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영
“방학되면 학교에 가고 싶고 학교에 가면 집에 가고 싶어요.”
“방학이라 등산을 못하니까 아쉬워요. 학교에선 산을 뛰어 다녔거든요.”
학교에 가면 노는 것이 좋아 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용준(5학년)이와 혜민(3학년)이 남매는 경남 산청에 위치한 마근담 한농 농업학교에 나란히 다니고 있다.
마근담 한농 농업학교는 이른바 왕따, 폭력, 탈선이 없는 대안학교다. 어머니 최윤정(35)씨는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란 외부영향을 받지 않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일반 학교에 다닐 수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이 되도록 자연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농업학교에 보냈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마근담 농업학교는 보통 아이들이 상상하기 힘든 새벽 3시~4시경이면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등산을 하거나 명심보감을 배우며 명상의 시간을 갖고, 6시에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도 고기는 먹지 않으며 오직 자연을 담은 생감자나 천연식으로 해결한다. 국어, 수학, 한문, 영어 등 여느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외에 노작(勞作) 시간이 따로 있으며, 사물놀이를 배워 노인정에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너무 졸려서 못 일어났지만 지금은 작은 소리에도 일어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씨앗을 심어 키운 것들을 직접 먹을 수 있는 노작 시간이 가장 재미있다며 벌써부터 개학한 후 학교에 돌아가 고구마를 캘 생각을 하고 있다. 산을 뛰어다니며 자연과 벗 삼아 생활하다보니 도롱뇽 알, 가재 알, 나무 열매 등에 관심이 많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도 학교에 키워요”라고 자랑하던 용준이는 멧돼지 얘기에 열을 올린다.
지난해 10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농업학교.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배워나가고 있다. 얼마 전 할머니댁에 간 혜민이는 할머니가 견과류를 드시다가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얼른 줍더니 “할머니는 좋은 거 드셔야 돼요”라며 새것을 드렸단다. 엄마, 아빠를 못 보고 먼저 잠드는 날에는 “엄마 사랑해요.” “엄마 방 깨끗이 치워놨어요” 쪽지를 적어놓는 예쁜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