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명물 '일심이'를 아세요?

스물 넷 오징어 처녀 박일심

등록 2003.08.05 04:32수정 2003.08.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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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마차진리는 '일심이'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녀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통일전망대를 가려면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언제나 도로변에서 오징어 춤을 추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 자신이 개발한 오징어 인형을 쓰고 해맑은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오징어 처녀' 박일심.

자신이 개발한 오징어 인형을 쓰고 해맑은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오징어 처녀' 박일심. ⓒ 김경목

그녀의 나이는 스물 넷. 그러나 연일 폭염의 날씨 속에 피부 나이는 그 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인다. 이는 날씨 탓만이 아니다. 그녀의 어려운 처지가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방송 3사 등에서 경쟁적으로 '일심이네 가족사'를 방영해 그녀의 처지는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꼭 일심이네 집에서 오징어, 쥐포, 문어 등을 사거나 먹고 간다.

그녀가 처음부터 억척 아가씨가 된 것은 아니다. 전쟁 고아로 평생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온 아버지가 모든 힘을 들여 횟집을 연 다음날 강릉안인진리에 북한 잠수함이 발견되고, 다음해엔 IMF가 터지게 되자 일심이네 집은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에 어려워진 집안 가계를 돌보기 위해 그녀는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자신이 개발한 오징어 춤을 추며 집안 살림을 일으키고 있다.
그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 아홉, 올해로 5년째가 된다.

꿈 많고 치장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온 그녀의 소원은 단 한가지. 하루 빨리 빚을 갚아 아버지,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험난한 삶에도 굴복하지 않고 '유쾌, 상쾌, 밝게' 살아가는 억척 아가씨 <박일심>의 내일에 태양이 떠오르길 바란다.


a 하루종일 뙤약볕 길거리에 서서 오징어 춤을 추며 손님들을 맞는 그녀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루종일 뙤약볕 길거리에 서서 오징어 춤을 추며 손님들을 맞는 그녀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김경목


a 일심이네 가게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거의 그녀의 사정을 알고 찾아온다. 또 이들은 그녀와 기념촬영 하기를 원한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명이 그녀를 귀찮게(?)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일심이네 가게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거의 그녀의 사정을 알고 찾아온다. 또 이들은 그녀와 기념촬영 하기를 원한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명이 그녀를 귀찮게(?)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 김경목


a 심청이의 보랏빛 마음보다도 고운 일심이지만, 그녀의 뒷모습에서 가난의 멍에를 쉽게 떨어뜨리지 못한 힘겨움이 보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심청이의 보랏빛 마음보다도 고운 일심이지만, 그녀의 뒷모습에서 가난의 멍에를 쉽게 떨어뜨리지 못한 힘겨움이 보여 마음을 아프게 한다. ⓒ 김경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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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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