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서비스 택시문화가 있는가?

택시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등록 2003.08.07 14:53수정 2003.08.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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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서비스 직종이라 하지만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사자인 택시운전자나 승객조차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일반인도 마찬가지이다.


지하철이 서울 전역에 사통발달로 개통되지 않은데다 개인 승용차도 많지 않던 시절에 택시는 사실 대중교통수단이나 마찬가지였다. 택시를 이용해야 할 경우가 많았다. 택시를 타야하는 사람은 많은데 빈 택시는 적으니 택시운전자가 임의로 합승, 방향맞춰 태우기, 승차거부 등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택시 타기가 매우 쉬워졌다. 그동안 택시공급은 늘어나고 승객수요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세 가구중 1가구가 승용차를 2대 보유하고, 서울의 차량등록대수가 200만 대를 넘어설만큼 개인 차량의 대폭적인 보급으로 택시 대신 출퇴근과 업무와 개인적인 용무가 가능해졌다.

둘째는 4호선에 불과하던 지하철이 지난 몇 년사이에 8호선으로 늘어나면서 서울 전역과 주택가 가까이에 사통발달로 개통되어 택시 대신에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셋째, 버스 전용차선 도입으로 버스 주행속도가 증가되면서 버스 이용객도 늘어났다.


넷째, 개인택시와 회사택시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택시의 공급이 늘어났다.

다섯째, 택시를 고급화시키는 정책으로 시간·거리 병산제 요금제도를 도입하고 택시차종을 중형세단 차량으로 교체하면서 요금이 많이 인상되어 택시요금에 대한 부담으로 택시승객 수요가 줄었다. 반면 택시운전자로서는 합승이 잘 안된다고, 또는 택시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승객을 기피하거나 골라 태우는 경우가 없어졌다.


빈 택시가 많아 승객을 계속해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지라 무조건 한번이라도 승객을 더 태우는 것이 수입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급은 늘고 수요는 감소하는 환경의 변화로 택시의 공차율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버스 정류장 근처나, 지하철역 통로, 택시정류장 ,또는 사람왕래가 많은 횡단보도에서 많은 택시들이 빈 차로 대기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택시타기가 수월진 것이다.

심지어는 승객수요가 줄다보니 택시가 손님태우기가 힘들어져 수입이 대폭 줄어드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택시의 승차거부, 합승은 자연스레 없어졌다. 승객에 대한 목적지 하차서비스도 좋아졌다.

이전에는 승객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간선도로에서 운전자는 정차하고 승객은 하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면도로나 골목까지 들어갈 경우, 추가의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였다.

지금은 승객 자신들이 택시운전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면도로 뿐만 아니라 주택가 골목 깊숙이 바로 집앞까지(아파트일 경우는 아파트단지 입구가 아니라 주거 동)가서 하차한다. 그렇다고 대부분이 과거처럼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택시환경이 이처럼 달라지면서 택시가 본래의 서비스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다만 오래전부터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에 훨씬 못미치고 생계보장 자체도 어려웠던 택시운전자에게는 변화된 환경으로 오히려 수입이 감소되어 생계보장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택시운전자의 이직율이 매우 심해 각 회사마다 택시운전자가 10%정도 항상 부족한 상태다. 또한 장기근속자에 대한 개인택시 발급도 중단되어 이것이 택시운전자의 이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장기근속자가 급속히 줄어들고 타 업종에서 이직해온 초보 택시운전자가 계속 늘어나고 그나마 생계보장조차 안될 경우, 택시가 서비스 직종으로서 안정적인 운행을 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서비스직종으로서 택시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택시운전자의 생계 보장이다. 정책당국은 그동안 엉망이었던 택시문화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제도개선과 대안을 마련하여 택시가 시민의 쾌적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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