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02

무림천자성으로 (6)

등록 2003.08.07 13:51수정 2003.08.07 15:02
0
원고료로 응원
그러던 그가 지붕 위에 기왓장이 들썩일 정도로 엄청나게 큰 사자후를 토한 것은 정의수호대원들이 의천문을 나설 경우 위기감을 느낀 정체 불명의 괴한이 도륙을 시작할까 싶어서였다.

다시 말해 정의수호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리친 것이다.


이에 격전을 벌이던 대원들까지 정중한 포권을 한 이유는 이제 제일호법이 나섰으니 상대가 누구이든 제압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때문이었다.

"아니? 너는…? 이회옥? 선무분타로 간…? 맞지?"
"하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정의수호대원을 헤치고 나와 멍한 표정으로 멈춘 사람은 철마당주 뇌흔이었다. 그래도 한동안 같이 있었다고 금방 알아본 것이다. 하긴 몇 년 흐른다고 얼굴 윤곽이 어디 가겠는가!

"이게 대체 어찌 된…?"

뇌흔은 무림천자성 역사상 초유의 소란이 벌어진 이유가 바로 이회옥 때문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하! 잘 나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철마당 사람을 불러달라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글쎄 소생이 철마당에 있었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공격하기에 할 수 없이 막고 있던 중이지요."

"너 혼자서 대원들 스물넷 모두를…? 세상에…!"
"……!"


뇌흔은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성문 밖으로 출타하기 위하여 나서던 중 향전 소리를 들은 그는 가장 먼저 의천문에 당도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거의 문에 당도할 즈음에 소리를 들은 것이다.

문 밖으로 나선 그는 쩔쩔매는 정의수호대원들과 그들의 중심에 있으면서 뭔가를 계속 주절대는 청년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엔 엄청난 인파가 몰려 구경하고 있었다.
무림천자성이 강호의 정의를 구현하겠다면 천하 각지로 파견한 정의수호대원들은 지금껏 무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늘 무림천자성 정문 앞에서 그런 정의수호대원들의 명성에 먹칠이 가해지고 있자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엄청난 짓을 자행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 왠지 낯이 익다는 느낌에 한 발짝씩 앞으로 나서던 그는 오래 전 선무분타로 파견된 이회옥이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키가 한 자는 커진 것 같지만 생김생김은 영락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이회옥은 누명을 써서 무림지옥갱에 하옥되면서 단전이 파괴되어 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다. 따라서 그가 익힐 수 있는 것은 외공 뿐인데 외공만으로 스물네 명의 정의수호대원들을 가지고 논다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이다. 세상에 그런 외공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가 없기 때문이다.

"흠! 뇌당주, 저자는 누구냐?"
"앗! 속하 뇌흔이 호법을 뵈옵니다."

"누구냐고 물었다."
"예! 전에 철마당 소속이었다가 소성주님께서 선무분타 순찰로 보냈던 이회옥입니다."
"이회옥…? 그럼, 비룡을 조련한…?"

무영혈편 조경지 역시 방금 전의 뇌흔처럼 멍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일개 말 조련사가 정의수호대원들을 데리고 놀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소생, 이외옥이 호법을 뵈옵니다. 정말 오랫만에 뵙습니다."
"세상에…!"

조경지와 뇌흔, 그리고 이회옥이 대화를 시작하자 장내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비상이 걸린 줄 알고 나섰던 사람들은 향전을 쏘아 올린 정의수호대원들에게 한마디씩 하고 물러났고, 구경꾼들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천하에 누가 있어 내놓고 무림천자성과 정면 대결을 감행하겠는가 하였던 것이다. 이런 구경꾼들 틈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눈빛을 발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들은 이회옥의 얼굴을 뇌리에 각인이라도 하려는지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 * *

"신호가 올라가면 혈우당과 육손당은 각기 좌측과 우측에서 치고 들어오세요"
"알겠습니다., 요령은 전과 동(同)이지요?"

"아니네. 이번엔 진짜 공격하는 것이네. 따라서 먼저처럼 공격하는 척하다 그대로 물러나면 안 되네."
"정말이십니까?"

혈우당과 육손당 당주는 총관인 역발산 왕구명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일지매 여옥혜의 옥용을 바라보았다. 이에 여옥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 공격하는 척하다 물러나기를 반복한 것은 삼십육계 중 만천과해(瞞天過海)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였어요."
"만천과해요?"

"그래, 그게 뭔지 잘 모를 것인즉 설명해주테니 잘 듣게. 만천과해의 만(瞞)은 속이다라는 뜻이고, 천(天)은 황제를 뜻해. 따라서 만천과해란 말은 기묘한 방법으로 황제의 눈과 귀를 막아서 무사히 바다를 건너게 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왕구명은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기회가 된 것이 기쁘다는 듯 침을 튀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 모습을 본 여옥혜는 빙그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런 날이 있기를 기다리며 일구월심 학문을 닦았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 말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만천과해라는 말은 당 태종에게서 연유하였는데 영락대전(永樂大典) 설인귀정요사략(薛仁貴征遼事略)에 기록되어 있다.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정관(貞觀) 십칠 년에 군사 삼십만을 거느리고 고구려를 침략하려 하였다. 그는 요동지방을 지날 무렵 요하(遼河)를 보고 크게 두려워하면서 군의 총수인 장사귀(張士貴)에게 어찌 건널 것인가를 물었다. 뾰족한 수가 없던 장사귀는 설인귀를 청하여 계책을 물었다.

이에 설인귀는 당 태종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폐하! 이곳 부근에 한 부자노인이 살고 있는데 그가 폐하를 위하여 많은 식량과 마초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하옵니다."
"오! 그런가? 기특한지고… 불러들여라. 상을 내리겠도다."

설인귀는 당 태종에게 노인이 있는 해변으로 가자고 청하였다. 일행이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수만 칸의 방이 아름다운 비단으로 장식된 것만을 볼 수 있었다

태종이 그 방에 들어가 문무백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문득 사면의 비단 장식이 바람에 날리고, 파도소리가 들려 장막을 걷게 하니 사면이 바다였다.

겁에 질린 태종이 어찌된 영문인지를 묻자 장사귀가 읍을 하며 입을 열었다.

"폐하! 이것이 바로 바다를 능히 건널 수 있는 계책이었사옵니다. 이미 바람을 타고 동쪽 해안에 이르렀습니다."
태종을 속여 바다를 건넌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2. 2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5 한 박스 만원 안 나오는 샤인머스캣, 농민 '시름' 한 박스 만원 안 나오는 샤인머스캣, 농민 '시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