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들은 무얼 믿고 있을까?

오강남 교수의 <세계 종교 둘러보기>

등록 2003.08.07 20:55수정 2003.08.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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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신학자 한스 큉(Hans Kung)은 그의 책 <그리스도교 -본질과 역사>의 맨 앞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종교간 평화 없이 국가간 평화 없고, 종교간 대화 없이 종교간 평화 없으며 종교들의 근본 탐구 없이 종교간 대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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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진

이 단순 명료한 구호는, 지금 지구촌을 위협하는 각종 분쟁들이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서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종교에 대한 깊은 탐구와 종교간의 대화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긴 한국사람처럼 종교적 감성이 풍부한 경우도 드물다. 단세포적인 하나의 종교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종교분쟁이 전쟁과 테러로까지 번질 정도로 극심한 편도 아니다. 서로 다른 믿음에 대한 관용이 그래도 살아 있고 종교간의 대화와 연대활동 또한 서서히 무르익어 간다.

단적인 예로, 지난번 새만금 방조제 사업관련 종교인들의 삼보일배 수행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만한 종교간의 아름다운 연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각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과는 달리 크든 작든 종교간의 갈등은 상존하고 있으며, 종교문제가 때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 다른 종교에 대한 일정한 이해 없이 자신들의 종교만을 최고로 여기는 편협한 신앙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볼 수 있다. 신앙으로 인해 더욱 아름답고 성숙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와 상식에도 어긋난 이기적 형태를 보인다면 이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다. 열려진 사회 속에 살면서도 이웃과의 대화 없이 우물 안의 개구리 마냥 유아기적 종교생활에 머물고자 한다면, 이런 종교생활은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까지도 괴롭게 할 뿐이다.

그 동안 <예수는 없다>, <예수가 외면한 그 한가지 질문>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열린 종교"를 힘써 설파해온 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대·비교종교학)가 이번에는 세계 종교를 개관한 책을 내놓았다.

앞의 책들이 기독교의 왜곡된 신앙관을 바로잡는 데 주력했다면, 이 책은 그의 전공인 비교종교학 강의 내용을 중요한 요점만 알기 쉽게 정리하고 취사선택하여 풀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 종교를 소개하는 책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너무 전문적이거나 균형된 시각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반면, 저자의 이 책은 25년 간이나 강의해온 세계 종교에 관한 강의록을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정리하고, 최근의 종교 상황까지 놓치지 않고 있어 지구촌 사람들의 종교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 앞으로 필독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종교 둘러보기>라고 해서 세계의 종교 전체를 개관한 것은 아니고 고등종교들을 중심으로 총 12개의 종교를 다루고 있다.

그들 종교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유교, 도교, 신도,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동학 등이다. 사실 하나의 종교만 제대로 다루려고 해도 한 권의 책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12개나 되는 종교를 한 권에 담았으니 친절한 안내서(길잡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종교가 말하는 바를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쉽고 간명하면서도 깊이있게 말해주는 이런 책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울 테니까.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십억 지구촌 사람들이 믿고 있는 여러 종교들의 공과와 그들을 꿰뚫고 있는 공통된 합리적 핵심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각 종교들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책 소개도 곁들여 져 있으므로 세계 종교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 기대된다. 좀더 객관적 시각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와 이웃 종교를 살펴보고자 하는 종교인은 물론이고, 비종교인들까지도 두루 읽을만한 교양 필독서로 추천할만 하다.

세계 종교 둘러보기 - 10주년 기념 개정판

오강남 지음,
현암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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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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