 되는 건 아니다. 아마추어라도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즐기다 보니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가 안내한 선장실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LP, 비디오 테잎, 책들로 가득했다. 녹화도 하고, 여기저기에서 어렵게 구한 영화테잎들을 무려 800여 개나 소장하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으로 ‘향수’, ‘희생’, ‘거울’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꼽은 그는 “상업적인 영화와는 다르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파고 들면서 철학·예술적 주제가 영상과 잘 조화되어 나타난다”며 타르코프스키를 설명했다.

“소문에 공부를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고 피상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꾸준히 공부 하지 않는 것이 아마추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항상 프로를 지향하면서 노력해 나간다면 매너리즘에도 빠지지 않고 깊이도 생기지 않을까요?”


토요음악회와 영화감상회에 이어 ‘목요철학교실’을 계획하고 있다는 조율연씨.

작가는 모름지기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 말고 지적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은 언젠가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글쓰기를 오래 지속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치열한 삶, 치열한 글쓰기 못지않게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철학 공부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목요철학교실을 준비하는 이유이다.

물론 1년이면 4개월은 바다에서 보내는 직업상 이 모든 활동은 그의 항해일정과 맞아야 한다. 실습항해가 끝나는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계획된 목요철학교실 준비가 얼마나 또 그를 즐겁게 할지 기대가 된다.

지역 문화에 기여하는 방법이라며 작지만 소중한 문화활동에 꾸준히 매진할 거라는 조율연씨. 정말 오랫만에 영화를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며, 문학을 즐기는 진정한 애호가를 만나고 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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