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들어내는 '마음다스리기'

자살 사건은 '마음다스리기' 를 못해서 생기는 일

등록 2003.08.14 10:12수정 2003.08.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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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정신'(심리)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삶속에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방한한 탁닛한 스님의 명상록인 '화' 라는 책이나 그 외 마음을 다스리는 관련 책들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역시 '마음'이나 '정신'을 다스리는 것에 매우 큰 관심과 욕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정신이나 마음 다스리기는 영원한 숙제요 화두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인간이 가장 정신적으로 깊이 의존하고 있는 종교의 핵심이 마음과 관련된 내용인 점으로도 알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끊임없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건강 심리학 2002년 11월호는 "화를 심하게 내는 것이 흡연, 비만,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강 위험요인들보다 심장질환의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분노나 증오같은 감정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화'나 '스트레스'등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 다스리기로 고민하면서도 실천이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마음 다스리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이번에 택시운전을 다시 하면서 '마음' 이나 '정신'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성격이 급하다는 점은 누누이 지적해온바 있다. 이런 기질이 잘 반영되고 있는 데가 운전문화이다.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급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험한 말을 쏟아낸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교통체증이 극심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운전문화가 유달리 험악한 것은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의 하나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에서 하루에 열시간 이상씩 기아변속장치가 스틱으로 된 택시차량을 운전한다. 물론 직업적으로 강제적으로 운전을 하는 경우이지만, 10시간씩 운전을 하면서도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택시하기 이전에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할 때는, 교통체증이 심할 경우 꽤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었다. 운전시간이 많고 적으냐 보다는 교통체증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자가용과 택시를 운전할 때 애초부터 임하는 마음가짐이 각자 다른 것을 인정한다 치자. 택시운전이 자가용 운전보다 몇 배의 운전시간과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면 이는 분명 심리적이나 , 정신적인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기어변속장치가 스틱인 택시는 교통체증시 운전작동에 있어 오토매틱의 자가용보다 훨씬 많은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을 하면서 자가용 운전할 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해답은 심리적인 또는 정신적인 마음가짐에 있었다. 일종의 '포기하는' 마음이다. 종교적인 개념으로는 '마음을 비운다' 에 해당될 수 있다.

즉 교통체증에 대한 감정의 대응을 포기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운전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심한 교통체증을 겪으면 즉각적으로 감정대응이 나온다. 급한 성격에 감정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감정이 스트레스로 발생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운전방식으로 인한 시비까지 생기면 욕이 터지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인 차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육체적으로도 덜 피곤하다는 점이다. 정신과 육신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마음 다스리기'를 어떻게 이뤄내느냐이다. 마음속으로 수백번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지!, 인내심을 갖고 잘 참아야지!" 라고 다짐한다고 이 마음 다스리기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자신의 인생철학이나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회의 운전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운전문화는 마음 다스리기를 더 힘들게 하므로 개인적인 '마음다스리기'가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마음 비우기'라는 방식이 어느 한 사건에만 한정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평상시에 성격이 급하거나 ,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아무리 자신에게 "얌전히 운전해야지"라는 다짐과 각오를 하더라도 막상 운전에 돌입하면, 결코 얌전하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일생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처세방식이나 행동에는그 사람의 인생철학이나 가치관이 담겨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마음다스리기'에는 평상시의 훈련이 쌓여야 한다. 특히나 '마음 비우기'는 더더욱 어렵다.

얼마전 명문대 박사 출신의 시간강사가 불투명한 미래와 가계빚에 쫒겨 비관사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 얼마전에는 초등생이 학원공부에 쫒겨 자살했다. 자식의 카드빚을 비관해 자살한 아버지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이다. 자살사건이야말로 이 '마음다스리기'에 실패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마음 다스리기'의 연장선에서 정신이나 심리적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타내는 다른 사례를 들면 '관심'과 '칭찬'의 경우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에는 미국 샌 디에이고 시월드의 범고래가 등장한다. 무게가 3톤이 넘는 범고래가 관중들에게 멋진 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은 고래에 대한 조련사의 칭찬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서 키운 콩나물이나 화초 등의 식물이 훨씬 잘 자란다는 임상실험도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도 있다. 미국의 교육학자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한 초등학교에서 지능검사를 했는데, 점수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일군의 학생들을 뽑아 지적 능력과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얼마후 다시 검사를 해보니 이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크게 바뀌었고 성적도 큰 폭으로 향상됐다고 한다. 이 학생들이 교사나 주위의 인정과 기대, 칭찬과 격려에 놀랍게 반응하더라는 것이다.

지난 1998년 영국의 한 연구소가 54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도를 보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뜻밖에도 방글라데시인들이었다. 그 다음이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등이었고 독일, 미국 등은 4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참고로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도는 23위였다.

방글라데시인들이 이 지구상에서 자신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 그들의 신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방글라데시는 전 국민이 종교를 갖고 있는 나라다. 국민의 68%가 이슬람교도들이며 그 다음 31%의 힌두교도, 그리고 나머지가 기독교와 불교신자들이 있다.

비록 사람마다 섬기는 신은 다를지라도 그들의 독실한 신앙생활이 그들 스스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정신적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얼마전 미국 위스콘신 의과대학 연구팀이 불교신자들이 보통사람에 비해 훨씬 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가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한다.

명상수행을 하는 불교신자들의 뇌를 단층촬영한 결과 마음의 평온과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대뇌엽 특정부위의 움직임이 보통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활발했다는 것이다. 머릿속의 온갖 욕심과 번뇌를 깨끗이 비우는 명상생활에서 더 깊은 만족과 행복감을 느낀다는 증거다.

행복은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비움에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쳐 준다. 마음을 비우는 '마음다스리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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