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시간강사 무더기 위촉 반려 '물의'

강사들 "대학종합평가 희생양" 노조 결성 등 반발

등록 2003.08.11 15:52수정 2003.08.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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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 전경
조선대학교 전경오마이뉴스 강성관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대학교(총장 양형일)가 지난 5월 중순 이미 강의를 배정받은 시간강사들에 대해 위촉을 반려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그 규모는 전체 시간강사 528명(2003년 1학기 기준) 중 조선대에서 통산 5년(10학기) 이상 강의를 해왔던 사람들로 130여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해당 시간강사들은 "이미 강의를 배정받았는데 갑자기 학교가 '5년 이상자 제한' 규정을 내세워 일자리를 잃게됐다"며 "이는 시간강사들을 단순히 대학종합평가에서 인정받기 위한 희생양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강사들은 학교당국 항의방문, 1인 시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결성을 서두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종평 자체평가 후 뒤늦게 규정 '엄격하게' 적용

조선대 대학본부측은 지난 6월 17일 등 몇 차례에 걸쳐 2003년 2학기 시간강사 위촉과 관련 시간강사 감축을 언급하며 "우리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통산 5년을 초과한 시간강사는 추천을 가급적 억제해 주기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과에 통보했다.

애초 조선대 외래강사규정에는 '시간강사로서 통산 5년(10학기)을 초과하지 않은 자를 원칙으로 하되, 학과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시간강사 등의 자격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단서가 있어 이 규정은 실제 시간강사를 위촉하는데 그다지 적용이 안됐다. 대부분 5년이상 시간강사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간강사로 위촉돼 온 것이다.


대학본부가 갑자기 해당 규정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다름아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할 예정인 2004년 대학종합평가 때문. 대학본부는 일선 학과에 송달한 공문에서 "2004학년도에 시행되는 대학종합평가를 대비하여 겸임교수 담당시간 수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시간강사 수를 감축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대학교는 신임 겸임교수 특별채용, 분반된 교과목의 합반, 시간강사가 담당할 교과목 개설 억제 등을 당부했다.

대학종합평가 평가항목과 평가지표 중 강사 의존율과 전임교원 확보율 등 11개 지표는 '핵심지표'에 속한다. 평가대학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총 평가 등급과 상관없이 핵심지표 11개 중 최소 7개 지표 이상에서 C등급을 받아야 한다.


대학본부는 2002년 2학기와 2003년 1학기의 시간강사 의존율이 38.72%로 D등급에 속한다. C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강사 의존율을 35%미만으로 낮춰야 가능하다. 이것이 뒤늦게 시간강사 감축에 나선 속사정이다.

"행정편의적 사고, 시간강사 희생양"

이에 대해 강사 A씨는 "이미 5월 중순에 2학기 시간표를 짜면서 강의 배정을 받았는데 이제와서 반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배정받은 교과목 강의 때문에 타 대학의 강의를 포기한 강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강사 B씨는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일면 이해도 하지만, 미리 통보를 하지않고 7월말이나 8월초부터 해당 강사들에게 통보하기 시작해 다른 대학강의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5년 이상이면 '전업강사'인데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5월 중순이면 2학기 강의시간표를 짜면서 시간강사들의 강의과목이 배정되고, 시간강사들은 이 때 배정받은 과목을 연한에 상관없이 강의해 왔다.

강사 C씨는 "'5년 이상자'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이미 사문화된 것"이라며 "유례가 없는 무더기 해촉 사태는 장기적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약자인 시간강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선대 한 교수도 "실질적인 대학의 경쟁력 제고 등 장기적 노력은 도외시한 채 대종평에 맞춰진 땜방식 조치"라며 "겸임교수 특별채용을 권장하는 것도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무처 한 관계자는 "대종평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강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외래강사규정을 활용한 것일 뿐"이라며 "규정에 없는 내용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인정평가 받는 것이 학교로서는 중대한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박용현 교무부처장은 "(박사과정수료) 신규 인력들이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차원과 대종평 평가에서 전임교수 확보율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편 비정규직 노조 설립을 준비해 온 조선대 시간강사들은 이 문제를 계기로 '비정규직 대학교수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구성, 노조 출범을 서두를 계획이다. 또 교육인적자원부와 청와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측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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