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골수이식, 사후 장기 기증 서약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등록 2003.08.13 10:13수정 2003.08.13 11:24
0
원고료로 응원
자기 헌신이나 희생을 통해 사회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어느 사회에나 이들은 극히 일부분을 이루지만 그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

문제는 자기희생이나 헌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공동체 구성원 다수의 참여가 필요한 분야이다. 사회공동체의 다수가 자연스럽게 실천할 경우, 그 사회야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신뢰감을 주는 분야가 있는 것이다. 특히나 생명과 관계 있는 헌혈, 골수이식, 사후 장기기증 서약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공공적 질서와 사회적 신뢰감을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이다. 요즘과 같이 집단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우리나라에서야말로 헌혈을 비롯한 신체기증 문화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글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우리나라는 사회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고 합의하여 실천하는 '문화'에 익숙치 못할뿐더러 매우 낙후되어 있다. 특히나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관용(똘레랑스)이 부족하다.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의 상징적인 행위가 헌혈, 골수기증, 사후 장기기증서약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유교사상 때문에 피에 대한 두려움이 커 자발적인 헌혈이 적은 편이다. 특히 결혼한 주부는 거의 헌혈을 하지 않고 있으나 외국에는 헌혈자 중 주부들이 가장 많다. 또한 우리나라 헌혈 인구는 10대와 20대에의 편중이 심각하다.

대한적십자사에 의하면 2001년 전체 헌혈자 2백52만6000여명 중 20대가 1백34만8000여명으로 53.4%, 10대(16~19세)가 81만1000여명으로 32.1%를 각각 차지해 10대와 20대를 합하면 전체의 85.5%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헌혈자 중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2.8%인 점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또 국내에서는 30대 10.4%, 40대 3.3%, 50대 0.7%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헌혈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일본은 30대 23.1%, 40대 18.3%, 50대 12.6%로 중·장년층 헌혈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이처럼 국내 헌혈이 10대와 20대에 편중돼 있는 것은 군대나 학교 등 강제로 시행하는 단체헌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간 군부대 헌혈 비중은 전체의 23~28%, 학교 헌혈은 17~19% 정도로 헌혈자 2명 중 1명 정도는 군이나 학교에서 헌혈을 했다.

여성 헌혈 인구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2001년 국내 여성 헌혈 비중은 전체의 20.3%에 불과한 반면, 일본과 호주는 각각 41.4%와 53.0%였다. 그런 점에서 헌혈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고, 이에대한 관계당국, 언론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혈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헌혈율은 2002년 현재 7% 정도이다. 2002년 헌혈건수는 357만여 건이고 2001년은 315만여 건이다. 국내 헌혈률은 93년 3.5%,94년 3.8%,95년 4.6%,96년 4.8%로, 97년 5% 2001년 6%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199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혈장성분헌혈(헌혈 뒤 혈장 성분만 추출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수혈해주는 헌혈)의 미미한 수치이다. 우리 국민들의 헌혈량이 선진국에 비해 아주 떨어지는데 특히 성분헌혈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이나 개념조차 잘 모른다.

성분헌혈의 부족으로 성분헌혈을 통해서야 확보되는 혈우병 제제, 면역 글로불린, 알부민 등 분획제제용으로 쓰이는 혈장 30만여ℓ를 수입하는데 수천만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분헌혈은 혈액중 일정 성분만을 추출하고 나머지는 헌혈자에게 다시 수혈해 주는 것으로 적혈구를 되돌려 받기 때문에 신체적 부담이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오히려 전혈헌혈보다 안전하다고 한다. 단지 채혈시간이 전혈헌혈의 10분보다 많은 40분이 소요될 뿐이다.

전문의사의 말에 의하면 "성분헌혈은 회복이 빨라 1개월에 2회도 가능하다"며 "필요한 혈액성분만을 공급하기 때문에 체내 순환계통의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체내 적혈구 수가 적고 혈장 성분이 많은 여성에게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한다.

국내동포의 골수이식을 통해 백혈병을 치유해 새생명을 얻은 '성덕 바우만' 하면 사람들은 매우 감동적인 장면들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의 골수이식에 대한 인식은 장기기증보다 더 못하다.

골수이식이 필요한 혈액암(백혈병 등) 환자는 환자와 일치되는 조직적합성 항원(HLA)형을 가진 기증자의 건강한 골수(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 HLA형은 형제자매간에 서로 일치할 확률이 25%정도 되지만 현대사회는 핵가족화와 소자녀 출산 등으로 가족간에 같은 H.L.A형을 찾을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환자들은 타인으로부터 환자와 같은 HLA형을 구하고자 하지만 비혈연자간에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천~ 수만명 중에서 겨우 1명 정도가 발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많은 기증희망자를 모집하여 그들의 HLA형를 검사하여 두었다가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을 경우에 즉시 기증자의 골수를 채취하여 환자에게 무상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하지 못할 경우 환자는 어쩔 수 없이 사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직접 채취한다. 일부에서는 골수기증을 하면 아프고 후유증이 생긴다며 기피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골수 기증은 온몸 마취 뒤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마취에서 깨어나면 약간 뻐근한 느낌이 들며 1주 정도 엉덩이뼈가 얼얼한 정도일 뿐이라고 한다.

또한 보다 많은 백혈병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성분헌혈 희망자도 늘어나야 한다. 성분헌혈은 혈액성분채집기를 통해 혈소판이나 혈장 백혈구 등 필요한 것만을 뽑는 것이다.

백혈병 환자는 골수이식 뒤 수시로 혈소판이 부족해지는데다 혈소판의 수명이 5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비축분’을 쓸 수 없어 혈소판 제공 대기자가 필요한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새생명을 주는 것 만큼 고귀한 것은 없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천하를 얻고도 생명을 잃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이식은 골수이식과 함께 새생명을 가져다주는 고귀한 행위 중 하나이다.

2003. 5월 현재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등의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5476명이다. 골수, 각막을 이식받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자는 5281명이다. 골수기증을 하겠다는 등록자는 4만1809명 명이다.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한 등록자는 1만3668명이다.

장기기증은 자신이 죽은 이후에 자기 몸의 장기를 기증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사후 장기기증 서약 운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서명을 함으로써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바 있다.

최근 여야 의원 21명은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운전면허증 (재)발급시 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급박한 상황 속에 뇌사자가 발생할 경우, 기증 의사에 대한 확인작업이 불가능해 장기 적출 시기를 놓치는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또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할 때 장기 기증 의사를 표시하고 장기기증 의사 확인서를 담당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것은 교통사고로 뇌사자 판정을 받은 장기기증서약자의 장기가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