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01

무림천자성으로 (5)

등록 2003.08.06 13:26수정 2003.08.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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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던 자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무슨 소리냐는 무언을 질문을 하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뿐만 아니었다. 대낮부터 질펀하게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나누던 자는 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상기해내고는 의복도 걸치지 않은 채 튀어나왔다가 개망신을 당했다.


그것은 철마당주나 철검당주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예리한 소성이 외원 전체에 비상령이 발동되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아는 철마당주 뇌흔은 황급히 애병을 챙겨들고 튀어 나갔다.

그런 그의 얼굴 역시 긴장감이 역력하였다. 한꺼번에 여섯 발의 향전이 쏘아졌음은 대단한 강적의 출현을 의미한다 생각한 것이다.

하여 무림천자성과 대립관계를 유지하던 화존궁과 일월마교가 공격하였거나, 월빙보 침공으로 자존심이 잔뜩 구겨진 마도 무림 전체가 공격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전자든 후자든 실제 상황이라면 어쩌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잔뜩 긴장한 것이다.

철검당주인 방옥두 역시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애병을 뽑아들고 쏜살처럼 정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도 뇌흔과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무림천자성 외원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핫핫! 느리다고 하지 않았소? 이런, 그렇게 해 가지고 어디 파리라도 잡겠소? 무공 연마를 좀 더 해야겠소."
"이이잇! 죽엇!"


"야아압! 죽어랏!"
"챠아앗!"
"에잇!"

정의수호대원들은 아무리 기를 써도 이회옥을 어쩔 수 없자 분기탱천하였다. 의천문 앞에는 아주 번화한 시진이 펼쳐져 있다. 무림천자성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기 위한 시진은 아니었다.

천하 각지에서 하루에도 수천 명씩 무림천자성의 위용을 구경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형성된 시진이다. 따라서 언제나 북적이는 곳이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이 있지만 그것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누구나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라고 한다.

무림천자성의 총단이 있는 무한은 강호 어디에나 자생하고 있는 무뢰배나 불량배들이 전혀 없는 곳이다.

득실거리는 정의수호대원 중 누구에게든 걸리기만 하면 그야말로 황천행을 하는데 누가 개기겠는가?

따라서 무한은 불 구경은 할 수 있자만 싸움 구경은 좀처럼 할 수 없는 곳이다.

간혹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자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정의수호대원들이 걸치고 다니는 청삼(靑衫)만 어른거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얌전해지는 곳이 바로 무한이다.

그런데 환한 대낮에, 그것도 무림천자성 정문 앞에서 정의수호대원들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 벌어졌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겠는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구경 인파로 의천문 앞은 인산인해(人山人海)가 되고 있었다.

이 순간 구경꾼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한낱 나무로 만들어진 봉으로 이십사 정의수호대원을 여유 있게 상대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약관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기 때문이었다.

정의수호대원들을 양성해내는 태산의 한운거사 초지악도 기껏해야 열두 명의 대원과 평수를 이룬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숫자에 무려 두 배에 달하는 대원들을 아예 가지고 놀고 있으니 놀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 우와! 대단하다! 도대체 저 청년은 누구지?
― 글쎄…? 누굴까? 처음 보는 얼굴인데…

― 그나저나 저 청년 정말 대단하다. 안 그래?
― 그렇고 말고! 대체 어떤 문파 사람이기에 혼자서 정의수호대원 스물 넷을 가지고 놀까?

― 이 사람아! 내가 대단하다고 한 건 그래서가 아니야.
― 그래? 그럼 뭔데?

― 생각해봐! 미치지 않고야 천하에 누가 있어 감히 무림천자성 정문 앞에서 저럴 수 있겠어?
― 흠! 그렇군, 대체 어떤 문파 사람인지…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이회옥에게 쏠려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백이면 백 모두 무림천자성이 강호 최강의 문파라고 할 것이다.

그런 무림천자성 정문 앞에서 이럴 배짱을 지닌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기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구경꾼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치열한 접전은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회옥의 일방적인 우세였다.

당황한 정의수호대원들이 진세(陣勢)를 흐트러뜨렸기에 아예 파죽지세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제부터는 언제든 상대의 목숨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였다.

의천문은 물론 정문인 청룡문까지 활짝 열리는가 싶더니 엄청난 인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러는 가운데 성문 위에서 사자후(獅子吼)가 터져 나왔다.

"모두 멈추어라!"
"헉! 제일호법이시다. 무엇들 하느냐? 모두 멈춰라!"
"……!"

제일호법이라는 말에 혼란스럽던 모든 동작이 일제히 멈췄다. 그것은 이회옥을 공격하던 정의수호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졸지에 공격 대상을 잃은 이회옥 역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도 무림천자성의 오만함을 읽을 수 있다.

이회옥이 도주를 하더라도 능히 잡아낼 수 있다는 듯 누구도 견제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천자성 제일호법이라는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외원 소속 정의수호대원들은 오 년 근무하면서도 얼굴 한번 못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무영혈편 조경지가 이곳 청룡문 위에 나타난 것을 그 역시 향전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원에서 들었지만 그가 청룡문 위에 당도한 것은 외원 제자들이 막 정문에 당도했을 때이다. 부신약영(浮身略影)이라는 절정신법을 시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 위에 당도한 직후 격전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정의수호대원들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으나 상대가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기에 일단 두고보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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