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 "불황에 사납금 맞추기도 버거워"

10시간 일해 90여만원 수입 … 사납금·근속제도 불만고조

등록 2003.08.12 20:19수정 2003.08.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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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천동 버스터미널 앞. 택시들이 줄지어 밀려 들어 오고 있다.

광천동 버스터미널 앞. 택시들이 줄지어 밀려 들어 오고 있다. ⓒ 이국언

불황은 택시 영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택시기사들이 운송수입금 감소로 불황에 따른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법인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있지만 사납금 채우기도 버겁다"며 IMF보다 더 어려워진 경기를 원망하고 있다.

광천동 버스 터미널과 백화점 주변 등 광주시내 주요 승강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승객이 줄면서 시내 주요 거리를 운행하며 손님을 찾아다니는 것 마저 포기하고 아예 일손을 놓다시피 한 지점을 점령하고 있다. 유류비는 시시때때로 올라가는 반면 승객은 그만큼 늘지 않기 때문이다.

광천동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유모(36)씨는 "예전 같으면 터미널에 많이 서 있어야 6∼7대 차량이 서 있는데 요즘엔 차도 끝까지 줄지어 서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 10시간 죽도록 일하고도 90여만원 수입밖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 서로 태우려 예의마저 없어져"

유씨는 "수입이 줄다보니 요즘엔 도시락을 싸와 한가한데서 식사하는 기사들도 있다"며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서로 태우려 하다보니 신호대기하고 있는 사이에 앞에다 차를 대는 등 기본적 예의 자체도 없어져 버렸다"고 세태를 아쉬워했다.

불황에 따른 승객감소는 시중에서 거래되는 개인택시 면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IMF 시기 한때 7500만원에 이른 면허가격은 올해 들어 6000만원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

1개월여전 개인택시 면허를 샀다는 이모(52)씨는 "빈차로 다니는 것이 다반사인 요즘 같은 때에 같이 일했던 동료를 볼 때면 내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시간당 1만원의 수입은 돼야 하는데 5000원이 안될 때도 많아 최소 생활도 안 된다"고 말했다.


a 광주 신세계 백화점 앞. 빈 택시들이 승강장에 차를 대기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선 모습

광주 신세계 백화점 앞. 빈 택시들이 승강장에 차를 대기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선 모습 ⓒ 오마이 뉴스 이국언

광주시에 등록된 택시는 법인택시는 76개 회사 약 4000여대다. 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20% 정도의 운전기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차가 안 쉬고 굴러야 하는데 기사가 없어 일부는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운송수입금이 줄어들면서 고정 사납금에 대한 기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주택시연맹 광주지부 양성현 사무국장은 "요즘 같이 불경기에도 택시회사들이 별 탈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결국 기사들이 그 짐을 떠맡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해진 1일 사납금을 맞추느라 얼마 안된 자기월급에서 밀어 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부족은 열악한 현실 때문"

양 국장은 "운송수입 전액관리제를 시행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하고 있어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택시 기사가 부족한 것은 그 만큼 택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택시연맹 광주지부는 이러한 택시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에 따라 사용자 측에게 임금 공동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 받는데 요구되는 '근속제도'에 대한 개선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광주시에서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 받는데 필요한 최소 근속연수는 14년정도. 대기 인원이 적체되면서 근속연수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중 근속기간 최종 8년은 한 회사에서 일해야만 한다.

K(42)씨는 "개인택시를 받으려면 회사를 함부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가 있더라도 꼼짝 못하게 된다"며 "근속제도는 기사들 피를 빨아먹고 사업주만 좋게 하는 제도일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광주시 한 관계자는 "상반기 동안 전액관리 위반 1건을 적발해 500만원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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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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